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울리는 노벨상 수상 전화벨…"전화 끊지 마"
송고시간2015-10-05 11:50
스웨덴 점심 시간때 수상자 발표…미국은 새벽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노벨상 후보에 거론되는 것만으로 설레서 잠을 자지 못할 것 같지만 몇몇 노벨상 과학 분야 수상자들은 시차 때문에 자다가 수상 소식을 듣는다.
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노벨상 수상 발표는 스웨덴 시간으로 점심때 이뤄지기 때문에 6시간에서 9시간 시차가 있는 미국에 거주하는 과학자들은 수상 소식을 이른 아침 또는 새벽 잠결에 전화로 통보받는 경우가 많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과거 수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노벨상 수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의 상황과 수상자들의 심정 등을 소개했다.
2003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피터 아그레 박사는 오전 5시30분 받은 전화의 내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당신이 노벨 화학상을 받았으니 기자회견이 있을 것이고 전 세계가 보고 듣게 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화로 들었다고 말했다.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폴 그린가드 박사는 당시 잠을 자다가 오전 5시15분에 걸려온 전화를 받아 깼다고 말했다.
그는 딸이 전화를 받았고 전화에 깬 자신이 내선을 통해 통화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린가드 박사는 "딸이 상대방에게 나를 깨우기를 원하느냐고 물었고 상대방은 자신을 노벨 위원회의 한스 외른발 사무국장이라고 소개했다"며 "그래서 당시 '전화 끊지 마'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에릭 캔들 박사 역시 오전 5시 외른발 사무국장의 전화로 수상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른발 사무국장이 수상 사실을 한 시간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된다고 해서 잠도 자지 못하고 한 시간 뒤 동료에게 전화를 돌렸다"고 덧붙였다.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칼 위먼 박사는 노벨위원회가 아닌 형제의 전화를 받고 수상소식을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노벨위원회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몰랐기 때문에 형제에게 연락이 갔고 노벨 위원회가 아닌 형제로부터 수상소식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위먼은 "내 첫 번째 반응은 나를 놀리려는 농담일 것 같아서 인터넷에 들어가 수상자 발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200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 마틴 챌피 박사는 심지어 수상 소식을 전하는 전화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자는 동안 전화벨 소리를 들었지만 이웃집 전화인 줄 알았다"며 "아침 늦게 일어났고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수상했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후 노벨상 홈페이지에 들어가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뒤 놀랐다고 덧붙였다.
2009년 노벨 생리 의학상 수상자인 캐럴 그라이더 교수는 당시 수상이 예측됐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아침 일찍 세탁을 하지 않지만, 발표날은 세탁을 일찍부터 했고 이후 실내 사이클 운동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라이더 교수는 노벨상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고 친구에게 전화해 노벨상을 받아서 오늘 사이클 운동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trum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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