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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이민자는 형제애로…종교·이념 폭력과 싸워야"(종합4보)

송고시간2015-09-25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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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합동연설서 "환경악화 막기위해 용기·책임있는 해결책 필요"무기 거래 "피에 흠뻑 적셔진 돈" 강력 비판…사형제 폐지도 촉구 교황 첫 의회연설서 2016년 대선 앞둔 정치적 현안 정면 거론노숙자들 점심봉사 "하느님 아들도 집없는 사람", 다음 행선지 뉴욕으로 이동

영상 기사 교황, 미국 의회서 '민감이슈' 정면 제기
교황, 미국 의회서 '민감이슈' 정면 제기

[앵커]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정치권, 나아가 미국 사회의 민감한 갈등 현안을 직접 꺼내들었습니다. 이민자 문제와 사형제 폐지 등이 그것인데요.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입니다. 워싱턴에서 김범현 특파원입니다. [기자] 현지시간 24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상대로 미국의 첨예한 갈등 현안을 꺼내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최근의 시리아 난민 사태 등을 언급하며 먼저 이민자 문제를 화두에 올렸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것을 압니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이민자 문제에 적극 대처해 달라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민자의 수에 놀라 물러서지 말고 그들을 인간으로 봐야 합니다… 항상 인도적이고 공정하며 형제애를 갖고 대처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형제 폐지도 강조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이런 신념(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은 저를 지구에서의 사형제 폐지를 옹호하도록 이끌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용기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미국의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그런가하면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나타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결혼과 가족이라는 매우 기본적인 부분을 비롯해 근본적인 관계가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종교의 모든 근본주의를 경계하는 동시에 종교와 이념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폭력에 맞설 것과 무고한 희생을 낳는 무기 거래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50분간 진행된 연설 도중 모두 11번의 기립 박수가 터졌지만 기후변화, 가족의 가치 등 여야가 대치하는 현안에 대한 언급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습니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TV 김범현입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현지시간)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민자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생애 첫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의회 연설에서 시리아 난민사태를 언급하면서 전쟁과 가난으로 이민을 택한 이들에 대한 지원과 기후변화와의 싸움, 종교적 극단주의 배척, 사형제 폐지 등을 촉구했다.

특히 교황은 전날 백악관 환영행사에 이어 기후변화와 이민자 문제 등 2016년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의 첨예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주저없이 의견을 피력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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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미 의회 연단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황의 연설 도중 기립 박수 12차례를 포함해 총 37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오는 등 열렬한 환영 분위기였다.

교황 뒷자리에 앉아 연설을 지켜보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시종 감격의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으며, 교황이 이민자 문제를 언급할 때 공화당 대선 주자이자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인 마르코 루비오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먼저 교황은 이민자 문제와 관련, "국가 건설은 우리가 항상 타자들과 관계해야 함을 인식할 것을 요청한다"며 "호혜적 연대의 감정을 갖고 적대 감정을 버려야 한다"며 '이민자 국가'인 미국이 이민자 문제 해결에 선제적으로 나설 것을 요청했다.

특히 교황은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고(故) 마틴 루서 킹의 연설을 상기시키며 시리아 난민사태를 언급, "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위기"라며 "그들을 외면했던 과거의 죄와 실수를 거듭해서는 안 되며, 항상 인도주의적이고 공정하며 형제애를 갖고 대처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 대륙에서도 수천 명이 더 좋은 삶과 사랑하는 가족, 더 좋은 기회를 찾기위해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멕시코 등 이민자 문제를 상기시키며 "그들의 수에 놀라 물러서지 말고, 그들의 얼굴을 쳐다보고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그들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등 그들을 인간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신약성서 마태복음 7장12절의 '남이 네게 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남에게 하라' 구절을 언급하며 "이 룰을 명확하다. 우리가 대우받고 싶은 것과 같은 열정과 동정으로 다른 사람을 대우하라는 것"이라며 "이 대륙의 사람들은 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대부분이 한때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인간 행동에 의한 기후변화를 막고 환경보호를 위해 자연 자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며 "우리는 변화를 만들 수 있고 미국, 특히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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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교황은 "인간의 행위가 일으킨 환경 악화의 가장 심각한 결과를 막기 위해 용기 있고 책임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 의회의 많은 보수주의자가 기후변화는 단지 인류의 산업과 농업의 결과인 만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탄소배출 규제에 반대하고 있음에도, 기후변화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이어 교황은 종교와 정치의 극단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교황은 "어떤 종교도 개인적 망상이나 이념적(이데올로기적) 극단주의의 형태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 모두가 모든 종류의 근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종교의 자유, 지식추구의 자유,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한편으로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 체제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폭력과 싸우기 위해 섬세한 균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교황은 미국이 세계 최대 무기 거래국인 점을 의식한 듯 "왜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개인과 사회에 끼치려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에게 팔리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슬프게도 그 답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단순히 돈이다. 피에, 특히 무고한 피에 흠뻑 적셔진 돈"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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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이런 부끄럽고 비난받을 침묵에 맞서 무기 거래 문제를 직면하고 중단토록 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또 교황은 사형제와 관련, "성서의 황금률은 생명의 모든 단계에서 인간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우리에게 부여했다"며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하며 지구에서 사형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치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끊임없고 단호하게 공동선을 추구함으로써 동료 시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의 입법 작업은 늘 모든 국민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미국의 '돈 정치'를 염두에 둔 듯 "만약 정치가 인간에 대한 봉사라면 경제와 돈의 노예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회 연설을 마친 교황은 워싱턴 D.C.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노숙자와 저소득층의 점심 봉사를 하기 위해 성패트릭 성당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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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400여 명의 노숙자 등이 모인 가운데 기도에서 "하느님 아들도 이 세상에 올 때 집 없는 사람이었다"고 위로한 데 이어 식사하는 노숙자들에게 "부엔 아페티토(식사 잘 하세요)"라고 말한 뒤 악수하고 포옹했다.

한편, 성패트릭 성당 방문을 마친 교황은 이날 오후 4시 다음 방문지인 뉴욕발 항공편에 오른다.

총 5박6일의 일정 가운데 2박3일을 마친 교황은 오는 27일까지 유엔총회 연설, 9·11테러 희생자 추모 박물관 방문과 유족 만남, 매디슨 스퀘어 가든 및 센트럴 파크 미사 집전(이상 25일), 필라델피아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성당 미사 집전(26일), 세계 천주교가족대회 거리행진(27일)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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