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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 현장> 대구 C-랩 214대1 경쟁뚫고 창업 열풍

송고시간2015-11-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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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테슬라 납품업체도 나와…내년엔 브라질에도 멘토링구미 경북창조센터에선 '꿈의 스마트공장' 104곳 보급 마쳐 내년말 제일모직 옛 공장터에 영구 창조단지…지속가능성 기대

(대구=연합뉴스) 옥철 기자 = 지난 13일 대구광역시 동구 대구무역회관 내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C-랩(Creative Lab).

삼성전자[005930]에서 파견된 '멘토' 이경석 부장은 고민에 휩싸였다.

"사실 삼성에 있을 땐 투자금 걱정해본 적이 없어요.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우월하다는 점만 증명하면 바로 지원이 됐기 때문이죠."

그는 삼성에서도 기술 사업화 부문에서 일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맡은 일도 비슷하다.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게 그의 과제다.

하지만 사정은 180도 다르다. 기술과 도전의지만 있다고 창업기업이 성공하긴 어려운 게 냉정한 현실이다. 먼저 구현 가능한 기술이 있어야 하고 시장과 사업성이 받쳐줘야 하며 팀워크와 리더십도 수반돼야 한다. 광고, 홍보, 마케팅, 대외업무도 필수 요소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는 현재 C-랩 2기 18개사가 입주해 있다. IT, 섬유패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자동차부품, 완구 등 업종은 다종다양하다. 기본적으로 제한이 없다.

◇ 1기 경쟁률 214대 1…스타트업 꿈 키운다 = 1기 모집 때는 전국에서 스타트업(창업) 지망생 3천700여 팀이 몰렸다. 경쟁률이 무려 214대 1이었다고 한다. 삼성의 개방형 혁신인 오픈이노베이션센터에서 개념을 잡은 C-랩에선 창업기업이 6개월씩 머무른다.

이들의 비전을 보면 기발함과 대담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일례로 스마트 컨테이너 사업이라는 게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테러 위협 때문에 내년 7월부터 미국에 입항하는 모든 컨테이너의 보안을 강화하도록 법제화했다. 컨테이너의 위치추적이 가능해야 하고 X-레이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스마트 자물쇠를 장착한 컨테이너가 필요하다. 현재는 컨테이너를 납으로 봉인하지만 이를 스마트 키로 대체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 사업엔 관재시스템, 통신, GPS 위치추적, 온도·습도 제어 등의 기술이 총동원된다.

C-랩에서 산학연 컨소시엄으로 스마트 컨테이너 사업을 파고 들었다.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연간 8억5천만개다.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내다본 것이다.

실패한 사례도 더러 있다. IT사업을 꿈꾸던 여대생 몇 명이 치매로 고통받는 외할머니의 배변 문제를 해결해주고자 몸에다 센서를 붙여 대장 활동성을 체크하는 웨어러블 센서 아이템을 기획했지만 센서 기술을 끝내 찾지 못해 중도에 포기해야 했다.

이경석 부장은 "같은 아이디어라도 실리콘밸리에서 나왔다면 5억원 투자받을 것을 대구에선 1천만원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VC)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점도 난관이다.

이 부장은 "C-랩 3기 때는 투자 피칭을 위해 수도권에 한 번 올라가는 것도 검토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창조경제 현장> 대구 C-랩 214대1 경쟁뚫고 창업 열풍 - 2

◇ 1년새 매출 40배 늘리는 곳 나왔다 = C-랩에 입주한 창업팀은 초기 지원금 2천만원을 포함해 심사를 거쳐 사업화까지 최대 5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삼성도 팔을 걷어붙였다.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선 창업캠프(CCEI)를 진행했고 삼성벤처투자는 집중 지원 기업을 정했다.

삼성은 2019년까지 청년창업지원펀드 100억원, 삼성벤처투자 100억원 등 총 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원단 디자인·설계 프로그램 벤처기업인 월넛은 C-랩 멘토링과 삼성벤처투자의 투자를 받아 매출이 2014년 3천만원에서 올해 12억원으로 약 40배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 염색이나 프린팅하던 색사(色絲)를 직접 방직하는 방식으로 바꿔 내구성과 디자인이 뛰어나다. 나이키, 코오롱[002020],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 등에 OEM 납품하거나 납품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비철금속 표면처리 기술을 보유한 테크트랜스는 삼성벤처파트너스데이에서 운영자금 3억원을 지원받은 끝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에 연 30만대 규모의 페달 납품을 성사시켰다.

지난 8월 월넛 등은 중국에서 칭화대 과학기술원과 연계한 현지 IR(기업설명)도 진행했다.

브라질에서도 최근 C-랩을 배우려는 기업인들이 다녀갔다. 삼성은 브라질 혁신기업협회(ANPROTEC)와 손잡고 500만달러 기금을 만들었다. 내년부터는 브라질 스타트업 2개팀이 C-랩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 경북엔 스마트공장 127곳 보급한다 = 구미산업단지의 제조역량을 강화하는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마트공장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경북센터와 삼성은 올해 경북지역 127개 중소기업에 스마트공장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지난 2일까지 104곳은 보급이 완료됐다. 이제 스무 곳 남짓 남았다.

스마트공장은 생산관리시스템(MES), 사물인터넷(IoT) 기반 생산공정 자동화, 지능형 초정밀가공, 공정 시뮬레이션 기법 등이 가동되는 '꿈의 공장'이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중소기업 에나인더스트리는 품질 50% 향상에 물류동선은 34% 감소했다. DPM테크는 생산성이 200%나 올라갔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안에는 3개의 랩을 구성했다.

IoT 생산라인과 로봇조립 등을 갖춘 '팩토리랩'과 제조라인용 다관절 로봇, 치과용 3차원 영상진단 SW, 스마트폰 센서 통합검사 계측기 등 7대 신사업 시범과제를 보여주는 '퓨처랩', 전통문화와 농업의 산업화를 돕는 '컬처랩'이다.

◇ "지속가능성엔 보증서 없다" =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김선일 센터장은 창조단지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묻자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누군가 보증서를 써주느냐"고 반문했다.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보증서라는 건 없다는 뜻이다.

그는 "순전히 노력의 산물로 주변에서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건 정부도, 삼성도 아닌 오로지 이곳 센터에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765㎡의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내년 11월이면 대구 북구 제일모직 옛 공장터로 옮겨간다.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제조공장을 열었던 옛 부지에는 기념관도 있다. 주변은 주택가로 둘러싸인 이 땅의 용도를 놓고 삼성과 대구시가 묘안을 고민하던 끝에 김선일 센터장의 제안이 맞물리면서 영구적인 창조단지로의 조성계획이 수립된 것이다.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속가능성을 인정받은 벤처기업은 옛 제일모직 터에 문을 열 창조단지에서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미래를 향한 도전을 계속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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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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