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최몽룡 교수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일문일답

송고시간2015-11-04 18:04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식민사관 배척하고 세계사 속에서 우리 역사를 보는 학자다"

질문에 답하는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질문에 답하는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교과서 집필 문제와 관련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4일 "나는 '보수'도 '진보'도 아니다"라면서 "24년간 국사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애정으로 이번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날 국사편찬위원회(국편) 기자회견에서 역사교과서 집필 참여 사실이 발표된 뒤 서울 여의도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나머지 대표 집필진이 누군지는 전혀 모르며 나도 대표집필진으로 참여하는지는 몰랐다"라면서 "아마 본인들이 미공개를 원해 공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최 명예교수와 일문일답.

-- 국편 기자회견에 배석하지 않은 이유는.

▲ 나는 국사교과서 편찬에 애정이 많아서 김정배 위원장이 (나와달라고) 부탁하자마자 '우정찬조출연'하는 걸로 나가려고 했다. 질문에 답하고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제자들이 못 가게 막았다. 내가 가면 다칠까 봐 노파심에서 막은 거다. 어머니에게 '비 올 때 산보 가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오늘 새벽부터 오전 8시 정도까지 40여 명 전화가 왔다. 찬성도 있고 반대도 있었는데 반대가 3분의 2쯤 된다. 대부분 제자들은 가능한 한 참여하지 말아 달라는 식으로 의견을 줬다. 찬성한다는 의견에는 답을 보냈는데 반대 의견에는 답을 안 보냈다. 마지막에는 강인욱(경희대 교수)군이 우리 집에 찾아와 가지도 말고 (교과서 집필에 참여) 하지도 말라고 막았다.

-- 국편에서는 언제 집필 참여해달라고 연락받았나.

▲ 10월 하순께라고 보면 된다. 아마 가장 먼저 (나에게) 연락했을 거다.

내가 구차하게 먼저 연락하지는 않았다. 국편에서 부탁을 해야 할 입장이다. 김정배 위원장이 직접 연락하지는 않았고 중간에 내 제자를 통해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의향을 물었다.

-- 집필진 수락할 때 부담이나 망설임 없었나.

질문에 답하는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질문에 답하는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

▲ 김 위원장이랑 잘 아는 사이니까 망설임은 없었다. 또 국사교과서 집필에 애정이 있어서 선뜻 허락했다. 국사교과서를 24년간 써왔기 때문에 내 고향 같다. 부탁하든 안 하든 동기는 마련돼 있다. 또 지금 맡을 사람이 거의 없다. 지금 맘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몇 사람 안 될 거다. 부담이 있으면 왜 맡았겠느냐. 자신 있으니까 맡는 거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았던) 5년 공백을 보완할 것이다.

-- 대표집필진으로 선정이 됐다.

▲ 나는 대표집필자는 아니다. (국편에서 오늘 발표를 했다고 하자) 그건 고마운 일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위대한 사람이 아니다. 다만 나이도 있고 경력도 있고 하니까 대표집필자로 해 준 거다. 국사교과서에서 내가 쓸 분량이 40쪽이다. 내가 왜 총대를 메냐. 더 중요한 사람들이 메야지. 나야 옛날부터 (국사교과서를) 써왔기 때문에 무리 없이 쓸 수 없고 대표를 붙이는 것은 상관이 없는데 '얼굴마담'이 됐다.

-- 나머지 대표 집필진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누군지 알고 있나.

▲ 나머지 4명은 누군지 전혀 모른다. 나도 (대표집필진으로) 지명된 건 몰랐다. (미공개를 원하는 사람들은) 프라이버시(사생활) 문제가 있으니까. 나같이 드러나서 두드려맞는 그런 건 곤란한 거다. 집필자가 (미공개를) 원했을 것이다.

-- 김정배 국편 위원장과는 인연이 있나. 함께 대표집필진으로 참여한 신형식 명예교수와의 인연은.

▲ 내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유학할 때 김 위원장이 당시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연구원으로 왔다. 그때 1년 알고 지냈다. 신형식 교수도 잘 안다. 5년 선배다. 그분은 사상적으로는 건전한 대한민국 남자다. 교과서 집필하기로 한 뒤에는 최근에 통화하거나 만난 적은 없다.

