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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전 성폭행 용의자 잡고보니 사라진 수사기록

송고시간2015-10-1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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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서 시효 임박하자 폐기…DNA로 잡힌 용의자는 재판서 무죄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14년 전 발생한 성폭행 미제 사건의 용의자가 DNA 데이터베이스 조회로 잡혔지만 정작 검찰의 실수로 수사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4일 서울북부지법에서는 2001년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심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피해자 A(당시 25세·여)씨는 2001년 3월 5일 집에서 잠을 자다가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경찰은 남성의 DNA 등 증거를 확보했지만 이를 대조해볼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괴한은 A씨의 눈을 가리고 범행해 A씨도 범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당시 관련 법률에 따라 10년이었고, 2011년 3월 4일이 지나면 A씨는 영원히 억울함을 풀지 못할 처지였다.

그런데 2010년 4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개정되면서 성범죄 사건의 공소시효가 연장됐고, 이 사건의 시효도 20년으로 연장됐다.

5년이 더 지난 올해 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DNA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하던 중 성폭행 현장에서 발견된 DNA의 주인을 찾아냈다.

이 사건 용의자의 DNA가 2003년 특수강간죄로 구속돼 12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있던 이모(41)씨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작년 9월 개정되면서 채증모집범죄군이 확대됐는데, 이씨가 포함되면서 올해 초 법무부 교정본부가 이씨의 DNA를 확보한 덕분이었다.

14년전 성폭행 용의자 잡고보니 사라진 수사기록 - 2

국과수에서 이 사실을 통보받은 검찰은 2001년 당시 수사기록을 검토하려고 자료를 찾았다.

그러나 사건 수사기록은 상당 부분 폐기된 상태였다.

법 개정 후 공소시효 만료가 다가오던 사건의 수사기록을 정리하던 검찰이 실수로 이 사건 수사기록을 대부분 폐기해버린 것이다.

검찰에 남아있는 증거는 2개의 DNA 기록과 기초적인 사건 사실관계, 일부 피해자 진술 정도였다.

검찰은 이씨가 형기를 마친 올해 4월 19일 그를 다시 구속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이씨와 증인 3명의 진술 등을 확보해 이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주거침입강간등)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씨는 시민이 배심원으로 나서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그러고는 검찰의 부실한 증거를 지적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유전자 감정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피해자 A씨는 "성폭행 피해자로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증언하기 싫다"며 국민참여재판을 하지 말아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예정이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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