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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안보이는 난민위기> 이탈리아도 난민 할당 적극 지지

송고시간2015-09-22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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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난민은 유럽 공동의 문제"…그리스로 난민 쏠리며 한숨 돌려

뛰는 게 상책…
뛰는 게 상책…

(자카니<헝가리> AP=연합뉴스) 최악의 난민 유입사태에 직면한 유럽 각국이 난민 수용 방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오는 2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각료회의와 23일 EU 정상회의가 잇따라 열려 합의도출을 모색한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7일 정상회의 개최를 통보하면서 "난민 위기는 인도주의와 연대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말하고 "유럽은 신뢰할 수 있는 난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20일 크로아티아 접경에서 난민들이 무리를 지어 헝가리의 자카니 쪽으로 뛰어 넘어가고 있는 모습.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 이탈리아는 지난 2013년 10월 남부 람페두사 섬 인근 지중해에서 난민선 침몰로 400여 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한 뒤 해군과 공군을 동원해 `마레 노스트룸'(우리의 바다)이라는 지중해 순찰·구조 작전에 나서는 등 지금까지 난민 구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당시 엔리코 레타 총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앉아서 이런 비극을 관망만 할 수 없다면서 난민 문제를 다룰 구체적 실행계획의 채택을 촉구하면서 EU의 국경관리기관인 프론텍스(Frontex)를 강화하라고 요구하는 등 EU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시행된 `마레 노스트룸' 작전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탈리아에 큰 부담이었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난민의 관리를 위한 난민센터 시설 확충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면서 재정적 한계를 느낀 이탈리아 정부는 수시로 EU에 회원국들의 난민문제 해결 공동 분담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구조된 난민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바람에 이탈리아의 본토보다 더 북아프리카 쪽에 위치한 람페두사 섬은 난민들로 항상 가득한 상태이고, 어쩔 수 없이 3천 명을 수용하는 난민센터를 1만 6천 명까지 수용하도록 확장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EU가 이탈리아의 이런 요구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자 안젤로 알파노 내무장관은 "지중해는 이탈리아 국경이 아니라 EU의 국경"이라며 "EU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으면 난민을 처음 도착한 국가에서 관리하도록 한 EU 규정과 관계없이 이들이 다른 나라로 가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EU 회원국들의 무관심을 질타하기도 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역시 지난해 6월 "이탈리아가 정부와 은행을 구하고 여기에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 어머니와 아들까지 구하기에는 너무 벅찬 상태"라며 "유럽은 난민 문제를 이탈리아에만 맡겨놓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처럼 EU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것은 이탈리아 내부에서 움트기 시작한 난민 수용 거부 나아가 반 난민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는 밀물처럼 불어나는 난민을 긴급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물색하라는 중앙정부의 요청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나섰고, 극우파 정당 북부리그와 중도우파 포르차 이탈리아(FI)당도 정부의 난민 수용 방침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파올로 젠틸로니 외무장관은 지난 4월 "현재의 긴급 상황은 단지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고 환대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여기에 국제사회가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이런 요구는 지난 4월 열린 EU 정상회의에서조차 난민 수색 및 구조 예산을 증액하는 등 미봉책만 제시하고 끝나면서 제대로 수용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올해 6월을 기점으로 난민들이 이탈리아 대신 그리스로 건너간 다음 발칸반도를 통해 독일이나 북부 유럽으로 가는 새로운 루트에 급속도로 몰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급변하게 됐다.

실제 유엔 난민기구(UNHCR)는 올해 6월까지 유럽에 도착한 난민은 이탈리아 5만 4천 명, 그리스 4만 8천 명, 스페인 920명, 몰타 91명 등 10만 3천 명 이상으로 파악했지만 8월에는 그리스 15만8천여명, 이탈리아 10만4천여명, 스페인 1천953명, 몰타 94명이라고 집계해 발표한 바 있다.

이전에도 난민들은 이탈리아를 가려고 지중해를 건너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설령 안전하게 도착하더라도 이탈리아 대신 독일이나 북유럽에서 정착하기를 희망해왔었다.

이를 반영하듯 EU의 난민 규칙인 `더블린 규정'에 따라 망명을 원하는 난민은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도착한 국가에서 망명 신청 수속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자신의 신원을 밝혀야 하지만 올해 들어 9월까지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12만 2천 명 중 8만 명만 자신의 신원확인에 동의하고 나머지 난민들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이런 상황변화로 난민들이 독일에 속속 도착하고, 헝가리가 난민 유입 차단에 나서는 등 다른 EU 회원국들이 난민 문제로 말미암은 부담을 직접 체감하는 상황이 앞으로 이탈리아의 난민 문제 해결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탈리아는 물론 올해 2분기에 독일, 헝가리, 오스트리아에 이어 4번째로 난민들의 망명 신청이 많았다는 유럽 통계청(Eurostat)의 발표처럼 여전히 난민 문제를 벗어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앞으로도 EU 회원국들이 난민 문제 해결에 공동으로 나서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rhe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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