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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 탈취범 범행부터 검거까지 4시간의 재구성

송고시간2015-10-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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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실탄 탈취된 부산 실내사격장 CCTV
권총·실탄 탈취된 부산 실내사격장 CCTV

(부산=연합뉴스) 3일 오전 9시 40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업주를 흉기로 찌르고, 45구경 권총 1정과 실탄 30∼40발을 들고 도주했다. 경찰은 사진 속 남성을 추적하고 있다. 2015.10.3 <<부산진경찰서>>
pitbull@yna.co.kr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권총 탈취범 홍모(29)씨가 부산 서면의 한 실내사격장을 찾은 것은 3일 오전 9시30분께다.

장발의 홍씨는 점퍼 차림에 모자를 푹 눌러써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사격장 안에는 여주인만 혼자 있었고,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홍씨는 총을 빌리려고 '사격 일지'에 이름과 나이, 휴대전화 번호를 썼다.

탈취범에게서 압수한 권총과 실탄
탈취범에게서 압수한 권총과 실탄

(부산=연합뉴스) 경찰이 권총과 실탄 탈취 도주범 홍모(29)씨에게서 압수한 45구경 권총과 실탄 19발. 2015.10.3 << 부산경찰청 >>
osh9981@yna.co.kr

모두 가짜였다.

사격장 업주 전모(46·여)씨는 홍씨가 일지를 작성한 것을 확인한 뒤 안내대 안 금고에서 홍씨가 요구한 45구경 권총 1점과 실탄 50발을 꺼냈다.

전씨는 총기를 들고 4개의 사로가 있는 발사대로 이동해 1번 사로에 있는 체인모양의 안전장치에 총을 연결한뒤 홍씨에게 건냈다.

안전장치는 아마추어 사격 애호가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총을 쏘는 것을 막기 위한 장비다. 초보들은 총알이 발사될 때의 반발 충격에 못 이겨 총구가 천장이나 양옆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안전장치는 그런 극단적인 경우를 막아준다.

하지만 이 장비는 총기가 탈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것은 아니어서 누구나 쉽게 탈부착이 가능하다.

괴한이 권총 탈취한 부산 사격장
괴한이 권총 탈취한 부산 사격장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3일 오전 9시40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업주를 찌르고 사격장에 있더 45구경 권총 1정과 실탄 30∼40발을 들고 달아났다.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실탄사격장 주위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는 모습. 2015. 10.3
ready@yna.co.kr

홍씨는 50발 중 20발을 쐈다.

30발이 남았지만, 홍씨는 그만 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업주가 다가와 안전장치를 풀어줬고 홍씨는 이때 총기 탈취를 시도했다.

격렬하게 몸싸움이 벌어졌다. 홍씨는 흉기를 꺼냈고 전씨의 하복부를 한차례 찔렀다.

전씨가 쓰러지자 홍씨는 들어왔던 입구가 아닌 뒷문으로 나가며 종적을 감췄다.

홍씨가 행적이 포착된 것은 약 3시간 정도가 흐른 뒤다.

호송차에서 내리는 권총 탈취범
호송차에서 내리는 권총 탈취범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3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산진경찰서에 이날 오전 실내사격장에 침입해 여주인을 흉기로 찌르고 권총과 실탄을 빼앗아 달아난 홍모(29)씨가 검거돼 경찰에 압송되고 있다. 2015.10.3
ready@yna.co.kr

경찰이 실내사격 내 폐쇄회로TV를 조사해 지난 1일 홍씨가 이 사격장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 신원 파악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홍씨는 당시 사격장을 방문해 사격일지를 작성하면서 실제 이름을 적었다가 볼펜으로 까맣게 지운 뒤 가짜 이름과 연락처를 썼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홍씨가 지운 부분을 과학수사 기법으로 분석해 신원을 확인했고, 총기대장에 남아있는 홍씨 지문이 실제 이름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범인임을 확신했다.

휴대전화 번호도 곧 파악됐고, 그때부터 홍씨의 이동 행적은 실시간으로 경찰에게 알려졌다.

홍씨의 첫 위치는 해운대구에서 파악됐다. 홍씨의 집이 있는 곳이다.

권총 탈취범 범행부터 검거까지 4시간의 재구성 - 5

이후 홍씨는 기장군으로 이동하는 것이 포착됐다.

자택 근처에서 홍씨가 택시에 올라타 이동을 했다고 한다.

기장군의 한 도로에서 검문하던 기장경찰서 소속의 형사는 비슷한 인상착의의 남자를 발견하고 홍씨의 이름을 부르자 홍씨는 얼떨결에 "예"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경찰과의 짧은 몸싸움이 벌어졌고 홍씨는 곧 검거됐다.

범행이 일어난 지 4시간 만이었다.

홍씨는 경찰에 "자살하려고 권총을 탈취했고, 기장에 아는 낚시터가 있는데 죽으려고 이동하는 길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방문했을때는 사격장에 직원이 두명이 있어서 범행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주가 긴급 수술을 받고 있고 홍씨도 진술하는 중이어서 범행시간 전후의 자세한 행적이 완전히 파악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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