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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투자매력 커졌다…대외 악재는 여전

송고시간2015-10-1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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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신흥국 위기가 여전히 진행중이지만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도는 높아졌다.

투자자들의 신흥국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과 채권의 위상은 높아져 위기의 신흥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세계 경기 불안,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한국을 둘러싼 대외악재가 여전히 남아 있어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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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분기 신흥국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 상승률, 한국 최고

올해 3분기 신흥시장은 중국 위안화의 깜짝 절하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위기에 몰렸다.

신흥국 통화 가치의 급락 속에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갔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흥국의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순유출한 자금은 모두 400억 달러(46조4천억원)에 달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가 막 시작된 2008년 4분기 때의 1천50억 달러(121조9천억원) 이후 가장 많다.

찰스 콜린스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신흥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급격하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IIF는 올해 신흥국 시장의 자금 순유출액이 5천400억 달러(627조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IIF 전망대로 진행된다면 신흥시장은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자금 순유출을 기록하게 된다.

한국 금융시장도 자금 이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3분기 한국의 순유출액은 28억 달러(3조2천억원)로 집계됐다.

투자자들이 다른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뺐지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비중은 상승했다.

IIF와 시장정보업체 EPFR에 따르면 3분기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비중 변화를 봤을 때 한국은 0.498%포인트 올라 신흥국 31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0.438%p), 인도(0.414%p), 멕시코(0.376%p), 폴란드(0.301%p)가 2∼5위를 차지했다.

중국이 2.174%포인트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브라질(-0.934%p), 인도네시아(-0.284%p), 터키(-0.116%p) 등 통화 가치가 급락한 국가들도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주요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취약성 평가에서도 한국 경제는 최상위 수준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도 있다.

옥스퍼드대 산하기관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3개 주요 신흥국을 대상으로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 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졌을 때 통화가치와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취약성을 평가한 결과 한국은 필리핀((-10.7)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점수(-10.2)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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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자산 매력 상승…"신흥국 차별화 기회"

투자자들의 신흥국 포트폴리오에서 한국 주식·채권의 편입 비중은 9.2%까지 올라갔다.

이는 2008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평균 편입 비중인 8.6%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치다.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에서 한국 비율이 올라간 것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금 유출이 작았기 때문이다.

IIF의 엠레 티프틱 이코노미스트는 "중국(-100억 달러)과 다른 신흥국과 비교할 때 한국 시장의 유출 강도가 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출 대형주의 반등 효과가 나타난 점이 긍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나 외화보유액, 은행 외환건전성 등을 볼 때 한국이 다른 신흥국보다 우수하다는 분석도 많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위험자산인 신흥국 주식과 채권 투자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상황을 한국은 오히려 차별화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중국이 지난 8월 위안화 가치를 전격적으로 평가절하한 이후 신흥국 시장은 요동쳤지만 한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3개월간 10조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감소했지만 2013년 '테이퍼 텐트럼(긴축발작)'과 비교하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감소 규모나 속도, 강도는 당시보다 약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국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 것도 한국이 위기의 신흥국과는 다른 '대접'을 받는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우호적인 정책 환경, 탄탄한 재정상황, 우수한 대외건전성이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린 이유다.

2014년 이후 S&P로부터 AA- 이상 등급으로 상향 조정된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 세계 경기 부진·미 금리 인상 등 악재 여전…한국도 불안

한국 자산시장의 매력도가 올라갔지만 대외 악재가 해결된 것이 아니어서 위기감은 여전하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에 대한 우려는 누그러지기는커녕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세계 경제성장률의 전망치는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장률 전망치를 각각 3.1%, 3.6%로 이전보다 0.2%포인트씩 내렸다.

IMF 전망대로 나온다면 올해 세계 성장률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저로 떨어진다.

특히 신흥국 시장 전망은 여전히 불안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낮춘 5.8%로 제시했다. 이는 2001년의 성장률(4.9%)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다.

통화 가치 추락으로 신흥국 기업들의 빚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IIF는 신흥국 기업(금융사 제외)들의 부채를 10년 전보다 5배 늘어난 23조7천억 달러로 추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신흥시장은 취약성이 점점 커지는 새로운 글로벌 시장 현실에 조정받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현재 세계 금융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신흥국 시장"이라고 경고했다.

올해로 예고된 미국 기준금리 인상도 여전히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악재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시장에 퍼부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이 돈줄을 죄기 시작하면 '유동성 잔치'에 가격이 오른 신흥국 주식과 채권 등 위험자산은 충격을 받는다.

콜린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 불안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으로 신흥국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자금 이탈에 속도가 붙으면 신흥시장 내 높은 평가를 받은 한국 자산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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