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최후의 순간이 닥쳐온다면…'사일런트 하트'
송고시간2015-11-10 08:24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흔히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생물학적 엄밀성을 갖고 보면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다는 말이 사태에 더 들어맞을 것이다.
죽음이 불가피함에도 산자는 살아있음에만 주목하고 죽어감에는 의도적으로 외면한다.
독일의 사회학자 노베르트 엘리아스는 '죽어가는 자의 고독'에서 오늘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죽음은 사회생활의 배후로 밀려났고, 위생적으로 제거됐다"고 진단한다.
그는 "역사상 그 어떤 선례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체는 악취 없이 신속하게, 죽음의 병상에서 무덤으로 너무도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처리되게 됐다"고도 지적한다.
유럽의 거장 감독 빌 어거스트는 영화 '사일런트 하트'에서 현대인들이 외면한 바로 죽음, 죽어감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
'정복자 펠레'(1987년)와 '최선의 의도'(1992년)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받은 바 있는 감독답게 어거스트 감독은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너무 진지하지 않고 신파적이지 않은 태도를 유지한다.
영화는 두 딸이 부모가 사는 집으로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엄마 '에스더'(기타 노비)와 마지막 주말을 보내기 위해서다. 이틀 밤이 지나면 루게릭병에 걸린 에스더는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다.
남편, 아들과 부모 집을 찾은 큰딸 '하이디'(파프리카 스틴)는 엄마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한다.
작은딸 '산느'(다니카 크루시크)는 언니와 다른 반응을 보인다. 약이 필요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산느는 "엄마한테 배워야 할 게 많다"며 에스더의 결정에 반대한다.
이틀 동안 가족들은 같이 집 주변을 산책하고, 미리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기도 한다.
전날 밤 다 같이 산느의 남자친구가 가지고 온 대마초를 돌려가며 피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 마지막 저녁 만찬을 요샛말로 '웃프게' 그려내서다.
큰딸 하이디가 아버지 '폴'(모튼 그런워드)의 특정 행동을 오해하면서 에스더의 계획은 궤도에서 일탈하게 된다. 이후 영화는 결말로 치닫게 된다.
죽음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에스더는 가족들에게 말한다. "죽음은 언제 찾아올지 알 수 없어. 언제 신나는 일이 벌어질지 그것만 생각해."
감독은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무게 중심의 한 축은 가족 관계라고 강조한다.
"죽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누군가는 열정적으로, 혹은 도전적으로, 누군가는 열심히 관계 속에서 위로를 얻으며 살아갈 것이다. '사일런트 하트'를 통해 전하고픈 내 의도는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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