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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동결> 신흥시장 일단 '안도'…"불확실성은 여전"

송고시간2015-09-1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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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다음으로 미뤘다.

신흥국 금융시장은 미국 연준의 금리 동결 조치에 일단 안도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시장의 자금 유출 우려를 크게 할 재료였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 경기 불안 등으로 시기가 잠시 미뤄졌을 뿐 금리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강해 불확실성은 시장을 여전히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 시장 예상대로 동결…금융시장 일단 '안도'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9월 금리 인상설'이 대세였다.

연준이 올해 안으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시사했고 최대 두 차례 인상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국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유지한 것도 9월 인상론을 뒷받침했다.

지난 7월 이후 '9월 대세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주식시장 폭락과 위안화 평가절하, 신흥국 통화 폭락 등에 세계 경제 불안감이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9월 인상을 얘기하는 목소리는 힘을 잃어갔고 결국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 시장은 '9월 동결'을 예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꾸준히 강세를 나타낸 달러는 최근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적어도 9월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본 결과다.

신흥국 금융시장도 금리 동결을 기대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신흥국 주식시장은 FOMC 회의 전 강세를 이어갔고 통화 가치도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 선물 시장에서 트레이더들도 9월 금리 인상 가능성(28%)을 10월(40%)과 12월(59%)보다 낮게 봤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절반가량이 내년까지 금리가 오르지 않는 것에 베팅했다"고 전했다.

연준은 세계 경기 불안에 '9월 동결'로 방향타를 맞춰 놓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금리 동결 결정으로 세계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안도 랠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예상치의 부합 여부를 중시하는 증시에서 시장 예상대로 금리 동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 신흥시장 자금 이탈 우려 감소…조삼모사 의견도

연준의 금리 동결로 신흥시장은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자금 이탈 우려가 많이 누그러졌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퍼부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 '유동성 잔치'에 가격이 오른 신흥국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신흥국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자금 이탈이 꾸준히 일어났다.

시장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흥시장의 주식 자금은 9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유출 규모는 454억 달러(53조원)에 달한다.

신흥국 채권 시장에서도 6주 연속 순유출 상태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마저 단행됐다면 신흥시장은 휘청거릴 가능성이 컸다.

시장의 걱정을 덜어준 연준의 금리 동결 조치에 신흥국 금융시장의 자금 이탈 우려는 줄어들 전망이다.

당장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둘러싼 우려가 걷히면서 지난 16일 외국인이 30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다만 금리 인상이 미뤄졌을 뿐 사라진 재료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올해 또는 내년에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의 자금 이탈 우려는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먼저 매를 맞느냐, 나중으로 미루느냐' 차이일 뿐 미국의 '돈줄 죄기'에 따른 신흥국 불안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남게 됐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은 "금리 동결로 위험자산 중심으로 불안 분위기가 누그러지겠지만 정책 불확실성 지속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 우려가 장기화할 것"이라며 "연준의 정책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리스크가 신흥국 금융시장에는 더욱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금리 인상 불확실성은 여전한 '악재'

신흥국들은 FOMC 회의 전 이번 달에 금리를 올려줄 것을 연준에 촉구했다.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에 시장이 휘둘리기보다는 9월 금리 인상 후 연준의 기조를 확인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게 이들 국가의 논리였다.

지난달 말 미국 연례 경제정책회의(잭슨홀 미팅)에 모인 신흥국 중앙은행·재무장관들은 9월 금리 인상을 원했다.

밤방 브로조느고르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미국이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는 편이 낫다"며 "불확실성이야말로 금융시장을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도와 멕시코, 페루도 미국의 조속한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신흥국의 바람과는 달리 기준금리 동결로 시장에는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그대로 남았다.

세계 경기 불안 등을 이유로 금리 인상 시기가 미뤄졌을 뿐 미국 경제의 체력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은 올해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 시점과 관련한 명확한 신호가 나오지 않음에 따라 시장 불확실성은 증폭될 전망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지난 15일 "실제 금리 인상보다 불확실성이 주가에 더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찬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시점에 미국 금리가 오르면 세계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연준과의 소통 부족이 낳은 혼란을 시장은 과거 수차례 겪은 바 있다.

미국이 경제 회복에도 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 경기를 나쁘게 봤다는 것으로 해석돼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경제가 좋아지는데 거품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늦게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금융시장이나 경제를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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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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