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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크리스토퍼 도일 "내가 본 것을 나눈다"

송고시간2015-10-0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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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왕자웨이(王家衛)의 '아비정전', '중경삼림', '화양연화', '해피 투게더', 천커신(陳可辛)의 '첨밀밀', 류웨이장(劉偉强)의 '무간도'….

나열된 제목만으도 화려한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63)의 카메라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다.

호주 출신인 도일은 대만으로 건너와 촬영감독이 됐고 홍콩에서 세계적인 거장이 됐다. 할리우드에도 다녀왔지만, 촬영감독으로서 그의 '제자리'는 홍콩이다.

그런 그가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직접 연출한 '크리스토퍼 도일의 홍콩 삼부작'을 들고 찾아왔다.

그가 촬영한 '화양연화'가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 전문가들에게 물어 선정한 '아시아 영화 100선' 가운데 3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홍콩 3부작'이 상영된 4일 오후 해운대구 CGV 센텀시티에서 도일 감독은 춤을 추듯 온몸을 움직이며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관객들과 대화했다. 많은 관객이 영화학도라고 생각하는 듯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영화는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홍콩 3세대의 삶을 보여준다. 실제 홍콩 시민인 출연자들의 목소리를 극화된 이미지와 함께 재구성하면서 홍콩인이 바라본 홍콩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 홍콩에 대한 사랑은 듬뿍 묻어난다.

"저는 호주에서 태어나 40여 년 전에 그곳을 떠났죠. 홍콩은 제가 이곳으로 오게 되는 훌륭한 여정을 만들어줬습니다. 나는 영화를 만들며, 홍콩을 신경 쓰고 사랑합니다. 그들이 스스로 말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인생의 기복, 과거에 대한 향수 등이 그들의 언어로 표현됩니다. 내 일은 그 에너지를 한데 모아 여러분과 나누는 것입니다. 변주된 재즈와 디제이가 내는 소음과도 같은 거예요. 여러분도 더 많은 소음을 만드세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왕자웨이(王家衛)를 비롯한 영화감독들과 함께 고유의 영상미를 만들어온 그는 촬영감독답게 '현재 이 공간'의 의미와 '변하는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말했다.

"저는 이런 멋진 공간에서 수많은 생각을 함께 나누고 이미지를 전달합니다. 이 이미지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정된 '시네마'의 이미지가 아니라 움직이는 '무비'를 만들어 갑니다."

어떻게 이미지를 만들어내는지 구체적으로 묻는 관객에게 그는 "일부러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분석하기보다는 눈이 목격한 대로 여러분에게 전달하는 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내가 본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실패를 걱정하지 마세요. 끊임없이 계속하면 되니까. 사람들이 말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여러분이 직접 하세요."

그는 세계 영화계가 거대한 블록버스터와 소소한 온라인 동영상의 양극으로 나뉜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그 사이의 간극을 좁히려고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거대한 박스오피스 흥행작이나 애완견이 창문 밖으로 뛰쳐나가는 유튜브 영상만 있습니다. 제가 시도하는 것은 그 둘 사이의 공간을 메우는 영화예요."

이 영화의 부제는 'Preschooled(미취학) Preoccupied(선점된) Preposterous(터무니없는)'로 3부의 구성요소를 설명하는 낱말로 이뤄졌다.

"사실 3P는 'Personal(개인적), Political(정치적), Poetic(시적)'이 적합합니다. 그게 인생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면서 우리가 영화에서 성취하려는 것이니까요."

<부산영화제> 크리스토퍼 도일 "내가 본 것을 나눈다" - 2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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