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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남중국해 긴장고조…우리의 외교적 역할 모색할 때다

송고시간2015-10-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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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말싸움의 차원을 넘어 실제 근육을 쓰는 무력 행동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27일 사상 처음으로 남중국해 중국 인공섬의 12해리(약 22㎞) 이내에 구축함을 들여 보냈다. 중국은 즉각 외교부장 성명을 통해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수위높은 경고를 보냈고, 이에 맞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이 작전이 수주 또는 수개월간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당장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이지만, 언제라도 군사적 충돌로 비화할수 있는 국면이 조성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백악관에서 환하게 웃으며 건배한지 불과 한달 만에 일어난 이 사태는 국제 정세의 불가측성을 다시 한번 실증적으로 보여준 예라 할수 있겠다.

우리는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 중국이 인위적 매립공사를 통해 인공섬를 조성하는 것은 이 지역의 기존 해양 질서를 변경하려는 시도로 밖에 볼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갈등을 평화적 수단이 아닌 무력 행사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미국측의 이번 구축함 파견도 레드라인을 넘어선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미국은 공해상에서의 무해통상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상선이 아닌 군함의 작전 활동까지 무해통상권의 범주에 들어가는지는 국제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다시 한번 촉구하지만 항행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며 이 갈등은 역내 국가들간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

이번 사태는 우리 외교에도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더욱 분명한 선택을 종용받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당사국들인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등은 미국의 실력행사를 환영했고, 최근 미국과 동맹관계를 한단계 격상시킨 일본 역시 미국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동남아 최대 국가인 인도네시아만이 중립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중국과 최고 수준의 경제교류를 하고 있는 한국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때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이 국제규범과 기준을 지키는 데 실패할 경우 한국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내달라(speak out)"고 주문한 것은 상당한 압박이라고 볼수 있다. 아직 중국의 직접적 요청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는 31일 있을 박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간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현 상황을 어렵게만 보면 우리 외교는 진퇴양난의 처지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지정학적 갈등 국면을 소극적, 수동적으로만 보지 말고 능동적으로 돌파해 나간다면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수도 있다. 남중국해는 우리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중요한 해상교통로다. 이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역내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경제에도 치명적 파장을 미칠수 밖에 없다. 우리의 이해 관계가 매우 큰 지역인 것이다. 또 역내 중견국 가운데 한국 만큼 미국, 중국과 가까운 나라도 없다. 한국이 이번 사태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수 있는 필요하고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강대국들간의 분쟁에서 우리가 끼어들 자리가 있겠느냐는 볼멘 항변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우리 외교가 표방하는 '균형 외교'가 강대국 눈치 보기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역할을 모색하는 것도 현 외교적 위기를 돌파할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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