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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공방 여파…유치원 입학 더 치열해질 듯

송고시간2015-11-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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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학부모 '지원 중단' 불안에 유치원으로 '눈길'

유치원 신입생 추첨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치원 신입생 추첨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만 4세 아들을 집 근처 어린이집에 보내는 워킹맘 고모(35)씨는 내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이다.

지난해 이맘때처럼 올해도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탓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 자칫 보육료를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갑작스럽게 어린이집이 운영난으로 문을 닫아 불편을 겪은 다른 학부모의 사례도 본 터라 비교적 안정적인 유치원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학부모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이는 같은데 누구는 보육료를 지원받고 누구는 못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불만과 함께 유치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정하더라도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족 여러 명이 우르르 추첨에 동원되고, 추첨에서 떨어진 학부모들이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등 매년 대학 입시만큼이나 치열한 유치원 '입학 전쟁'을 수차례 봤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부터 본격화되는 전국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내년도 원아 모집을 앞두고 고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어린이집 학부모가 늘고 있다.

더욱이 각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의 몫"이라며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밝힌 데 이어 일부 교육청이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에 이 예산이 실제 편성되지 않으면서 걱정이 커졌다.

그러나 각 교육청은 그동안 줄곧 교육청에서 담당한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 예산은 편성했다.

고민을 거듭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길 경우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하늘의 별 따기'였던 유치원 입학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내년도 원아 모집을 마무리한 일부 유치원은 지원자가 많아 선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내년도 신입생 선발을 마친 충북 청주시의 한 유치원은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많이 늘어나 원생 선발에 애를 먹었다.

이 유치원은 신청 순서대로 50명을 선발하고, 나머지 30명은 돌려보내야 했다.

원생 모집을 앞둔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공립유치원에는 지난달부터 원아모집 문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

이 유치원 원감은 "어린이집 지원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유치원을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경쟁률만 높아져 결국 불편과 피해는 학부모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부 신정민(37)씨는 "왜 똑같은 국가 예산을 쓰면서 유치원은 지원을 해주고 어린이집은 지원을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안해서 유치원으로 옮기고 싶어도 거리가 너무 멀어 고민 중"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어린이집들은 새로운 원아의 지원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기존 원아까지 유치원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며 불만과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누리과정 파동을 겪으면서 적지 않은 어린이집이 운영난 등으로 이미 문을 닫았다는 주장도 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4만3천665곳이던 전국 어린이집은 올해 6월 4만2천978곳으로 1.6%(687곳) 줄었다.

어린이집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같은 기간 1만3천294곳에서 1만2천886곳으로 400여곳이나 줄었다.

경기도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많은 원아가 유치원으로 옮길 것이 뻔하다"며 "이럴 경우 문을 닫는 어린이집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누리과정 예산 파동 등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어린이집 원아 2천200여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20명 이하 소규모 어린이집 110곳이 문을 닫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을 닫은 어린이집이 실제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지 않았지만 어린이집 대다수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광주어린이집연합회는 설명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힘겨루기의 여파로 올해 상반기에만 764곳의 어린이집이 폐원해 영유아 약 14만명(현원 기준)이 안정적인 보육을 받을 권리를 잃었다"며 "국고든, 지방예산이든, 교육재정교부금이든 영유아를 위한 누리과정 예산은 당연히 편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 각 시도교육청에 내년도 관련 예산을 의무적으로 편성하도록 했다.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교육청에 나눠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로 충당한다.

그러나 대부분 시도교육청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이라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한 상태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률적으로 교육감 책임이 아닐 뿐 아니라 재정 여건상 편성하기 어렵다"이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면 다른 교육사업을 축소 또는 폐지할 수밖에 없어 교육이 황폐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교육부와 교육감들이 이같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서로 떠넘길 경우 '유치원 입학 전쟁' 등 만3∼5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혼란과 고통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에 쓴 예산은 모두 3조8천209억원이다.

내년에도 전국의 누리과정 예산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늘어 3조8천668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운창 이영주 김형우 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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