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日릿쿄대, 안보법 반대모임 시설사용 불허…'눈치보기' 논란

송고시간2015-10-23 11:0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정권 비판 학자·대학 사이에 갈등 이어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의 한 사립대가 안보법에 반대하는 모임의 시설 사용을 거부하는 등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비판하는 학자와 대학 당국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도쿄도(東京都)에 소재한 사립 릿쿄(立敎)대는 '안전보장 관련법에 반대하는 학자 모임'(학자 모임)이 학생 단체 '실즈(SEALDs)'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하겠다며 제출한 강당 사용을 신청에 대해 불허가 통보했다.

학자 모임은 전국 150개 대학에 소속된 학자나 연구자 약 1만4천 명으로 구성됐고 실즈는 안보법 반대 시위로 주목받은 학생 단체다.

이들은 릿쿄대 교직원과 학생 등으로 구성된 '안전보장 관련법에 반대하는 릿쿄인의 모임'(릿쿄인의 모임)을 통해 시설 사용을 신청했으나 학교 측은 순수하게 학술적인 내용의 행사가 아니다며 허가를 거부했다.

결국, 주최 측은 행사를 호세이(法政)대에서 열기로 했다.

릿쿄대 홍보과는 "학외단체에는 시설물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학외의 종교·학술·교육·예술, 그밖에 학교가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모임에 한해 허가한다. (주최 측이) 학회나 그에 준하는 단체라고 할 수 없으며 (준비 중인) 회합도 순수한 학술적 내용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학교 측이 정부를 비판하는 성격의 모임이라서 시설 사용을 막았다는 주장·해석이 나오고 있다.

릿쿄인의 모임 관계자는 대학 측이 '회합에 학술적인 면도 있으나 주최단체의 활동으로 보면 정치적인 의미도 있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는다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릿쿄대는 이번 시설 사용을 허가할지 주최 측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치적'이라는 이유를 거론한 것에 대해 '대학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고 도쿄신문에 밝혔다.

다른 대학에서도 최근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학자나 시민단체 등과 학교 당국이 대립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방송대(사립)는 객원교수로 활동하는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宏) 도쿄대 교수가 올해 7월 일본 미술사 시험에서 '현재 정부는 일본이 다시 전쟁을 하도록 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문구를 담아 문제를 내자 이를 강제로 삭제하고 학내 사이트에 공개했다.

학교 측의 삭제 요청을 거부한 바 있는 사토 교수는 '대학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을 우려해 미리 조치했다. 그런 자율 규제가 가장 무서운 것'이라며 객원 교수를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메이지(明治)대는 작년 6월에 일본저널리스트회의와 매스컴 9조 모임이 평화를 주제로 행사를 열겠다며 시설 사용을 요청했으나 거부하기도 했다.

각각의 대응이 형식적·절차적으로 근거가 있는지를 떠나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옹호해야 할 대학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카노 고이치(中野晃一) 조치(上智)대 교수(정치학)는 "국가주도의 대학 개혁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형태로 대학 운영이 바뀐 결과 권력자의 뜻을 살피는 것이 만연하고 있다"며 "대학 스스로 자유를 소홀히 하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日릿쿄대, 안보법 반대모임 시설사용 불허…'눈치보기' 논란 - 2

sewonle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