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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첫 미국 의회 연설…"여러분 상당수도 이민자 가정 출신"

송고시간2015-09-2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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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이민·종교·약자보호 민감한 이슈 전방위 직설 언급의원들 기립박수와 환호로 환대…민감 사안 언급땐 반응 엇갈려50분간 37차례 박수…잔디밭 운집한 수만명에 스페인어로 인사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김세진 특파원 =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4일(현지시간) 역사적인 미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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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 교황이 이전에도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교황이 미 의회 연단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흰색 '수단'(카속·cassock)에 '주케토'(교황 모자)를 쓴 교황이 '공화당 1인자'이자 가톨릭 신자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과 잠깐 회동한 후 오전 10시2분께 합동연설장인 하원 본회의장으로 들어서자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기립박수와 환호로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은 연단 앞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악수를 한 뒤 연단에 올라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하고서 '익숙지 않은' 영어로 첫 연설을 시작했다.

"나는 이 위대한 대륙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교황은 예상대로 기후변화와 이민문제, 종교자유, 약자보호, 사형제 폐지 등 민감한 이슈에 대해 직설적으로 언급했다. 노예제 폐지에 앞장선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과 흑인 인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미국의 가톨릭 사회운동가인 도로시 데이, 미국의 가톨릭 영성작가 토머스 머튼을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먼저 공화당이 가장 강력히 반대하는 이슈 중 하나인 기후변화와 관련해 미 의회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용기 있는 행동과 전략"을 택할 것을 공개로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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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계 이민자를 부모로 둔 아르헨티나 출신의 교황은 이민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은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졌고 여기 있는 여러분 상당수도 이민 가정의 후손일 것"이라면서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 감정을 버리고 똑같은 동료 인간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특히 킹 목사의 '셀마행진'을 거론하면서 "킹 목사가 50년 전 흑인의 완전한 시민권리와 정치권리 실현의 꿈을 실현하고자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한 그 캠페인은 지금도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 미국이 계속 많은 사람에게 '꿈의 땅'이 돼 기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분히 도널드 트럼프를 비롯해 일부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불법이민자를 막고자 남쪽 국경지역에 장벽을 쌓겠다고 하는 등 이민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보이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교황은 이밖에 미국 몇몇 주에서 여전히 시행되는 사형제의 완전한 폐지, 취약층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공정한 성장, 종교·이데올로기의 미명 아래에 자행되는 폭력과의 싸움 등도 언급했다.

교황은 '미국에 하나님의 은총을!'(God bless America!)이라는 말을 끝으로 53분 간의 연설을 끝냈다.

교황은 이날 연설에서 총 37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교황이 선 연단 뒤편에 자리 잡은 존 베이너(공화·오하이오) 하원의장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수시로 박수를 치는 모습도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기립박수는 입장 때 1번, 연설도중 11번 등 총 12차례가 나왔으나 기후변화와 같은 여야가 엇갈린 사안을 언급할 때는 절반가량만 일어서 공화당의 '불편한 속내'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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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의회 연설 직후 발코니로 이동해, 잔디밭에 운집한 수만 명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한 뒤 스페인어로 감사와 함께 짧은 기도를 올렸다. 그리곤 마지막으로 '미국에 하나님의 은총을!'이라고 다시 한번 인사하고는 의사당을 떠났다.

이들 시민은 의사당 건물 정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황의 의회 연설을 지켜봤다.

앞서 교황은 전날 백악관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교황청 대사관저를 나와 잠시 수많은 환영 인파와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한 뒤 의사당으로 향했다.

의사당에서는 '공화당 1인자'이자 가톨릭 신자인 베이너 의장이 건물 밖이 아닌 의사당 내 귀빈실에서 교황을 영접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의회 도서관에 성경 특별판을 증정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sims@yna.co.kr,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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