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부터 오바마까지…교황과 만난 역대 미국 대통령

(댈러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방미 이틀째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3일(현지시간) 오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푼 백악관 환영 행사에 참가하면서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파격적인 행보로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환영 행사 답사에서 민감한 사안인 기후변화의 문제는 물론 지구촌 빈곤과 이민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인과 미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세계 유일의 강대국을 자부하는 미국의 대통령과 미국민을 향해 전 세계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책임 있는 행동을 주문한 셈이다.

이날 미국 공영방송인 NPR가 소개한 역대 교황과 미국 대통령의 만남을 보면,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지지한 교황은 한 명도 없다.

그러나 미국 역사상 유일한 가톨릭 신자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유럽과 남미 등 가톨릭 문화권 국가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황을 꾸준히 만나 외교 현안에 머리를 맞댔다.

미국 대통령으로 교황을 처음으로 만난 이는 제28대 대통령 우드로 윌슨(1913∼1921년 재임)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승전국과 패전국의 강화회의를 조율하던 파리평화회의 참석 차 유럽에 머물던 윌슨 대통령은 1919년 미국 추기경의 조언에 따라 바티칸을 방문해 베네딕토 15세 교황과 회동했다.

두 사람은 전후 유럽의 복구와 재건을 논의하면서 당시 유럽에서 온 가톨릭 노동자들이 미국 여러 도시에 터전을 잡고 민주당으로 유입되는 현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당 출신 윌슨 대통령이 교황을 만난 데에는 이러한 정치적인 배경도 숨어 있었다.

첫 만남이다 보니 어색한 장면도 연출됐다. 가톨릭 신자들이 교황이 축복을 내릴 때 가톨릭을 믿는 대통령 수행인원들이 무릎을 꿇은 것과 달리 개신교 장로교 신자로 교황의 강복에 관심이 없던 윌슨 대통령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제2차 세계 대전과 대공황으로 세계가 요동을 친 시기를 거쳐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1959년 바티칸을 찾아 요한 23세 교황과 만났다.

그러나 종교 개혁에 불을 붙인 청교도주의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인 미국의 특성상 당시까지만 해도 반 가톨릭 정서가 심해 미국 대통령과 교황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다.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미국에서의 가톨릭 정교분리 원칙을 명백하게 선언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당하기 4개월 전인 1963년 7월 바티칸을 방문해 바오로 6세 교황을 만났다.

미국 최초의 가톨릭 신자 대통령으로서 이탈리아 로마와 바티칸에서 카퍼레이드로 수많은 군중의 이목을 사로잡은 케네디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 가톨릭 신자들의 자부심을 일깨웠다는 평과 함께 미국과 바티칸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케네디 사후 바오로 6세 교황은 1965년 역대 교황으로는 최초로 미국을 방문해 뉴욕에서 린든 B 존슨 대통령과 회동했다.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은 교황을 만났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79년 최초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했다.

독실한 개신교 침례교 신자인 카터 대통령은 "미국민은 교황의 백악관 방문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환영했고, 둘의 만남은 1984년 미국과 바티칸의 공식 수교에 물꼬를 텄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반공산주의와 냉전의 투사를 자임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큰 존경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1987년 교황이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내릴 때 직접 공항으로 영접나가 나치와 공산주의의 박해로 평생 고난을 받았음에도 증오보다는 사랑을 설파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칭송했다.

재임 27년간 12차례 이상 미국 대통령과 만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파킨슨병으로 의사소통과 거동이 불편하던 2004년에는 바티칸에서 만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강력한 비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cany9900@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5/09/24 01: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