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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면에서 터치 펜까지… '잡스 도그마' 잇따라 깨뜨린 애플(종합)

송고시간2015-09-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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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시대와 완전 결별" vs "오히려 잡스 철학에 부합"

(샌프란시스코·서울=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장재은 기자 = 애플 공동창립자 스티브 잡스(1955∼2011)는 말년에 애플 제품에 대한 '도그마'를 여럿 만들었다. 주로 경쟁 제품의 장점을 깎아내리면서 애플 단말의 크기, 기능에 관한 그의 '철학'을 담은 주장들이다.

그러나 애플은 잡스가 사망한 후 최근 수년간, 이 도그마들을 잇달아 깨뜨리고 있다. 아이폰의 화면 크기를 키우고 아이패드 미니란 소형 태블릿을 출시했다. 9일(현지시간) 언론 초청 행사에선 화면 크기가 12.9인치(대각선 기준)에 달하는 아이패드 프로를 선보이고 잡스가 생전 금기로 여겼던 스타일러스를 아이패드 프로의 액세서리로 채택했다.

이를 두고 애플이 잡스 시대와 결별을 고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오히려 시장 상황에 따라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잡스의 철학에 부합한다는 반론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잡스가 당시 그런 얘기를 했을 때와 비교해 기술과 시장 상황이 현격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 '스타일러스 불가'→애플 펜슬

잡스가 애플 최고경영자(CEO)로 있으면서 내세운 도그마 중 하나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는 스타일러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잡스는 2007년 오리지널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스타일러스를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답니까? 챙겨야 하고, 치워야 하고, 그러다가 잃어버리지요"라며 손가락만으로 조작할 수 있는 점을 아이폰의 장점으로 내세웠다.

당시 'PDA폰'으로 흔히 불린 스마트폰들은 입력 도구로 스타일러스를 쓰는 경우가 많았으나 소비자들이 이를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는 판단에서였다.

아이폰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최근까지 애플은 '스타일러스 불가' 정책을 유지했다.

삼성전자가 2011년 S펜을 쓰는 갤럭시 노트를 내놓아 꽤 많은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었으나 애플은 오랫동안 이를 무시했다. 서드 파티 액세서리로 아이패드용 펜이 여럿 나오긴 했으나 애플은 이를 적극적으로 밀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의 액세서리로 '애플 펜슬'을 내놓아 8년여 만에 '스타일러스 불가' 도그마를 깨뜨렸다.

◇ "7인치 소형 태블릿은 망할 것"→아이패드 미니

'소형 아이패드 불가'도 생전 잡스가 제시한 도그마 중 하나였다.

잡스는 또 2010년 9.7인치 아이패드를 내놓은 후 이 크기가 적절하다고 강조하면서 삼성 갤럭시 탭 등 7인치 태블릿에 대해서는 "스마트폰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크고 아이패드와 경쟁하기에는 너무 작다"며 깎아내렸다.

그는 "7인치 태블릿들은 어중간하다"며 나오기도 전에 이미 실패가 예정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애플은 잡스 사망 이듬해인 2012년 7.9인치 크기의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음으로써 그가 역설했던 '7인치 태블릿 불가론'을 뒤집었다.

◇ "스마트폰은 한 손으로"→대화면 아이폰

잡스가 내세운 또 다른 도그마 중에는 '아이폰은 반드시 한 손으로 쓸 수 있어야 하므로 화면 크기를 지나치게 키우면 안 된다'는 주장이 있었다.

잡스는 아이폰보다 화면이 큰 삼성전자의 갤럭시 S 시리즈 안드로이드 폰과 갤럭시 노트 패블릿이 꽤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의 화면 크기를 3.5인치로 유지했다.

애플은 잡스가 사망한 이듬해인 2012년에야 아이폰 5의 화면 크기를 4인치로 키웠으며, 그것도 가로 길이는 그대로 두고 세로 길이만 늘려서 한 손으로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애플은 2014년 아이폰 6와 6 플러스를 내면서 화면 크기를 4.7인치와 5.5인치로 키웠다. 한 손으로 편안하게 조작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크기다.

당시 상당수 언론매체들은 애플이 '잡스 고집'을 버렸다며 비꼬았고, 애플의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이에 대해 "애플이 도그마를 깼다"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가했다.

전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짙었고 후자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였다는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잡스가 고집하던 방침을 잡스 사후에 애플이 잇따라 깨뜨린 점은 분명하다.

◇ 잡스 본인도 말 자주 뒤집어

다만 이런 애플의 변화가 꼭 잡스의 철학과 어긋난다고 볼 수는 없다.

잡스 본인도 자신이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 경우가 매우 많았다.

잡스는 2003년 애플의 휴대전화기 사업 진출설에 대해 애플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며 이를 부인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PC에 관해 "사람들은 키보드를 원한다"며 "태블릿을 보면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2007년에 아이폰을, 2010년에는 아이패드를 각각 내놓아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다.

잡스는 또 2004년에는 아이팟은 음악에 집중하는 제품이라며 비디오 아이팟을 내놓을 계획이 없다고 말했으나 바로 이듬해에 비디오 재생이 가능한 아이팟 5세대를 내놨다.

잡스가 살아 있던 시절 후계자로 지명돼 CEO직을 넘겨받은 팀 쿡은 올해 3월 "잡스는 세계 최고의 변덕쟁이였다"며 바로 이런 변덕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애플의 성공 비결이었다고 평가했다.

애플이 상황 변화에 따라 잡스의 도그마들을 깨는 것이 오히려 잡스의 철학에 더욱 부합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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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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