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용 송환 '초읽기'…조희팔사건 의혹 제대로 규명할까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4조원대 사기범 조희팔(58)의 최측근인 강태용(54) 국내 송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따라서 검·경이 앞으로 강태용 조사에서 조씨 사망 여부, 비호세력, 사기피해 규모 등 그동안 불거진 의혹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검경의 '뒷북 수사'가 사건 실체를 정확하게 파헤칠 수 있을지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려하는 시선은 지금껏 조희팔을 도와 온 검찰과 경찰 인사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행적 때문이다.

강태용이 책임자였던 조희팔 로비작전의 시작은 한창 사기 행각을 벌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희팔과 강태용은 당시에 이미 불법 유사수신 범죄로 경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강태용은 고교 동기인 김모 검사와 접촉한다.

추가 수사가 본격화한 2008년 5월 강태용은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김 검사에게 차명계좌로 2억원을 보내는 등 같은 해 10월까지 모두 2억7천만원을 건넸다.

강태용은 검사 뿐 아니라 고교 1년 선배인 오모 검찰 서기관에게도 범죄정보 수집 등을 부탁하며 공범을 통해 현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15억8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건네기도 했다.

강태용의 마수 뻗치기는 경찰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8년 10월을 앞뒤로 당시 대구경찰청 간부 권모 총경에게 9억원을 건넸고 이 가운데 1억원은 김모 경위에게로 갔다.

강씨는 비슷한 시기에 임모 경사에게도 범죄수익금 6억원을 건넸고 안모 경사에게는 차명계좌를 이용해 5천600만원을 줬다.

강씨가 집중 뇌물을 뿌린 이 시기는 조희팔 일당이 막대한 범죄수익금을 숨긴 뒤 중국으로 도피한 시기와 일치한다.

정모 경사는 2007년 1억을 받은 뒤 2009년 5월 중국 옌타이에서 수배 중이던 조희팔, 강태용 등을 만나 골프와 양주 접대를 받고 돌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조희팔 일당은 사기 행각을 본격화하던 2005년을 전후로 정 경사를 매개로 대구경찰청 수사과 회식에 참석하는 등 경찰과 유착의 뿌리가 매우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팔의 검은 돈을 받은 검·경 인사 7명은 모두 파면 등 중징계를 받고 옷을 벗었다.

그러나 조희팔 일당이 제대로 수사받지 않고 중국으로 도피한 배경에 당시 정치권 실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따라서 강태용 송환 이후에도 조희팔 사기사건 규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사기 피해 규모가 워낙 커 더 이상 예전처럼 지지부진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피해자 최소 3만여명, 피해액만 최소 4조원대에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정이 파탄난 피해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여전히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이 종전처럼 범죄자들을 비호한다는 의혹을 받았다가는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큰 저항을 부를 수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조희팔 사단의 2인자인 강태용을 직접 조사할 수 있게 돼 지금까지와는 달리 구체적인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이 사건 실체 규명에 기대를 갖게 해 주고 있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검찰이든 경찰이든 조희팔 사기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명예와 권위를 되찾기 위해 수사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5/10/18 10:5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