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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 구스만의 의심쩍은 또 한 번의 도주

송고시간2015-10-2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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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 파악해 헬리콥터까지 동원하고 놓쳤나" 비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동경 특파원 = 멕시코 연방교도소를 탈옥해 쫓기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이 최근 멕시코 군의 체포 작전을 피해 달아난 사건이 여러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구스만의 실제 은신처가 파악된 것이 사실인지, 당국의 발표대로 그가 부상한 것은 맞는지, 해병 특수부대까지 동원하고도 놓친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당국의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멕시코군은 지난 6일부터 시작해 최근 열흘 사이 구스만의 근거지로 여겨지는 서북부 시날로아 주와 인접한 두랑고 주 산악마을의 민가 일대에서 헬리콥터를 동원한 대규모 병력을 급파해 총격전을 펼치는 등 작전을 벌였다.

이 작전으로 타마술라 라는 마을을 포함한 지역 주민 260여명이 놀라 산간으로 대피해 숨어지내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마약왕' 구스만의 의심쩍은 또 한 번의 도주 - 2

사건의 내용은 멕시코 언론이 아닌 미국 NBC뉴스가 16일 보도함으로써 처음 알려졌다.

NBC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구스만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의 신호를 추적해 은신 가옥 위치를 파악했고, 멕시코 해병 특수팀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멕시코 해병은 헬리콥터로 접근했다가 구스만의 경호원들로 보이는 마약조직원들의 대응으로 실패하고 지상군을 투입시켰으나, 구스만은 차량을 타고 빠져나갔다는 것이 당국의 전언을 토대로 한 보도 내용이었다.

애초 구스만이 얼굴과 다리에 총상을 입었다고 NBC는 전했으나 멕시코 안보위원회는 총격전이 아니라 그가 달아나는 과정에서 실족하는 등의 이유로 다쳤을 것이라고 정정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그러나 구스만이 부상한 사실을 어떻게 확인했는지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

또 DEA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를 포함한 콜롬비아 등 인접국이 공조해 구스만의 은신처를 파악하고 군 특수부대까지 동원됐는데도 도주로조차 차단하지 않은 채 쉽게 놓쳐버린 것도 쉽게 납득이 안 되는 대목이다.

군은 구스만이 은신 가옥을 빠져나간 뒤 반경 3㎞ 일대를 수색했으나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연방검찰은 지난 7월11일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알티플라노 연방교도소를 탈옥한 구스만을 경비행기에 태워 시날로아 주의 산간 마을에 내려줬다는 경비행기 조종사를 최근 검거해 구스만이 근거지 일대에 잠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구스만을 거의 잡을 뻔했다가 놓친 이번 작전과 관련해 멕시코 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의 리카르도 아나야 의원은 "왜 첫 보도가 미국 언론에서 됐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사건의 전말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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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한 지 3개월 만에 은신처를 파악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고도 실패한 이번 작전은 앞서 구스만이 작년 멕시코 해병대에 체포됐을 때와 판이하다.

구스만은 1993년 과테말라에서 체포돼 멕시코로 압송된 뒤 서부 할리스코 주의 푸엔테 그란데라는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2001년 초 탈옥해 13년간 도주 행각을 벌였으나 작년 2월 멕시코 태평양연안에 있는 한 해변의 별장에서 총격전도 없이 손쉽게 검거됐다.

구스만은 평소 100명 안팎의 중무장 호위대를 거느리면서 거처하는 모든 곳에 땅굴 등의 지하 도주로를 마련하는 등 치밀한 성격으로 알려졌는데도 당시에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구스만의 조직에서 몸담은 바 있던 '티토'라는 별명의 전직 DEA 요원은 구스만이 작년 어설프게 검거된 것은 멕시코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못이겨 요청한 거래를 이행하려고 '잠시 들어왔던 것'이고, 탈옥은 정부가 다시 풀어준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구스만이 도주에 이용한 땅굴은 위장술에 불과하다고 티토는 추정했다.

한편, 군이 이번에 검거에 실패한 것이 알려진 뒤 구스만의 '오른팔'로 불리는 한 인물은 중남미 뉴스네트워크인 텔레수르와 인터뷰에서 "구스만은 지금 군이 진을 친 곳에 없다"면서 "그렇지만 시날로아 산간의 한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군 당국을 비웃는 말을 했다.

hope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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