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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늑대' 화웨이의 위용…"애플 못지않다"

송고시간2015-11-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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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R&D로 미래 수요에 대비…세련된 행사 진행도 호평

(싱가포르=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지난 12일 아침,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서깊은 128년 역사의 래플스(Raffles) 호텔 행사장으로 말끔한 정장 차림의 화웨이 임원진이 줄지어 입장했다.

최고기술경영자(CTO) 중 한 사람인 조 소(Joe So)는 반짝이는 화웨이 스마트워치를 꺼내 보이며 "너무 가난했던 어린 시절 코카콜라 뚜껑으로 가짜 시계를 만들어 찼는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보통신기술(ICT)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는 개념조차 생소한 '스마트시티'를 주제로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이는 화웨이 관계자들의 얼굴에서는 자부심과 긍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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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 과거와 현재 뚜렷이 대비

화웨이는 12일 싱가포르 국립대와 공동으로 아시아 각국의 언론매체를 초청해 '이노베이션 데이' 행사를 열었다. 상전벽해 같은 화웨이의 성장 스토리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의 런정페이(任正非)는 44세의 중년이었던 1987년 늦깎이로 작은 회사를 차렸다. 중국의 굴기(堀起·도약)를 위해 행동에 나선다는 뜻으로 '화웨이'(華爲)라 이름 지었다.

당시 중국 통신시장은 일본의 후지쯔, 스웨덴의 에릭슨, 프랑스의 알카텔,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AT&T, 핀란드의 노키아 등 이른바 '7국 8제'로 불리는 다국적 기업에 점령된 상태였다.

런정페이는 중국 공산혁명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을 모방해 지방에서 힘을 길러 도시로 진출하는 경영 전략을 펼쳤다. 동시에 꾸준한 연구·개발(R&D)로 미래 먹거리를 준비했다.

올해 이노베이션 데이는 이 같은 화웨이의 초창기 역사를 생각할 때 의미가 남달랐다.

자국 내 지방의 틈새시장을 개척하던 과거와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를 무대로 미래형 첨단 도시인 '스마트시티' 사업을 벌이는 현재가 뚜렷하게 대조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행사 장소인 싱가포르는 화웨이와 광범위한 협업을 통해 교통, 상수도, 교육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시티 인프라를 갖춘 도시 국가로 꼽히고 있어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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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 문화 3가지 특징, 17년째 계승·진화

화웨이는 스스로를 늑대에 비유한다.

런정페이는 1998년 '화웨이의 붉은 깃발은 언제까지 펄럭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감한 후각, 불굴의 진취성, 팀플레이 정신 등 늑대의 3가지 특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17년 전 창업자가 공식화한 조직 문화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경영진은 화웨이가 사자처럼 강력해져서 구성원들이 승냥이의 야성을 잃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이번 행사에서 스마트시티와 슈퍼폰을 소개하며 늑대 문화를 비교적 잘 진화시키고 있음을 암시했다. 5∼10년 후의 시장 수요에 대비해 예민한 후각을 발동한 결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시티 사업의 경우 다양한 분야의 통신기술을 한데 묶기 위해 팀플레이가 필수적이다.

화웨이는 통신망을 널리 보급할수록 경제 규모가 커지고 고용 환경이 개선된다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망을 거듭 인용하면서 모든 사람을 연결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확실히 했다.

아울러 화웨이는 꾸준한 R&D로 불굴의 진취성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10%를 R&D에 투자한다. 전체 직원 17만명 가운데 R&D 인력이 7만6천명이나 된다.

화웨이의 한 직원은 "변함없는 R&D 노력이 없었다면 회사가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 싱가포르를 비롯한 세계 16개 지역에 R&D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시아 첫 이노베이션 데이에 긍정 평가

화웨이는 이번 행사를 위해 12개 국가와 지역에서 80여명의 언론인을 초청했다. 회사 측은 개방, 협력, 중립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비전을 홍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화웨이가 개방을 강조한 것은 창업 6년째인 1993년부터다. 하지만 이후로도 한참 동안 닫힌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2005년 후신위(胡新宇)라는 20대 초반의 직원이 급성 뇌염에 걸려 사망한 후 화웨이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줄을 이은 사건은 태도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런정페이는 5년 전 "화웨이가 오랫동안 언론 앞에서 머리를 땅속 깊이 파묻는 타조처럼 행동했다"며 "나는 타조가 될 수 있지만 회사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렇게 시작된 미디어 초청행사 '이노베이션 데이'는 매년 한 차례씩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총 다섯 차례 개최됐고, 여섯 번째인 올해 행사는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열렸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세련된 행사 진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홍콩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일본 국적의 야스히로 아마네(山根 康宏) 기자는 "불과 5∼6년 사이에 화웨이가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저가폰 위주의 샤오미보다 미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수준에 오른 화웨이의 기술과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제 겉모습만 봐서는 구글이나 애플의 행사에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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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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