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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실탄사격장 총기관리

송고시간2015-10-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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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 3일 부산의 한 실내 실탄사격장에서 45구경 권총과 실탄 19발을 탈취한 홍모(29)씨는 이를 이용해 우체국 현금을 털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홍씨는 경찰에 붙잡힌 직후에는 총기와 실탄을 강탈한 이유에 대해 "사업실패로 자살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도주하면서 버린 가방에서 발견된 비니(두건처럼 머리에 딱 달라붙게 뒤집어 쓰는 모자)에 눈구멍을 뚫은 이유를 집중 추궁받자 그제야 진짜 범행 목적을 자백했다고 한다. 경찰이 신속한 추격에 나서 범행 4시간 만에 붙잡았기에 망정이지 자칫 우체국에서 총기강도 짓을 벌이다가 인명피해까지 내는 대형사건으로 이어질 뻔했다.

홍씨의 총기·실탄 탈취 과정에서 드러난 실내 실탄사격장 관리의 문제점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사격실 내에 사격장 관리자나 안전담당 종업원 없이 사격하는 사람을 혼자 둬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홍씨가 실탄 50발을 수령해 20발을 쏘고 난 뒤 남은 실탄 19발과 권총을 탈취할 당시에는 여주인만 혼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또 사대에 권총을 거는 고리는 사로에서 총구를 표적지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기능만 있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고리를 풀어 권총을 빼낼 수 있었다고 한다. 사격장 내 안전사고만 대비했지 홍씨처럼 총기를 이용한 범죄에 대해서는 전혀 대책이 없었던 셈이다. 이미 9년 전에 서울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권총과 실탄을 탈취한 범인이 국민은행 강남PB(프라이빗뱅킹) 센터에서 권총강도짓을 벌여 실내사격장의 권총과 실탄이 2차 범죄에 사용될 수 있는 위험성은 실증됐음에도 실내사격장의 총기 관리가 여전히 허술했던 것이다. 이와함께 홍씨가 범행 당일 총기 대여일지에 작성한 이름과 주민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도 모두 엉터리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내사격장 측이 총기 대여 및 실탄 수령 과정에서 신분증을 제시받고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내사격장 측이 총기와 실탄이 탈취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허술하기 짝이 없게 관리하고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권총 실탄사격장의 허가와 관리감독을 맡은 경찰도 부실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내 권총 실탄사격장은 전국에 모두 14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방경찰청장이 허가를 내주고 관할 경찰서에서 매달 한 번씩 점검하게 돼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격장 안전관리자 선임 등 외에는 총기관리 수칙이나 신분확인 등에 대해 사실상 단속이나 안전관리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별로 없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맡은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사격장에서 허술하게 총리 관리를 해 인명사고가 났지만 법령만 따져보면 사격장 측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게 없을 정도"라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면 지금까지 관련 법규조차 정비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실내사격장의 총기가 2차 범죄를 위한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실례가 있었는데도 이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경찰청은 하루 만에 총기 고정장치에 잠금장치가 없는 실탄사격장에 대해 영업중단 조치를 취하고, 본인임이 확인되지 않으면 총기대여를 못하게 하는 등 실탄사격장 안전강화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당장 취해야 할 조치들이지만 단발성 대책으로 끝낼 일은 아니다. 실내 실탄사격장의 실태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의 총기 안전을 위협하는 구멍이 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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