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수렁에 빠진 부산 청년문제, 그래도 희망은 있다"

송고시간2015-11-05 10:44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부발연 김형균 박사 "주거·금융·문화 등 포함 투자형 복지대책 필요"

일자리박람회 '현장면접'
일자리박람회 '현장면접'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동남권 최대 일자리박람회인 '2015 부산 잡(JOB) 페스티벌'이 열렸다. 구직자들이 현장 면접을 보고 있다. 180여 개 지역기업이 참가해 1천300명을 채용한다. 2015.11.5
ccho@yna.co.kr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지난 석달간 한번도 고시원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어쩌다 편의점에 가면 말을 더듬거린다."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박사팀이 청년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면서 진행한 심층면접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2년째 은둔족으로 사는 30대 여성은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5포세대', '낙타세대', '잉여세대' 등 각종 신조어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 청년들의 우울한 실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 중에서도 부산 청년들의 현실은 더욱 힘겹다.

통계청의 2014년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부산의 청년경제활동 참가율은 67.4%로 전국의 70.4%보다 낮다. 고용률도 63.2%에 그쳐 전국평균(66.5%)을 밑돈다. 실업률은 12.0%로 전국평균 9.9%보다 높다.

특히 고용기회지표는 13.6에 불과해 전국 대도시 가운데 꼴찌다.

울산의 46.7, 대구의 34.8, 서울의 34.2와는 비교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그만큼 부산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청년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2014년 부산지역 청년층의 타 시·도 전출률을 보면 25∼29세는 10.4%, 30∼34세는 8.1%, 20∼24세는 6.8%에 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희망을 놓아버린 청년이 많다는 것이다.

아예 구직활동조차 포기하는 이들이 늘면서 부산 청년층의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은 2004년 32.7%에서 지난해 32.6%로 10년간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5일 부산발전연구원에서 열린 '부산지역 청년 일자리와 청년정책’세미나에서 부산발전연구원 김형균 박사는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내총생산이 1% 성장할 때 취업자 증가율이 얼마나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고용탄력성이 2012년부터 0.5를 넘어서 '고용 있는 성장'으로 돌아섰고, 5년 내에 부산을 떠나지 않겠다는 청년이 88.2%에 이른다는 설문조사 결과 등을 근거로 들었다.

동남권 최대 일자리박람회
동남권 최대 일자리박람회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동남권 최대 일자리박람회인 '2015 부산 잡(JOB) 페스티벌'이 열렸다. 행사장이 구직자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180여 개 지역기업이 참가해 1천300명을 채용한다. 2015.11.5
ccho@yna.co.kr

또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 공유기업, 협동조합 등 직업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청년이 67.6%에 이르고 급여수준(15%)보다 업종의 미래와 비전(29.6%), 적성과 흥미(26.4%)를 직업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청년이 훨씬 많다는 점도 희망의 씨앗이라고 김 박사는 덧붙였다.

그는 청년 문제를 사회문제나 사회병리적 관점에서 접근하거나 단순히 일자리나 고용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와 국가의 성장을 이끄는 주요 동력인 인적자본의 핵심이 청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투자해야 하며 일자리뿐만 아니라 주거, 금융(부채), 문화, 삶의 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발전연구원 조사에서도 일상생활에서 청년으로서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문제로 60.8%가 일자리를 꼽았지만 삶의 질(13.8%), 금융·부채(10.6%), 주거(10.4%), 문화(4.4%)를 지적한 청년들도 많았다.

그는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5개 분야 12개 핵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먼저 일자리 분야에서는 "청년실업자들의 저수지 역할을 하는 비경제활동인구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며 "9만2천명에 이르는 비경제활동 청년을 경제활동으로 끌어들이는 프로그램을 마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구글캠퍼스 처럼 인재들이 모여서 협업을 통해 창업에 이르는 도심형 청년 허브 콤플렉스 조성, 생애 첫 구직자들이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구직촉진 수당 지급,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 등에서 공공형 일자리 제공, 부산이전 기업에 대한 청년고용 인센티브제 도입을 제시했다.

또 청년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노인가구의 여유 있는 주거공간을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세대협력형 룸 셰어링, 부산으로 이주하는 타 지역 청년들의 초기정착을 돕는 기숙사 운영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청년창업투자재단을 설립해 창업자들에게 투자하면서 생활자금을 빌려주거나 전세금 및 보증금 대출을 전담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청년들의 문화 분야 창업을 활성화하고 향유기회를 넓히기 위한 청년문화공간 임대료 상한제 도입, 연간 일정액을 문화생활 포인트로 지급하는 청년문화바우처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는 청년복지사제도를 도입해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진단하고 우울증 등으로 인한 자살을 예방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마을(통) 단위로 지역청년을 부통장으로 임명해 지역사회 참여 기회를 넓히고 다양한 청년의 욕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기자는 제안도 했다.

김 박사는 "이제 청년문제는 실업해소 정책에서 한발짝 나아가 국가와 지역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계층간 격차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lyh9502@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