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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일가 '그들만의 진실공방'…이미지 추락

송고시간2015-10-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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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한때 일단락되는 듯이 보였던 롯데그룹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다시 점입가경의 진흙탕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불과 한달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경영권 분쟁은 더는 없다"고 선언한 게 아득한 옛일처럼 느껴지는 형국이다.

이달 초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기자회견으로 시작된 롯데 경영권 분쟁 '2라운드'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전보다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재계 서열 5위의 국민 기업, 롯데그룹을 바라보는 시선은 '관심'과 '우려'에서 이제는 '짜증'과 '실망'으로 변해가고 있다.

물론 분쟁의 당사자들로서는 '돈'과 '권력', '체면'이 걸린 한판 대결일 수 있다. 하지만, 남도 아닌 형제, 부자간에 상식과 도의를 저버리고 접점 없는 싸움을 이어가는 사이, 롯데그룹의 이미지는 끝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단순히 겉만 그런 게 아니라 속도 곯아갈 수 있다. 리더십의 불안정은 경영에 장애를 초래하고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일 신 전 부회장 측이 동생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한국과 일본에서 소송전을 개시하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관할권을 두고 거친 공방을 하는 사이 롯데그룹의 각 계열사 주가는 물론 시가총액은 연일 곤두박질 치고 있다.

특히 당장 한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국내 면세점 업계 1위, 세계 3위의 '철옹성' 롯데면세점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권이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면세사업이 일종의 특혜 사업이라는 점 때문에 관세청이 국적 논란과 경영권 분쟁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롯데에 면세점 2곳의 특허권을 모두 재승인해주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추정에서다.

신동빈 회장이 비판여론 진화를 위해 서둘러 내놓은 호텔롯데 기업공개(IPO)와 순환출자 고리 축소 방안 역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달성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면세점 재승인 실패 때는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면세점 운영 주체인 호텔롯데 상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장 심사를 하게 될 한국거래소도 기업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상장 심사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강조하며 롯데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롯데가 국내 소비재 유통을 통해 성장한 기업인만큼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생긴 반(反) 롯데 정서는 장기적으로 롯데 각 계열사의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관할,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 한일 롯데의 투자손실 등을 놓고 하루에도 수차례씩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2일에도 양측은 이런 다툼을 이어갔다. 익명을 요청한 일본 롯데홀딩스 고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사회의 승인 없이 정보통신기술(IT) 업체에 투자했다가 10억엔(약 95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봐 해임됐다고 주장했다.

상품정보 관리 시스템 개발을 위해 신 전 부회장이 지인의 소규모 IT 시스템 개발업체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를 계기로 신격호 총괄회장은 신 전 부회장을 서울로 불러 일본 롯데 임원직에서 물러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롯데홀딩스 측의 이런 주장에 대해 신 전 부회장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음해'로 규정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음해에 따른 신 전 부회장 해임은 그로부터 반년 후 있게 되는 신 총괄회장의 해임과 연장선에 있다"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중국 사업 실패로 인한 막대한 투자손실을 은폐하고 롯데홀딩스 자금으로 이 손실을 메우려 했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지분구조상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진이 신동빈 회장에게 등을 돌리면 개인 지분 비율이 낮은 신 회장은 일본인들에게 언제든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만큼 일본 롯데는 자신이, 한국 롯데는 신 회장이 경영하던 예전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롯데그룹은 입장자료를 내고 "한일 롯데 분리경영을 이번 분쟁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은 진실을 숨기고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잘못에 대한 평가와 책임 없이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지금도 기업을 총수 일가의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용인될 수 없다"고 받아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의 해임과 신동빈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취임 모두 상법상 절차를 따랐다"며 "이사회와 종업원지주회는 경영능력을 평가해 신 전 부회장 대신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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