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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 구성에서 수능 영향까지'…교과서 단일화 쟁점

송고시간2015-10-1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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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기술 내용이 관건·단일교과서 학교 현장 안착도 과제

'집필진 구성에서 수능 영향까지'…교과서 단일화 쟁점 - 1

(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단일 교과서로 발행하기로 정부가 결정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야권은 '국정교과서 발행 총력저지'를 공표했고 대학들과 학계에서는 집필진 구성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대안교과서 발행을 예고했고, 교육부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지어 단일 역사교과서의 수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견해도 분분하다.

정부가 천명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고 학교 현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풀어야 할 쟁점들을 정리해본다.

◇ 정파성 자유로운 공정한 집필진 구성할 수 있을까

단일 역사교과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인 하나만을 꼽으라면 단연 집필진 구성 문제다. 정부가 공정하고 전문적이면서 정파성에서 자유로운 인사들로 '드림팀'을 꾸릴 수 있을지 여부다.

집필을 전담하는 국사편찬위원회는 대략적인 구상을 공개했다.

"젊은 학자부터 명망 있는 명예교수까지 노장청을 아우를 것"과 "역사학자 외에 경제, 정치,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참여시키겠다는 것"이 김정배 국편위원장이 밝힌 원칙이다.

그러나 집필진을 다양하고 공정한 인사로 구성하는 것이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를 필두로 경희대, 고려대, 이대 역사학과 교수들이 집필에 집단 불참 의사를 피력했다. 500여명의 연구자들을 회원으로 둔 한국근현대사학회도 집필 불참을 밝히는 등 집필 불참 선언이 대학들과 사학계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정파성과 무관한 역사학자들도 자칫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면서 집필진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안양옥 회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집필에 참여해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사람들이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학자로서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일교과서의 신뢰도는 집필진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달렸다"면서 "현재로서는 여론의 검증을 무사히 통과한 양질의 집필진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뜨거운 감자' 근현대사 어떻게 다룰 것인가…비중 축소 불가피

단일 교과서가 만들어진다면 '근현대사 100년을 어떻게 기술할 것인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 여부를 가늠하는 제1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단일교과서 필요성의 근거로 검정교과서의 좌편향성 문제를 끊임없이 거론해왔다.

김정배 국편위원장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근현대 약 100년의 역사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이므로 이걸 우리가 올바르게 쓰면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13년 검정교과서 심사 때 이념 편향성을 문제 삼아 수정명령을 내린 내용을 보면 논란이 되는 주제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북한 관련 서술, 한국전쟁 책임, 대한민국 건국일, 이승만·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이중 북한 관련 서술과 한국전쟁 책임은 상대적으로 이론이 적지만, 대한민국 건국일은 역사학자들 간 논란이 첨예한 주제다.

진보 성향의 학자들은 임시정부가 세워진 1919년 4월11일을 건국 시기로 판단한다. 그러나 뉴라이트계 등 보수 성향의 학자들은 해방일인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일로 보고 '정부수립일'로 의미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갈등의 요소가 큰 주제는 이승만·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을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이는 지난 2013년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동 때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됐던 부분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자유 민주주의의 출발점을 이승만 정권으로 잡고는 박정희 정권을 거쳐 1987년 체제로 연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현직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고 기술하느냐가 중요하다.

야권과 진보학계에서는 "5·16쿠데타와 유신체제를 미화하는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결국, 단일교과서에서 논란이 되는 근현대사 비중이 대폭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정배 국편위원장도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이념적인 문제가 지나치다면 교과서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근현대사 교육을 강화하는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진보 학계에서 '반쪽짜리 교과서'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 단일교과서, 학교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국가가 발행하는 단일교과서의 성공 여부는 누가 뭐라고 해도 결국에는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달렸다는 것이 일선 역사 교사들의 견해다.

진보교육감들은 단일교과서 발행에 반발, 대안이 되는 인정 교과서 제작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대안 교과서가 만들어지면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교과서'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보조교재'나 '대안교재'로 사용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법규정이 없다. 보조교재는 현재도 학교에서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단일교과서로 실제 수업을 하는 일선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정치적인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변성호 위원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대안 한국사 교과서 개발 노력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 간에 대안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을 예고한 것이다.

◇ 수능에 미치는 영향 전망도 엇갈려

여권이 내세운 단일교과서 발행 필요성 주장의 논리 중에는 '수능 부담 완화'도 있다.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별위원회 간사인 강은희 의원은 9일 관련 세미나를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가 전국 고교 2학년생 2천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학생의 53.3%가 국정화에 따라 수능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 답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반면 야권은 오히려 수능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맞선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14일 "교과서가 단 1종으로 통일되면 극도로 지엽적인 부분에서까지 출제돼 난이도가 급상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은 지난 5년간의 국사 및 한국사 평균점수와 최고표준점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균점수가 확연히 향상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여야간 논쟁에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입시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교육부가 수능 한국사 50점 만점 중 40점 이상을 1등급으로 하고, 이하 5점 단위로 한 등급씩 하락하는 방식으로 절대평가를 도입한다"며 "문제 수준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급 수준 정도로 낼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국정화 전환에 따른 난이도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c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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