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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비였는데" 환우 모임서 믿고 돈맡긴 조희팔 피해자

송고시간2015-10-1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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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전국 피해자 3만명 추산…"투자 대상 의료기기 본 적 없어"

"암 치료비였는데" 환우 모임서 믿고 돈맡긴 조희팔 피해자 - 1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동네 찜질방에 들어가는 안마의자에 투자하라더라구요. 유방암 치료비로 나온 2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렸습니다."

4조원대 다단계 사기극 '조희팔 사건' 피해자인 서모(51·여)씨는 13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05년 겨울 유방암 진단을 받고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왼쪽 가슴을 도려냈다.

그런 그가 희대의 사기극에 휘말린 건 이듬해 봄. 여느 때처럼 유방암 환우들과 팔공산 등산 모임에 나가면서다.

모임에 나온 환우 대부분이 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을 한푼 두푼 아껴쓰며 건강을 되찾는다는 희망을 품고 살았다.

순진한 환우의 보험금을 다단계 사기 속으로 빠뜨린 이는 같은 모임 환자였다. 불행히도 그 역시 다단계 사기극 피해자였다.

이렇게 지인을 통한 투자 제안 방식으로 다단계 사기 피해자는 급속히 늘어났다.

피해자들은 전국 찜질방, 모텔 등에 임대 해주는 안마기, 교정기 등 각종 의료기기에 투자한다는 말을 믿었다.

최소 투자금 440만원이면 매일 3만5천원을 이자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이었다고 한다.

서씨는 물론 다단계 사기극의 피해자 대부분은 투자 대상인 의료기기 실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매번 들어오는 이자에 사기를 당했다는 의심을 하지 못했다.

이런 수법으로 2004년부터 5년 동안 조희팔 일당이 대구, 인천, 부산 등 전국 피해자 3만명에게 챙긴 금액은 4조원대에 이른다.

경찰은 이 가운데 조씨 일당이 빼돌린 금액은 대략 2조5천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결혼 자금을 날린 20대 여성부터 이 사건으로 자살한 피해자만 10명이 넘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조씨 일당은 수익금 지급이 어려워질 것을 예측하고 2008년 10월 잠적했다. 그리고 두달 뒤 중국으로 도주했다.

2011년 12월 조씨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식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제 서씨는 보험금 돌려 받기를 사실상 포기했다.

그동안 대학에 진학한 아들은 서씨 병원비와 생계비를 마련하느라 학업조차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서씨는 "아는 사람이 투자를 제안하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피해자 중엔 파산하거나 이혼한 집도 있다"고 말했다.

서씨는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조희팔 사기사건 관련 공판에 간혹 방청객으로 참석하고 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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