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개장 한달 부산여객터미널 '곳곳 하자투성이'

송고시간2015-10-01 11: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크루즈 입항 1척도 없어…'반쪽 터미널' 전락하역부두엔 분진 '풀풀', 접근성 '꽝' 이용객 불편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 북항재개발 지구에 가장 먼저 입주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문을 연 지 1일로 1개월을 맞았지만 곳곳에서 시설 하자가 발생하고 이용객들의 불편 또한 계속 되고 있어 졸속 개장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더구나 발생한 각종 하자 중에는 단순한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 당시부터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체적 부실시공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 '이름만 크루즈 부두'…한달간 1척도 입항하지 않아

부산항 1부두에서 37년 만에 북항재개발지로 이전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은 2만t급 국제여객선이 댈 수 있는 선석 5개, 500t급이 댈 수 있는 선석 8개, 10만t급 크루즈선박이 댈 수 있는 선석 1개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크루즈부두에는 지난달 1일 개장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이 곳에 입항한 크루즈선은 단 1척도 없다.

16만t급 이상 대형 크루즈는 터미널 앞에 놓여 있는 부산항대교에 걸려 아예 입항이 불가능하고 10만t급이라도 새 터미널 입항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개장 한달 부산여객터미널 '곳곳 하자투성이' - 2

이 기간 20여 척의 크루즈선이 부산항을 찾았지만 모두 감만부두나 영도국제여객터미널에 정박했다.

크루즈 선박들이 새 터미널 정박을 기피하는 이유는 CIQ(세관, 출입국 관리, 검역) 심사를 받으려면 관광객들이 부두에 내려 840m나 떨어진 터미널 청사까지 걸어 가야하는 불편 때문이다.

크루즈 관광객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인층이라는 사실을 감암하면 1km에 육박하는 거리를 걸어서 간다는 것은 크루즈 업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개장 한달 부산여객터미널 '곳곳 하자투성이' - 3

이 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은 애초 설계 때 통관 수속이라는 요소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 이를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는 크루즈 승객들이 CIQ 심사를 선상에서 받으면 터미널에 있는 검색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관광버스를 통해 부산항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크루즈 부두를 터미널에서 가장 먼 서쪽 끄트머리에 배치했다.

그러나 건물 골격이 거의 완공될 무렵인 2013년 9월 국정원이 부산항 보안강화를 위해 모든 승객이 CIQ 검색장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면서 선상 심사는 없던 일이 됐다.

이 문제는 이날 열린 국감에서도 도마위에 올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우남 위원장은 부산항만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크루즈 승객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령자여서 터미널과 약 1km나 떨어진 부두에 배를 접안시킬 크루즈 선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부산항만공사와 해양수산부는 반드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국적선사인 팬스타드림호(2만1천688t)가 주말에 운용하는 '부산항 원나잇 크루즈'상품의 경우 관광객들이 이전한 터미널이 아닌 기존 1부두를 이용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측이 새 터미널 설계 당시 국제여객 게이트만 만들어 국내 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 게이트를 아예 만들지 않은 탓이다.

항만공사 측은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터미널 일부 벽을 허물어 국내항로 운항 여객선 게이트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화물부두엔 시멘트 분진 '풀풀', 조명 어두워 작업 불편

터미널 청사에서 왼쪽에 위치한 카페리선 부두의 경우 시멘트 양생 불량으로 표면에서 분진이 일어나면서 하역 근로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추운 겨울에 시멘트 양생작업을 하는 바람에 표면이 제대로 붙지 않고 떨어져 나가면서 먼지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새 터미널에서 하역작업을 하는 K사 한 직원은 "시멘트 분진 때문에 근로자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며 "2천300억원을 들인 시설이 이래서야 되겠느냐"며 불평을 쏟아냈다.

분진 문제뿐만 아니라 부두 조명탑의 위치가 잘못돼 야간에는 하역작업 때 안전사고 우려가 높다.

카페리 부두에는 4대의 조명탑이 있으나 작업이 주로 이뤄지는 부두 끝부분까지 불빛이 닿지 않고 있다.

K사의 이 직원은 "조명탑 근처에 컨테이너를 2∼3층 쌓아놓으면 그 뒤편은 그늘이 지면서 아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며 "하역 업무를 고려하지 않은 조명탑의 위치도 문제지만, 기존 터미널보다 하역 공간이 좁아 신속한 선적과 하역이 이뤄지지 못하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장 한달 부산여객터미널 '곳곳 하자투성이' - 4

분진과 조명탑 문제에 앞서 부산항만공사는 카페리 부두 안벽 높이가 선박의 화물 적재 지점 높이와 맞지 않아 화물을 싣고 내리는 데 어려움이 뒤따르자 부두 5개 지점의 안벽 높이를 30cm 가량 깎아내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는 "분진 흡입 청소차량을 투입해 수시로 먼지를 제거하고 조명 문제는 승객 연결 통로인 갱웨이 벽면에 있는 조명을 밝혀 작업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접근성 '꽝'…이용객들 뿔 났다

개장 한달을 맞았지만 터미널 이용객들의 접근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연간 120만명의 승객이 이용할 터미널이지만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한 교통체계 마련과 시설투자에는 너무 인색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기존 터미널은 도시철도 중앙역에서 약 300m떨어져 있었지만 새 터미널은 도시철도 초량역에서 직선거리로 600여m로 이동거리가 2배로 늘어났다.

초량역에서 하차할 경우 제대로 된 보행로도 없는 200m 가량의 어두운 굴다리를 걸어서 통과해야 한다.

부산역에서 하차하더라고 역사 후문으로 나가 차량 통행량이 많은 8차선 충장로를 건너야 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어렵게 터미널 청사 앞에 도착하더라도 2층 입국장을 바로 가는 통로가 없어 1층 주차장으로 들어가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부산역에서 출발하는 순환버스가 있으나 배차 간격이 30여 분으로 긴 데다 터미널을 경유하는 시내버스 노선도 2개뿐이어서 이용객들로부터 불평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추석연휴를 맞아 일본 오사카를 가려고 터미널을 찾은 김미진(50·여)씨는 "도시철도에서 새 터미널을 가는 안내방송을 하지 않아 어느 역에 내려야 하는지 조차 몰라 헤맸다"며 "어떻게 해 1호선 부산역에 내렸지만 1km가 넘는 길을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가기에는 너무 힘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접근성과 함께 터미널 내 편의시설도 태부족하다. 여객선과 쾌속선의 출국과 입국이 한꺼번에 이뤄질 때는 특정시간대에 수백명이 몰리지만 식당은 3층 출국장에 단 1곳뿐이어서 식장 주변이 난장판을 이루기 일쑤다.

터미널 청사 외형을 고래의 유영과 파도의 역동성을 형상화하는 모양으로 설계하면서 상당수 입주업체 사무실에 창문이 없어 공기순환이 안되는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입주업체 직원들로부터 "숨이 막힐 것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벽을 뚫어 창문을 만드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새 터미널에 입주한 국제여객선사의 한 인사는 "하역장, 통관수속 통로 등 정작 필요한 시설은 좁거나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고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곳은 크게 만들어 놓은 것 같다"며 "이는 설계 당시 이용자와 수요자들의 의사를 설계에 적극 반영하지 않고, 시공자 중심의 설계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ljm703@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