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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생' 조성형 "통일될 때까지 분단문제 다큐 만들 것"

송고시간2015-09-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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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다큐 감독, '평양연서' 등 2편으로 DMZ영화제 초청

'남북미생' '평양연서' 조성형 감독
'남북미생' '평양연서' 조성형 감독

(서울=연합뉴스) '남북미생' '평양연서' 등 두 편으로 DMZ국제다큐영화제 에 초청받은 재독 다큐멘터리 감독 조성형씨가 18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5.9.19 << 영화제측 제공 >>
photo@yna.co.kr

(고양=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단정하게 차려입고 하이힐을 신은 대학생이 거리를 걸어 교습실로 향한다. 야마하 피아노 앞에 앉은 선생님은 성량만 신경 쓰고 정서를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녀를 나무란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생에 그렇게 비통한 일이 없었기에 노래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또 다른 대학생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다. 작은 무대에 선 학생은 전자기타를 연주하며 힘껏 소리를 내지른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여자가 과격한 펑크 음악을 하는 데 대한 사회의 시선,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은 좌나 우 어느 하나로 진영을 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선입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첫 번째 학생은 평양에, 두 번째 학생은 서울에 산다.

'남북미생' 조성형 "통일될 때까지 분단문제 다큐 만들 것" - 2

남북에 사는 두 청춘의 일상과 생각을 교차해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 '남북미생'은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의 '분단 70년 특별전'에 초청받았다.

역시 특별전에 초청된 '평양연서'까지 두 편을 들고 한국을 찾은 재독 다큐멘터리 감독 조성형(49) 씨를 지난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북한 학생 계영이가 자기 얼굴이 사진에서 이만큼 크게 나와서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남한 학생 선경(조 감독의 친조카)이도 이 영화 보더니 반응이 뭔 줄 아세요? '아, 내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왔어'였어요."(웃음)

부산 출신으로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85학번인 조 감독은 '다른 생각을 품는 건 허용되지 않던 시절'의 사회가 갑갑해 졸업하자마자 독일로 건너갔다. 어머니가 파독 간호사 출신이었기에 독일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올해로 26년째 그곳에서 살고 있다.

뮤직비디오 편집 일로 영상 계통에 처음 몸 담고 나서 2006년 첫 다큐 '풀 메탈 빌리지'로 헤센 영화상, 슐레지엔 홀슈타인 영화제 최고 다큐상 등을 받아 주목받았다. 이 영화는 헤비메탈 팬들의 성지인 독일 소도시 바켄에 관한 것이었지만, 이후 작업은 계속 '고국'에 관한 것이 됐다.

'그리움의 종착역'은 그의 어머니와 같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의 이야기를 다뤘고, '평양연서'는 동독에 유학온 북한 남자들이 독일에서 꾸린 여러 가정이 겪은 이산의 아픔을 담았다. 이미 잘 알려진 레나테 홍도 이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에 공개한 '남북미생' 다음 작품으로는 북한 사람들의 일상적 모습으로 2시간을 채운 다큐 '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이 대기 중이다.

조 감독은 애초에 남북문제를 다루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건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첫 작품 때부터 그에게 중요한 화두였고 이런 주제의식이 남북에 관한 작품으로 이어진 듯하다.

"작품을 찍어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시기에 '풀 메탈 빌리지'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때도 바켄이라는 도시가 조용한 마을 주민들과 메탈 음악을 하는 '센' 외지인들이 갈등 없이 공존한다는 거였어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잘 지내는데 우리는 왜 다른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가 하는 생각이 있었죠."

이와 함께 조 감독은 독일을 자신의 새로운 고향으로 받아들이면서 한국과 독일이라는 두 개의 고향을 함께 품으려면 이런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리움의 종착역'은 남한 여자와 서독 남자들의 관계를 보여주잖아요. '평양연서'는 반대로 북한 남자와 동독 여자들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독일에 살면서도 동독을 잘 몰랐어요. 그런데 알아갈수록 '구 동독도 독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마찬가지로 북한도 통일되면 내 고향의 일부가 된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어요. 북한을 알아가는 일이 저에게는 큰 화두가 된 거죠."

독일 국적이기에 조 감독에게는 북한 방문과 촬영이 허용됐다. 그러나 '평양연서'를 찍을 때만 해도 북한 당국은 그 주제로는 안 되니 다른 주제를 가져오라고 했다고 한다. 실제로 '평양연서'에 들어간 북한 장면은 당시 남편 또는 아버지를 만나려 북한을 방문한 독일인 가족들이 찍은 것이다.

이후 독일 방송국의 제안으로 북한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작품을 만들게 됐고 방북 촬영이 성사됐다.

북한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의 특성상 다큐멘터리로서 이 작품에도 한계는 있다. 북한 장면은 모두 당국자가 배석한 가운데 검열을 거쳐 촬영된 것이다.

'남북미생'의 두 주인공은 상류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서민층으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북쪽의 대학생은 의사 부부의 딸이며 남쪽의 대학생에게도 지방에서 의사로 일하며 용돈을 부쳐주는 어머니가 있다.

"두 학생을 전체 사회를 대표하는 젊은이로서 보여준 것은 아니에요. 중산층으로 비슷하게 맞춰 비교해 보여주는 것뿐이죠. 남쪽의 선경이는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할 수라도 있지만, 북쪽의 계영이는 그럴 수도 없어요. 바로 그런 차이를 보여주는 거예요. 남쪽 아이는 선택지가 많아서 고민이 많고, 북쪽 아이는 말 못 하는 이면에 나름 고민이 많을 거예요."

조 감독은 남한 사람들이 자신과 똑 닮은 북한 사람들을 알아 가는 것이 이런 작품들을 만드는 이유라고 했다. 애초에 이런 방향으로 흘러올지 몰랐지만, 앞으로 계속 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러나 정권과 사람은 구별해서 봐야죠. 북한 사람들도 즐거움과 괴로움을 겪으며 행복을 추구하고 살아간다는 것, 그런 사람 중에서도 우리와 아주 닮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 이런 작품을 만드는 거예요. 앞으로요? 조국이 통일될 때까지 이런 영화만 만들 겁니다."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조 감독은 '주인공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재하는 인물을 촬영해서 대중에게 보여주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평양연서'를 찍으면서 만난, 남편이 고국으로 돌아가고 나서 남겨진 여자와 그들 사이에서 태어나 아버지 없이 자란 자식들도 바로 그런 주인공들이다.

국제적 화제가 된 레나테 홍과 그 아들은 평양을 방문해 남편과 아버지를 만났지만, 그러지 못한 가족들도 많다. 북한에서 온 남자가 혼인상태가 아니라는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지역 정부 때문에 혼인신고조차 못 한 여자도 있다.

"그분들을 만났을 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내 조국이 분단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니까요. 다행히 그분들이 작품을 보고 정말 좋아했어요. 주인공 한 명의 남편은 '아내를 더 잘 알게 돼 고맙다'고 했죠. 기록영화는 신뢰를 얻은 다음에 찍을 수 있고, 그러니 그들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만들어야 해요. 사람에 대한 기록영화를 하려면 내가 인간이 돼야 합니다. 제 성격이 꽤 강한데 작업을 할 때만큼은 관대하고 이해심이 많아져요. 아마 그래서 계속 이 일을 하는 거겠죠."

'남북미생' 조성형 "통일될 때까지 분단문제 다큐 만들 것" - 3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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