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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걔네는 누군지 몰라요" 듣고 '캣맘' 수사 일사천리

송고시간2015-10-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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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초등학생이 생면부지 아이들과 옥상 동행 강하게 의심 "옥상 오르내릴 때 엘리베이터 라인 바꾼 탓에 CCTV 분석 지연"

브리핑하는 용인서부서 최관석 형사과장
브리핑하는 용인서부서 최관석 형사과장

(용인=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6일 오전 경기도 용인서부경찰서에서 최관석 형사과장이 '캣맘' 벽돌 사망사건 용의자 검거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용의자는 해당 아파트 같은 단지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으로 형사 미성년자이다.

(용인=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경기 용인 '캣맘' 벽돌 살해사건이 발생한 지 8일째이던 이달 15일 오전 11시께.

이 사건을 수사해온 용인서부경찰서 강력 4팀의 한 형사는 현장 아파트 104동 3∼4호 라인 CC(폐쇄회로)TV 영상에서 '뭔가' 찾아냈다. 용의자가 찍힌 것으로 예상한 5∼6호 라인 조사에서 허탕치고서 분석범위를 3∼4호 라인으로 넓혔다가 수상한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사건 당일인 8일 오후 4시 42분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3명이 3∼4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서 내려오는 장면이었다.

이들이 아파트를 나서는 모습이 '뭔가 어색해 보였다'고 형사는 생각했다.

'수상쩍다' 싶었던 형사는 곧바로 팀장에게 보고해서 팀원들이 해당 어린이들을 추적하도록 했다.

이들에게 의혹의 시선을 집중한 데는 다른 요인도 있었다. 8일 오후 5∼6호 라인 옥상에서 어린이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취를 확보해서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였다.

형사들은 동시간대 다른 CCTV 영상을 분석해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A(10)군을 찾아냈다.

같은 날 오후 5시 30분께 형사는 A군의 집을 방문, 부모 동의를 받아 조사했다.

옥상에 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A군은 "옥상에 올라간 적은 있지만, 돌은 던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같이 올라간 2명이 누구냐고 묻자 "걔네는 누군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형사의 수사본능이 곧바로 발동했다. A군이 가해자일 것으로 강하게 의심한 것이다.

초등학생이 생면부지의 아이들과 옥상에 올라가 함께 놀았다는 것은 선뜻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형사는 신중 자세를 유지했다. 명확한 증거 없이 미성년자인 A군을 더는 추궁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서 보강조사에 들어갔다.

이런 판단은 적중했다. A군 일행을 추적해서 B(11)군을 찾아냈고, 결정적인 진술을 얻을 수 있었다.

'캣맘 사망사건' 옥상서 채취된 족적 비교
'캣맘 사망사건' 옥상서 채취된 족적 비교

'캣맘 사망사건' 옥상서 채취된 족적 비교
(용인=연합뉴스) 경기 용인 '캣맘' 벽돌 사망사건의 용의자는 아파트 옥상에서 '낙하속도 실험'을 한 같은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인 것으로 16일 밝혀졌다. A(10)군은 당시 해당 동 아파트 3∼4호 라인의 옥상으로 올라가 벽돌을 주워 5∼6호 라인으로 넘어간 뒤 벽돌 낙하 실험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옥상에서 경찰이 채취한 족적(좌)과 A군이 신고 있던 신발 문양(우) 비교.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A군이 벽돌을 던졌다"는 말을 한 것이다.

오후 7시께부터는 조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형사들은 A군 집을 다시 찾아가서 자백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2시간가량 조사하면서 사건 경위 등을 파악했다. 오후 9시께 A군과 부모가 경찰서로 동행해서 진술녹화를 했고, 오후 11시 30분께 귀가했다.

A군에 따르면 범행은 어이없는 동기에서 비롯됐다. A군은 친구들과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실험을 하다가 참사가 생겼다고 했다. '옥상에서 물체를 던지면 몇 초 만에 떨어질까'라는 궁금증을 풀려고 옥상에 쌓인 벽돌 하나를 아래로 던졌다가 죽음을 불러온 것이다.

경찰은 16일 오전 경찰청으로부터 옥상에서 나온 족적이 A군의 것과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A군을 유력한 용의자로 판단한 또 다른 근거다.

A군이나 B군은 모두 부모들에게는 범행을 저질렀다는 얘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두려워서 부모에게 숨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CCTV 영상을 분석하던 형사의 '눈'과 탐문조사의 '촉'이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벽돌 투척지점을 찾기 위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3차원 모의실험, 주민을 상대로 한 경찰의 폴리그래프(거짓말탐지기) 검사 등도 주효했다. A군이 범행을 자백하는데 심리적인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A군 등은 3∼4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5∼6호 라인 옥상으로 건너간 것으로 파악됐다. 거기서 벽돌을 던지고서 다시 3∼4호 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5∼6호 라인 CCTV를 주로 분석해 온 경찰이 A군 등의 존재를 포착하는데 시간이 걸린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5∼6호 라인에 드나든 주민을 우선순위로 조사하다 보니 3∼4호 라인 출입자를 자세히 파악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건 직후 104동 전체의 CCTV 영상을 확보해놓은 상태여서 수사는 시간문제였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수사팀은 104동 내부 CCTV 영상 분석과 주민 전체를 상대로 한 탐문조사, 3D 모의실험을 통한 과학수사, 벽돌 정밀 감정 등 전방위 수사를 거쳐 용의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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