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가뭄 비상> 하늘만 쳐다볼 수 없다…4대강 물 활용 나서

(세종=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올봄 경기와 강원 등에 '40여년만의 가뭄'이 발생하고 7일 현재 충남을 중심으로 가을 가뭄이 계속되자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4대강 사업으로 모아진 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세를 얻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 충남 부여군 백제보 등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16개 다기능 보는 극심한 가뭄에도 저수율이 100% 안팎이지만, 보들에 가득 찬 물 7억2천t은 가뭄 때 주변 농경지를 적셔주는 역할밖에 못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여주시에는 이포보를 비롯해 여주·강천보 등 4대강 사업으로 남한강에 만들어진 보가 3곳이나 있지만, 농지 7천800㏊ 중 남한강 물을 이용하는 곳은 전체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정부는 뒤늦게 4대강 보의 물을 가뭄 지역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제72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충남 서북부 지역의 식수원인 보령댐 상류와 백제보를 잇는 관로 건설이 결정됐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에서 가뭄 지역으로 관로를 통해 물을 대량 공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국토교통부는 설명했다.

내년 2월까지 백제보∼보령댐 상류 21㎞에 직경 1.1ｍ짜리 관로를 매설하고 취수장과 가압장 각 1곳을 건설해 하루 11만5천t씩 용수를 공급하는데 62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앞서 4월 '4대강 수자원 활용 개선방안 수립' 용역도 발주했다. 국토부 등은 "극한 가뭄이 예상 또는 발생 시 댐·보·저수지 등의 물을 최적 활용할 수 있는 선제 대응 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총 1조913억원을 들여 4대강 보 11개에서 전국 농업지구 20곳으로 물 1억t가량을 공급하도록 수리시설을 보강·신설하는 내용인 '하천수 활용 농촌용수 공급사업 마스터플랜'(안)을 작년 마련했다.

마스터플랜에 대한 사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농식품부는 이를 바탕으로 내년께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이포보 물을 여주·이천시 일대 농지 1천70㏊에 공급하는 '백신지구 다목적 농촌용수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2018년까지 양수장 2곳, 송수관로 5.8㎞, 용수로 73㎞를 짓는 이 사업에는 총 1천29억원이 투입된다.

올해 가뭄이 극심한 데다가 환경부 등이 2월 '2014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내놓고 앞으로 가뭄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가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4대강 물을 어떻게든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만,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나 투입했고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으로 떠안은 빚과 이자 등을 갚는 데 2036년까지 매년 약 3천억원의 혈세를 지원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미 확보한 물을 쓰려고 또 수조원을 들이는 문제가 지적된다.

정부는 지난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수자원의 체계적 통합관리 방안'도 확정했다.

정부는 '댐 건설 장기계획'에 담긴 14개 중·소규모 댐 건설을 차례로 추진해 물 1억5천만t을 확보하고 올해부터 소규모 저수지 245개를 확충하기로 했다. 빗물저류지 43곳 건설도 계속 진행한다.

아울러 도서·산간 등 상습 가뭄지역에는 지하수 관측정과 해수담수화 시설을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각 부처의 물 정보를 취합하는 역할만 하는 '물관리정보유통시스템'을 홍수·가뭄 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체계로 강화하고 국무총리실에 물관리협의회를 만들어 물관리 정책의 '컨트롤 타워'로 삼기로 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가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 보령시는 '한발대비 용수개발사업'에 예산 3억원을 확보해 연말까지 농업용 중형관정 22곳, 식수용 대형관정 11곳을 개발한다.

태안군은 정부보조금과 예비비 16억5천만원을 투입해 관정 20곳, 양수장 3곳과 송수관로 4㎞ 등을 건설하고 저수지·하천을 준설한다.

전북·강원·경북·경남도도 주민에게 물 절약을 홍보하는 한편 저수지·관정 등 수리 시설을 신설·보수할 계획이다.

jylee24@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5/10/07 06: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