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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개된 알렉시예비치 작품들…핵·전쟁 참상 그대로 담아

송고시간2015-10-0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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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은 2편이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체르노빌의 목소리'(김은혜 옮김·새잎)는 알렉시예비치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경험한 벨라루스 주민 100여 명을 10여 년 동안 인터뷰해 1997년 처음 출간한 작품이다. 사실상 저자가 처음 개척한 분야인 '목소리 소설'이다.

초판에서 몇 인터뷰가 검열로 삭제됐을 정도로 작가는 체르노빌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2008년에 나온 개정판에는 초판에서 빠진 인터뷰와 새로운 인터뷰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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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작품에 여러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담은 것은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때의 공포를 안고 산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핵에너지 연구소장부터 기자, 교사, 정치인, 그리고 피해자의 아이들의 증언을 듣다보면 그들의 고통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제가 알고 싶은 건, 누가 잘못했느냐입니다. 우리가 여기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누가 잘못했는지 밝혀야 합니다. 도대체 누구 탓일까요? 과학자? 발전소 직원? 아니면 세상을 그런 식으로 보는 우리 탓? 물질적인 욕구를, 가지려는 욕구를 멈추지 못한 우리 탓?"(185쪽)

작가는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직후인 2011년 6월 출간된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책이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까지도 반영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체르노빌을 겪어 본 인류는 핵 없는 세상을 향해 갈 것만 같았다. 원자력의 시대를 벗어날 것만 같았다. 다른 길을 찾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체르노빌의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 (중략) 나는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전 세계에서 200만 부가 팔린 작가의 1985년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문학동네)는 바로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8일 한국에 번역 출간됐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는 작가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옛 소련 여성 등 여성 200여 명의 목소리를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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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참전해 저격수가 되거나 탱크를 몰기도 하고, 병원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름도, 얼굴도, 거의 기억되지 못했다.

책에서 입을 연 여성들은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전쟁에 관한 기억을 털어놓는다. 책은 온통 참전 여성들이 쏟아낸 전쟁의 추하고 냉혹한 얼굴, 그들의 겪은 배고픔, 성폭력, 분노와 공포의 단어로 가득하다.

"나는 지금도 악몽을 꾸다 잠을 깨곤 해. 여전히 전쟁터에 있는 끔찍한 꿈……비행기를 몰고 하늘로 날아올라 점점 고도를 높인다 싶었는데……곧장 아래로 곤두박질치지……비록 꿈이지만 비행기가 추락하는 게 그대로 느껴져.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잠에서 깨."(125쪽)

이 책 역시 1985년 첫 출간 됐으며 2002년에야 검열에서 걸러진 부분을 추가해 다시 나왔다. '영웅적인 여성'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고 그들의 아픔과 고뇌에 주목한다는 사실 때문에 일부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가는 "매번 진실이 나를 견딜 수 없게 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한국어로 옮긴 박은정 번역가는 "자기 생각보다 여러 실존 인물의 목소리를 담은 알렉시예비치의 작품은 과연 문학이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지 생각하게 한다"며 "모두 창작으로 이뤄진 기존의 문학 작품과 다르지만 그의 작품은 충분히 우리 삶의 경종을 울리고 되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박 번역가는 이어 "삶이 전쟁의 소용돌이 앞에서 얼마나 철저하게 무너지는지 적어내려 간 그의 작품은 똑같이 전쟁 때문에 고통을 겪었고, 분단된 상태로 여전히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는 한국에도 유의미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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