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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양육·부부 의사' 중시…큰 변화 없을 듯

송고시간2015-09-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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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대방 배려했을 때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 청구 허용"하급심에서는 이미 일부 반영해 판결…여성계 환영 목소리

선고 준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선고 준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에서 선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생활 파탄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판결 선고에서 기존 판례를 유지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우리 법원은 1965년 이후 동거나 부양, 정조 등 혼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해 오고 있다.
hi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방현덕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5일 바람을 피운 배우자의 이혼청구 소송을 기각해 기존 유책주의를 유지하면서도 단서를 달아 이혼 원인 제공 배우자의 이혼청구 범위를 확대하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 상대방 배우자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축출이혼'이 될 가능성이 작거나, 책임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과 자녀에 대한 보호, 배려가 있으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사실상 협의이혼으로 갈라설 수 있는 정도까지 돼야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여서 당장 이혼 소송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대법원이 심리한 사건은 부인의 딱한 처지가 고려돼 바람을 피운 남편의 이혼 청구가 기각됐다. 부인은 남편이 가출한 뒤 혼자 세 자녀를 키웠고, 2012년부터는 남편의 생활비 지원도 받지 못했다. 최근에는 위암 수술까지 받았다.

하급심에서는 앞으로 이처럼 부부간의 의사, 약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기준으로 이혼 소송을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미 하급심에서 유책주의를 기본 틀로 하면서 결혼생활의 파탄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비슷한 맥락의 판단을 했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건에서 원고 측을 대리한 김수진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에 "파탄주의가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입법 보완책을 마련해 파탄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유책주의의 예외를 넓혔다고 해도 이혼이 크게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예외가 넓어지는 것과 원칙 자체가 바뀌는 건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양정숙 변호사는 "대법원이 든 예외 사례는 이미 하급심에서 파탄주의 취지의 판결이 나고 있는 사례들"이라며 "현재 기조에서 바뀌는 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법,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청구 허용 여부 선고
대법,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청구 허용 여부 선고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이 열리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생활 파탄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다. hihong@yna.co.kr

양 변호사는 "파탄주의냐, 유책주의냐를 떠나서 가장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건 정의다. 바람피운 배우자가 유책 사유를 뛰어넘어 희생적으로 처자식을 돌봐준다거나, 아니면 무늬만 가정으로 남아있다면 이미 이혼 판결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법원 판사 출신인 이현곤 변호사도 "유책주의의 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보여 결론 자체에는 수긍이 간다"며 "다만, 대법원에서 말하는 축출이혼 같은 사례에 대한 방어는 파탄주의를 취하더라도 예외로 둘 수 있었던 부분이다. 하급심에서는 이미 이런 부분이 반영되고 있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가정법원의 한 현직 판사는 "대법원이 예외를 확대했지만, 유책성을 감소시킬 정도로 상대 배우자를 배려하는 유책 배우자는 못 봤다. 그런 경우라면 상대 배우자가 이미 협의이혼으로 정리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결혼이 파탄난 지 오래된 경우(일명 '풍화이론')는 하급심에서 이미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시에 따라 이런 경우에 유책주의의 예외가 적용될 여지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에서 이혼소송을 당한 부인 측을 변호한 양소영 변호사는 남편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책주의 틀을 유지한 판결에 "다행이다"라며 일단 환영했다.

그는 "간통죄 폐지 이후 파탄주의가 인정될 가능성 때문에 유책 배우자들이 법원에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책정에서 조정을 안 하려고 버티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가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안도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 가능성을 좁게 봤는데, 대법원이 예외 사유를 두면서 앞으로는 좀더 넓게 인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유책배우자라도 한 번 잘못한 행위만 놓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고 상대방을 얼마나 배려했는지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간통죄가 폐지된 현 상황에서 파탄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유책주의를 유지한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반겼다.

이어 "대법원은 파탄주의의 도입에도 일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데, 현행 유책배우자의 위자료를 대폭 높이고 재산분할에 반영하며 부양료를 지급하게 하는 등 피해 배우자를 보호하는 다양한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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