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재 가격, 금융위기後 최저 수준(종합)
송고시간2015-10-01 10:53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 국제 원자재 가격이 중국발 수요 둔화 등으로 말미암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1일 국제금융계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2009년 3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구리와 알루미늄 등 주요 금속들 가격도 세계경제를 수렁에 빠뜨렸던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 경기의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전문가들의 관측 등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 등 획기적인 호재가 없는 한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 유가 3분기 25% 하락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45.09 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초 이래 최저 수준이다.
WTI 가격은 지난 2분기 말의 60.44 달러에 비하면 25% 하락했다.
배럴당 100 달러를 넘었던 지난해 8월에 비하면 반 토막 수준에도 못 미친다.
중국발 쇼크로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던 지난 8월 24일에는 WTI 가격이 배럴당 38.24 달러까지 떨어졌다.
국제 유가는 세계 2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미국 셰일 업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의 치킨 게임에 따른 공급 증가가 겹치면서 급락했다.
이런 가운데 유가가 추가 하락한다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경제 전문 일간 RBK는 지난 21일 러시아 정부가 내년 유가가 배럴당 30∼35 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20 달러까지도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RCMA 에셋매니지먼트의 더그 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이란이 시장에 복귀하고 사우디 아라비아가 산유량을 줄이지 않고, 거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해 연말까지 형편없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라면서 유가가 30달러대 초반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OPEC 국가들이 미국의 셰일 산업을 고사시키기 위한 물량 공세를 중단하고 감산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대두하면서 원유 가격이 바닥을 찍고 추세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리, 알루미늄 등 광물 가격 하락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금속 가격도 3분기 들어 큰 폭으로 하락했다.
30일 구리 선물 가격은 t당 5,160 달러로 2분기 말(t당 5,765 달러)에 비해 10.5% 내리면서 2009년 7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작년 연말 t당 6,300 달러였으며 지난 8월 24일에는 t당 4,935 달러까지 떨어졌다.
알루미늄 선물 가격도 지난 6월 말 t당 1,691 달러에서 t당 1,577 달러로 6.7%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4분기에도 세계 금속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하강에다가 미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금속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29일 발전용인 유연탄과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장기적으로 최대 1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안화 추가 절하 가능성도 원자재 시장을 불안에 떨게 하는 악재다.
국제금융센터의 이치훈 박사(중국팀장)는 위안화가 10% 절하 시 원자재 가격이 15%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광물회사들이 9월 들어 생산량을 줄이면서 원자재 가격 폭락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오정석 부장(원자재팀장)은 구리와 알루미늄 등 주요 금속들이 글렌코어를 비롯한 광물회사들이 생산량을 줄이는 등 감산 움직임으로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 부장은 10월 중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은데다 중국 당국도 통화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4분기에도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 강력한 부양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시장에서 예상하는 만큼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6.8∼6.9%로 7%를 밑돈 것으로 발표되더라도 기술적 반등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원자재 업계 흔들…자원 수출국 위기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관련 업계는 실적이 악화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위태로운 상황이다.
브라질,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 자원 신흥국들은 경제 위기에 직면해있다.
스위스 광물업체 글렌코어는 부채 규모에 대한 우려로 지난달 29일 주가가 한때 사상 최저 수준인 30%나 폭락했다.
호주 주요 철광석 업체인 BHP빌리턴의 주가도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광산 업체나 노르웨이·캐나다 등 산유국 석유기업들이 잇따라 대량해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브라질은 투기 등급으로 전락하고 헤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추락했으며 말레이시아도 링깃화 가치가 1990년대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국으로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호주는 철광석 등의 수출 급감으로 호주 달러 가치가 지난 12개월간 20% 하락한 데 이어 내년까지 최대 5% 더 떨어질 것으로 블룸버그는 예측했다.
duckhw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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