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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 창당 60주년…'파벌정치'에서 '아베 1강'으로

송고시간2015-11-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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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주류였던 '輕무장' 노선도 아베 체제서 급속 변화전문가 "다른 의견 말하지 않는 자민당이 됐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이 15일로 창당 60주년을 맞이했다. 1993∼1994년, 2009∼2012년 야당으로 전락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난 60년간 일본 정치사의 굴곡은 자민당의 역사와 궤를 같이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장기 집권 체제로 돌입한 듯한 현재의 자민당은 오랜 '파벌정치'에서 '아베 1강 정치'로 변했고, 그간의 주류였던 '경(輕)무장·경제 집중' 노선에서도 이탈을 본격화하고 있다.

1955년 11월 15일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합쳐서 탄생한 자민당에서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1878∼1967)가 정립한 '경무장·경제 집중' 노선과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로 대표되는 '개헌·자주(自主)' 노선의 경쟁 속에 '요시다 노선'이 오랫동안 주류의 자리를 차지했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전 총리가 1957년 집권하면서 '개헌·자주파'가 한때 주류로 등장했지만 1960년 기시가 미·일 안보조약 개정후 반대 여론에 밀려 사임한 이후 안보는 미국에 의지한 채 경제 부흥에 집중한 것이 자민당 주류의 노선이었다. 개헌파였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의 총리 재임기(1982∼1987)와 아베의 첫 집권기(2006∼2007년)에도 그 흐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더불어 파벌 정치도 자민당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총리 배출을 목표로 하는 당내 파벌들이 다수파 형성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와중에 파벌 정치는 '금권 정치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는 한편, 자민당 내부의 '견제와 균형'을 가능하게 한 측면도 있었다.

이런 흐름은 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두번째로 권력을 잡은 뒤 격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투입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앞세우며 경제 중시 노선은 견지하고 있지만 '대미(對美) 의존의 경무장 노선'에서는 빠르게 탈피하고 있다. 집단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고, 무기수출의 족쇄를 푸는 한편 집권 후 매년 방위예산을 인상해왔다.

아베가 중국 위협을 강조하며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지만 속내는 미·일 동맹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는 동시에 동맹 안에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늘림으로써 독자적인 군사적 역량을 키우는 쪽에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불어 아베 총리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이후의 국정 상황이 유리할 경우 개헌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내 디딜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출범 당시의 정강에 '현행 헌법의 자주적 개정'이 명기됐음에도 '요시다 노선'이 주류의 자리에 있는 동안 '지향점'이자 '이상' 정도로만 여겨온 개헌이 60년 사이에 가장 피부에 와 닿게 된 것이다.

파벌 정치 역시 아베 정권들어서 '유명무실해졌다'는 극단적인 평가까지 나온다. 1994년 중의원 소선거구제 도입으로 사실상 총리에게 공천 권한이 집중됨에 따라 파벌이 그 이전만큼 힘을 갖지 못하게 된데 이어 아베 1강 체제에 의해 더욱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그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지난 9월 아베 총리의 무투표 재선이 결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였다. 아베 총리의 경쟁자로 꼽혔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 등은 일찌감치 꼬리를 내렸고, 유일하게 대항마로 나섰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중의원은 추천인 20명을 모으지 못해 출마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 정부 부처나 재계에서도 현안이나 민원이 있을 때 자민당에 찾아가는 것보다 총리 관저로 가는 것이 빠르다는 것은 '정설'이 됐고, 아베 총리의 각종 정책에 대해 자민당 내부에서 이견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야당들의 약세로 '외부의 견제세력'이 미미한 터에 당내에서도 아베 총리의 위세 앞에 '노(No)'라고 말하는 이들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런 상황과 관련, 미쿠리야 다카시(御廚貴) 도쿄대 명예교수는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하지 않는 자민당'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자민당은 이데올로기보다 여당에 눌러 앉아 있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며 "자민당이 과거에는 정책을 5∼10년의 중장기 계획 아래 생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언제 정권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법안 처리를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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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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