-- 국정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와 모순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 자유민주주의 체제건 공산주의 체제건 올바른 교과서가 나와야 한다. 검인정도 가능하고 국정도 가능하다. 물론 다다익선이라고 하지만 내용이 안 맞으면 국가가 협력해서 바꿀 수도 있다.

--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가 편향돼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나.

▲ 그건 어려운 문제다. 나로서는 대답할 수 없다. 대답하면 두들겨 맞는다.

--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들을 비롯해 많은 서울대 교수들이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역사 교과서 펼쳐 보이는 최몽룡 교수
역사 교과서 펼쳐 보이는 최몽룡 교수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국정 역사교과서 대표 필진으로 초빙된 최몽룡(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명예교수가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자택에서 교과서 집필 문제와 관련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던 중 집필한 역사 교과서를 펼쳐 보이고 있다.

▲ 지금까지 그 사람들은 (교과서를) 써 본 적이 없다. 물론 요청도 안 갈 것이고…. 나는 이제 정년퇴임을 했으니 그분들이 그렇게 하는 건 상관없다.

-- 교과서 집필 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있다.

▲ 한 2년은 걸리게 돼 있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하루에 한 시간씩 쓰면 짧고 10시간씩 쓰면 길다. 충분히 (1년 안에) 가능하다. 정부를 믿고 국사편찬위를 믿어야 한다. 정부를 믿으면 (교과서가) 잘 나온다.

-- 현행 역사교과서의 문제는.

▲ 문제는 (집필자의) 급이다. 집필자 대부분이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 고등학교 선생님이 쓰면 안 된다. 요즘 문제 됐던 것도 그런 게 아니냐. 그건 곤란하다. 옛날 국사교과서를 쓰던 사람들은 권위가 있던 사람들이다. 지금은 아니라는 거다. (권위가 없는 사람들이 쓰는 걸) 누가 믿겠느냐는 거다. 운전면허증 없는 사람이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안 믿는 것과 같다. 예전에는 대학교수도 학위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은 그런 시기가 지났다.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쓰는 것 실력을 따지지는 않지만, 문제는 권위다.

-- 현행 검정 교과서를 본 적이 있나.

▲ 너무 직설적인 질문인데 난 잘 모르겠다.

-- 과거 교과서 쓸 때는 어떻게 썼나.

▲ 1986년 5차 교육과정 교과서 편찬 당시 국사편찬위 위원장을 맡은 변태섭 교수가 전화했다. 나한테 5차 교과서를 쓰라기에 선배가 부탁하니까 거절을 못 했다. 대신 내가 쓴 것 하나도 고치지 말라는 조건을 걸었다. 그때부터 7차까지 내 글은 하나도 안 고쳤다. 당시에는 원고료가 장당 50원이었다. 인세도 없었다. 이번에는 국편에서 예산 44억원 통과만 되면 원고료를 올려준다고 했다.

-- 본인은 진보인가 보수인가.

▲ 일부에서 나에게 친일이라고 하는데, 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정확한 사람이다. 글이 나오면 오자(誤字)만 걱정할 뿐이다. 식민사관을 배척하고 세계사 속에서 우리 역사를 보는 학자다. 삼국사기를 믿으면 진보, 믿지 않으면 보수라고 보는 데 나는 삼국사기를 믿는 사람이다. 내 글은 전부 진보다. 그래서 날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 상고사 서술을 강화하겠다는데 기존 내용과 달라지는 게 있나.

▲ 삼국사기 기록을 충실히 인용할 것이다. 최근에 단양 수양개에서 발견된 얼굴 모양 유적 그런 것들도 새로 해석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역사는 진보한다기보다 사실에 따라 발전할 수 있다. 세계사 속에서 한국을 보고 우리가 일본강점기 만들어 놓은 식민지사관, 타율성, 정체성, 반도성, 시대성 이런 것 다 없애고 그러면 한국사가 제대로 된다. 기존 내용과는 달라지는 게 많을 거다. 다만 행간 의미가 있으니 그런 것들을 건드리지 않고 미묘하게 써야 한다.

zitron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