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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게 추억을, 아이에게 즐거움을" 태권브이 테마 박물관

송고시간2015-10-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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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김청기 감독 "큰아들 성공한 모습 보는 듯해"민병천 총감독 "1976년 시작된 구상…한국형 어벤져스 가능"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추억의 만화영화 '로보트 태권브이'(감독 김청기·1976년)가 체험형 박물관으로 탄생했다.

강동구 고덕동의 복합문화공간 스테이지28에 자리 잡은 '브이센터 라이브 뮤지엄'(Live Museum)은 '로보트 태권브이'를 주제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테마파크로 15일 개장한다.

'로보트 태권브이'는 김청기 감독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청소년기를 보낸 관객들에게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는 훈이와 태권브이는 '꿈과 희망'의 상징과도 같았다.

브이센터는 '로보트 태권브이'의 무대와 상영공간을 상당 부분 되살려놓는 동시에 현대화를 시도했다.

'미러타워'는 1976년 대한극장에 이 만화영화가 걸렸을 때의 모습을 재현해 부모에게 추억의 공간이 되며 13m 높이의 '마스터 태권브이'가 있는 '격납고'는 만화 속 무대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공간이다.

이에 더해 훈이와 태권브이의 최초 가동 훈련 현장을 가로 21m, 세로 13m 크기의 화면에 옮기고, 실제 움직임을 더한 4D 상영관 '태권브이 더 라이드-4D', 어린이들에게 태권브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설명해주는 '사이언스랩'도 마련됐다.

"어른에게 추억을, 아이에게 즐거움을" 태권브이 테마 박물관 - 2

민병천 브이센터 총감독은 14일 개관식 후 기자들과 만나 "각 섹션에서 15~20분씩 총 10개 섹션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구조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민 감독은 '유령', '내츄럴시티', '코코몽' 등을 연출한 영화감독이다.

"어린 나이에 '로보트 태권브이'를 대한극장에서 보면서 '나도 나중에 태권브이를 만들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그때 이미 시작된 거죠. 태권브이 관련 물품을 조금씩 수집했고 태권브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박물관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브이센터는 건물 외관을 제외한 콘텐츠 구성에만 100억원이 든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13m 높이의 '마스터 태권브이' 제작에만 100명이 투입돼 1년 반을 매달렸다.

이 대형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 배경에는 원로배우 신영균 신영균예술문화재단 회장의 지원이 있었다. 브이센터가 들어선 곳은 신 회장이 문화복합공간으로 조성한 '스테이지28'로, 신 회장은 브이센터가 무상으로 이 공간을 이용하도록 했다.

"제가 만든 애니메이션 '코코몽'의 테마파크가 제주(신 회장이 만든 신영영화박물관 옆)에 있어요. 그 인연으로 신 회장님을 만나 함께 태권브이를 복원해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스테이지28'의 첫 단계로 브이센터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박물관 측은 카이스트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의 과학기술 자문을 통해 태권브이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자문했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13m 크기로 '격납고'에 자리 잡은 '마스터 태권브이'다. 실제로 레이저 빔을 쏘고 팔을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보트 태권브이'를 탄생시킨 '아버지'인 김청기 감독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고 했다.

"영화를 만들 때도 월트 디즈니의 디즈니랜드를 선망했어요. 큰 규모든 작은 규모든 늘 꿈이 있었죠. 결국 남는 것은 그거니까. 민 감독 같은 후배들의 열정으로 이렇게 꿈이 이뤄졌어요. (브이센터가) 완성된 모습을 보니 감격해 눈물까지 나려고 했습니다. 큰아들의 성공한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어른에게 추억을, 아이에게 즐거움을" 태권브이 테마 박물관 - 3

김 감독은 '젊은 후배들이 새로운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기술적인 부분은 모두 후배들에게 맡겨둔 채로 로봇 디자인 부분에만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로보트 태권브이'의 자료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김 감독은 가장 아쉬운 점이었던 5분짜리 트레일러를 되살리는 데 직접 참여해 원화 3천장을 새로 그렸다.

김 감독은 "늘 그림 작업을 해왔기에 새로 그리는 것은 낯설지 않았다"며 기자를 향해 "지금 가서 보면 '참 잘 그렸다' 할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 3월 '로보트 태권브이'를 산수화와 접목한 그림을 '2015 키덜트 엑스포'에서 공개했을 정도로 늘 붓을 가까이에 뒀다.

"죽기 전에 내 그림을 복원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작화는 여기서 다 했는데, 셀 작업(투명 필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국내에 남아 있지 않아 민 감독이 일본에서 수소문해서 컬러 작업을 해 왔어요."

이 일화는 애니메이션이 '만화영화'라고 불리던 시대의 작업 시스템과 관련 자료가 국내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로보트 태권브이'와 같은 로봇 애니메이션은 명맥이 끊긴 채 추억 속에만 남아 있다.

현재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업계를 주도하는 로봇은 변신로봇이다. 40살이 된 캐릭터인 태권브이가 추억에 머물지 않고 생존하려면 '진화할'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 감독은 기본적인 태권브이의 모습을 지키는 한편, 관객 호응을 보며 '업데이트'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첨단 기능이 더해진 모습이 들어가야겠죠. 물론 태권브이의 기본적인 캐릭터 모습은 고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흐름을 보면서 끝까지 하나만 고집하기 보다는 관객 호응도를 보고 제작해야죠."

민 감독도 브이센터에서의 업데이트뿐 아니라 새로운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들 계획이 있다고 했다. 브이센터 내 태권브이의 모습부터 새로 제작될 영화까지 태권브이가 어떤 모습이 될지 명확한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은 변신로봇이에요. 변신로봇은 키가 15m 아래여야 (구현이) 가능한데 태권브이는 62m짜리 캐릭터라 현실적으로 변신이 불가능합니다. 그렇지만 대형 로봇만의 매력이 있으니 태권브이의 정체성을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리부트(시리즈물을 새로 시작하는 영화) 계획이 있고 발표를 위해 협의 중입니다. 아직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지 실사영화로 만들지 갈림길에 있어요."

결국 브이센터는 태권브이를 통한 '과거의 영광을 떠올리기'에 머물지 않고 한국 캐릭터 콘텐츠의 진화에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민 감독을 비롯한 박물관 참여자들의 구상이다.

브이센터의 꼭대기 층인 3층에 마련된, 태권브이를 비롯한 다른 영웅 캐릭터가 한데 모여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은 것이 그 시작이다.

"로봇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문화 전체에서 '옛것'은 가져가지 말고 잊어버리려 하는 생각이 퍼져 있었습니다. 명맥이 끊겼다가 이제야 다시 찾으려고 하는 움직임이 생긴 거죠. 우리한테도 좋은 콘텐츠가 많았어요. 그게 다 소멸한 거죠. 우리도 '한국형 어벤져스'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요. 그것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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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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