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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금강산 작별상봉 '눈물 바다'로…"오래 사슈…"(종합)

송고시간2015-10-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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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상봉> 작별 상봉. 영감, 잘 챙겨입어요
<이산상봉> 작별 상봉. 영감, 잘 챙겨입어요

(금강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이순규(85)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있다.

(금강산=연합뉴스) 공동취재단·차지연 기자 = "건강하슈, 오래 사슈…."

65년만에 만난 남편과 또 한 번의 이별을 앞둔 이순규(85) 할머니가 말했다.

이 할머니는 신혼 6개월만에 헤어졌다가 주름 가득한 얼굴로 나타난 북측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의 넥타이를 만져주며 잠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영상 기사 또 다시 기약 없는 이별…조금 뒤 작별상봉 끝
또 다시 기약 없는 이별…조금 뒤 작별상봉 끝

[앵커] 지난 20일부터 열렸던 이산가족 상봉 오늘이 마지막 날이죠. 상봉단은 오전에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작별상봉을 끝으로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이슬기 기자. [기자] 네, 저는 지금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 나와있습니다. 오늘이 상봉 마지막 날이죠. 잠시 뒤 오전 11시 30분이면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도 끝이 납니다. 65년간의 애끓는 그리움이 2박3일 한번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가족들은 상봉 내내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이번 1차 상봉은 지난 20일부터 2박3일 동안 총 6차례에 걸쳐 12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날로, 이산가족들은 오전 9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열린 작별상봉이 끝나면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맞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80-90대의 상봉자가 많아 이산가족 고령화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었는데요. 상봉장에서 의료진이 대기하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펴 이번 상봉에서는 큰 문제는 없었지만, 머지 않아 통일 한반도를 기억하는 이산 1세대가 사라지기 때문에 생사확인이나 상봉 정례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 3일 간의 상봉행사가 끝나면 우리측 상봉자들은 군사분계선을 지나 이곳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귀환하게 됩니다. 1차 상봉이 마무리되면 2차 상봉은 모레부터 사흘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지금까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연합뉴스TV 이슬기입니다.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오 할아버지는 "부모 잘 모셔야지, 아들도 잘 키우고. 맘은 크게 먹고…." 하며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아내는 "알았슈" 하고 답했다.

"(당신) 닮은 딸을 못 놓고 왔구나…." 오 할아버지는 회한을 담아 읊조렸다.

얼굴 한번 보지 못했던 뱃속의 아들은 어느새 장성해 "아버지, 건강한 아들로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하고 의젓하게 말했다.

아들과 며느리는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만수무강하세요" 하며 큰절을 올렸다.

영상 기사 "언제 또 보나"…이산가족 마지막 작별상봉 <현장연결>
"언제 또 보나"…이산가족 마지막 작별상봉 <현장연결>

연합뉴스TV 제보:02-398-4409, yjebo@yna.co.kr

아버지는 아래 턱을 떨 정도로 눈물을 흘리다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형수 이동임(93) 할머니는 오 할아버지에게 은가락지를 끼워줬다.

"아버님, 형님 보고 싶으시면 이거 한번 꺼내보시라고 드리는 거예요" 하는 며느리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의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가족들은 마지막 만남인 '작별상봉'을 가지며 서러움에 복받쳐 눈물을 흘렸다.

<이산상봉> 눈물의 작별상봉
<이산상봉> 눈물의 작별상봉

(금강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박용득(81) 할아버지와 북측에서 온 누나 박룡순(82) 할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두시간의 짧은 만남 후 또다시 긴 이별을 해야 하는 가족들은 서로의 손을 놓지 못했다.

박용환(75) 할아버지는 "어렸을 적에 누님이 항상 이렇게 업어줬는데 이젠 내가 해" 하며 북측 누나 박룡순(82) 할머니를 업고 테이블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박 할아버지는 "65년 전의 이별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어. 그땐 이렇게 될지도 모르고 울지도 않았어. 그런데 이제 또 이별해야 해" 하며 울먹거렸다.

다른 동생 박용득(81) 할아버지는 누나에게 떼를 썼다.

<이산상봉> 작별 상봉 아버지 울지 마세요
<이산상봉> 작별 상봉 아버지 울지 마세요

(금강산=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이정숙(68)씨가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리흥종(88) 할아버지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누님, 내가 내 차로 북으로 보내줄게. 그러니 오늘은 우리 같이 서울 가자. 2∼3일 같이 자고 가자"며 눈시울을 붉혔다.

북측 조카가 "통일되면 만날 수 있어요" 하자 박 할아버지는 "내 가족 우리집 데려오겠다는데 왜 안되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북측 최고령자인 리흥종(88) 할아버지의 동생 이흥옥(80) 할머니는 오빠의 손을 꼭 잡고 "오빠, 어떡해… 어떡해…"만 연신 되뇌었다.

전날 밤 내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딸 이정숙(68)씨는 "아빠, 내가 또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볼께요. 어떻게 우리가 상상이나 했어요, 아버지가 이렇게 살아 계시는지…" 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남측 가족들이 가져온 선물이 너무 많다고, 이렇게 선물을 주고도 형편이 괜찮은지 걱정하는 이 할아버지에게 딸은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드릴 수 있어요." 하고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

리정우(82) 할아버지는 긴 세월을 건너 드디어 마주앉은 동생 이천우(78) 할아버지에게 "우리 몇년만에 만났니" 하고 물었다.

"72년." 동생의 대답에 리 할아버지는 한참 동안 동생들을 번갈아 바라보기도 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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