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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교과서 발행체제 논란…2년여 만에 국정화 결론

송고시간2015-10-1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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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파동으로 진보-보수간 갈등 본격화…작년부터 공론화 야당·학계 등 반발…2017년 시행까지 진통 예상

국사교과서 발행체제 논란…2년여 만에 국정화 결론 - 1

(세종=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이 12일 발표되면 2017년부터 통합교과서가 적용된다. 현행 검정제가 6년 만에 다시 국정제로 환원된다.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전환 문제는 학계, 정치권 등의 진보와 보수 진영간 첨예하게 맞서는 '뜨거운 감자'였다. 국정화 필요성이 거론된 후 결정되기까지 2년여의 적지 않은 논란의 과정을 거쳤다.

◇ 대통령 취임 후 "교육현장 역사왜곡 바로잡아야"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4개월이 지난 2013년 6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검정제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6·25전쟁을 '북침'이라고 응답한 고등학생이 많았다는 사실이 빌미가 됐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가세했다.

석 달이 지난 2013년 9월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근현대사 연구교실'이라는 의원모임을 꾸리고, 그해 12월까지 모두 10차례 보수 성향의 학자들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당시 김무성 의원은 "우리는 기존 역사교과서의 오류와 왜곡 실태를 파악하는 등 역사문제를 공론화해서 건전한 역사논쟁에 불을 붙였다"고 평가했다.

여기에서 역사논쟁은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파동을 말한다.

2013년 8월30일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위원회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합격 판정을 내리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사실오류가 많다며 반발했다.

국사교과서 발행체제 논란…2년여 만에 국정화 결론 - 2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률은 0%대에 그쳤고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진보와 보수 진영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가 나섰다.

2013년 12월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 검정 단계에서 오류를 완전히 바로잡을 수 있도록 검정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 장관은 작년 1월 당정협의를 거치고 나서 국정 전환을 포함해 근본적인 교과서 체제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2월에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공론화를 통해 국정체제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국정교과서의 전환 검토를 공식화하자 긴장감이 고조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국정 교과서가 획일적 교육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 교육부, 작년 하반기 공론화…올 8월 본격 국정화 시동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작년 8월 국회 인사청문회부터 "역사는 국가가 책임지고 한가지로 가르쳐야 한다"며 국정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교육부는 작년 하반기 공론화 작업에 나섰다.

작년 8∼9월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에 관한 토론회를 두차례 열었고 10월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하여금 여론조사를 하도록 했다.

올 4월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진행한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에 대한 여론조사가 국회의원을 통해 6개월 만에 공개됐다.

일반인 2천명, 교사 5천명, 학부모 3천명 등 1만명이 참여한 설문에서 48.6%는 국정제를, 48.1%는 검정제를 각각 찬성할 정도로 의견이 팽팽했다.

정부와 여당의 국정화 추진이 숨고르기를 거쳐 본격적으로 점화된 것은 8월 들어서다.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원회(연합뉴스 자료사진)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원회(연합뉴스 자료사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진보좌파 세력의 준동'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현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황우여 부총리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필요하면 국정화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검정강화와 국정 전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겠다고 보고했다.

학계와 교육계,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황 부총리는 국정화 여부 결정을 지난 8일 국정감사 이후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강경 대응을 선언한 상황에서 국정감사의 파행을 막기 위해 결정 시간을 미룬 것이다.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자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국정화 분위기 조성에 속도를 냈다. 특히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현행 검정교과서의 '좌편향성'을 집중 거론했다.

새누리당은 이달 1일 당내에 김을동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했고, 교육부가 다음날 이례적으로 브리핑을 열고 1,2심에서 패소한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12명이 대법원에 상고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 김동원 학교정책실장은 2011년판 교과서를 두고는 "북한 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현행 검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무성 대표는 8일 "우리 대한민국 정통성을 격하하고 오히려 북한을 옹호하는 역사 서술이 만연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떤 교과서를 선택해도 국민 정체성과 긍정적 역사를 배울 수 없는 구조"라며 "이런 것을 막고자 하는 게 국론 통일을 위한 국민 통합 역사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검정 교과서는 검정과 집필 기간이 짧아 부실하게 제작될 구조"라며 "미래를 위해 더는 이런 비정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가세했다.

8일 열린 교육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간 격돌이 이어졌고,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장외투쟁 및 예산안·법안심사 연계 등을 검토하는 등 총력 투쟁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11일 새누리당과 당정회의에 이어 12일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야당과 학계,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2017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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