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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주의 불가' 7대 6…양승태 대법원장 캐스팅보트

송고시간2015-09-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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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조치·간통죄 폐지 놓고 의견 팽팽…당분간 판례변경 없을 듯

안경 고쳐 쓰는 양승태 대법원장
안경 고쳐 쓰는 양승태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양승태 대법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생활 파탄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판결 선고에서 기존 판례를 유지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우리 법원은 1965년 이후 동거나 부양, 정조 등 혼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례를 유지해 오고 있다.
hiho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바람을 피운 배우자의 이혼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른바 유책주의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사실상 혼인이 파탄이 났다면 이혼을 인정해야 한다는 파탄주의를 택할 것인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문제에 대해 '파탄주의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대법관들은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심리에 참석한 대법관 13명 가운데 7명이 유책주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주심인 김용덕 대법관을 비롯한 6명의 대법관은 파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전원합의체 심리에서는 일반적으로 말석부터 의견을 개진하고 있어 결국 양승태 대법원장이 유책주의 유지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로 결정한 사안은 사회·경제적 변화가 현저히 없는 이상 동일한 쟁점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는 것을 사실상 제한해 온 만큼 유책주의 유지라는 판례는 앞으로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파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은 김용덕·민일영·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 대법관이었다. 이들 대법관은 25장의 판결문 가운데 14장에 걸쳐 파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법관들의 의견은 입법적인 조치가 필요한지부터 나뉘었다.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 났다면 실질적인 이혼상태에 해당하므로 그에 맞게 법률관계도 정리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6명의 대법관은 입법이 선행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혼에 따른 배상책임이나 재산분할 등을 통해 유책배우자에게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상대 배우자도 보호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청구 허용 여부 선고
대법,바람피운 배우자 이혼청구 허용 여부 선고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 공판이 열리고 있다.
이날 대법원은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생활 파탄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의 이혼 청구 허용 여부에 대한 판결을 선고했다. hihong@yna.co.kr

이는 법원이 위자료나 재산분할 제도로 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는 대법관 7명의 의견과는 반대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확대되고 이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많이 바뀐 점에 대한 해석도 갈렸다.

유책주의를 유지해야 한다고 본 대법관들은 이혼에 대한 인식이 바뀐 점 등을 들어 오히려 가정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 커진 만큼 파탄주의 도입은 아직 어렵다고 봤다.

반면 파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 대법관들은 사회, 경제적 환경 변화와 이혼 법제 및 실무의 변화로 사회적 여건이 성숙되고, 법적 제도적 보완도 상당히 이뤄졌다고 해석했다.

여성에게 인정되는 재산분할 비율이 점차 늘어났고, 재판상 이혼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대법원 판례로 재산분할에서 이혼 후 당사자들의 생활보장 같은 부양적 요소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이들 대법관은 또 유책주의만 인정하면 상대에 대한 비난과 악감정만 심화하고, 자녀의 인격형성과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부부 사이의 악감정이 자녀에게도 대물림돼 부모와 자녀의 관계마저 파탄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폐지에 대한 의견도 갈렸다.

유책주의 고수 견해를 밝힌 대법관 7명은 간통죄도 폐지된 상황에서 파탄주의 도입까지는 힘들다고 봤지만, 파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 6명의 대법관은 간통죄는 과거의 행위에 대한 형사적 제재로 장래의 혼인관계 해소와는 목적과 효과가 다르다고 봤다.

간통죄가 없어졌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간통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것과 별개로 혼인관계가 계속되도록 강제해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원합의체 판결 뒤 동일한 쟁점을 다시 전원합의체에 올려 판례를 변경하는 데 걸린 기간은 가장 빠른 것이 13년이라고 언급해, 당분간은 이런 판례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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