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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테러> 파리지앵의 저항법 '카페에서 마시고 웃고 사랑하라'

송고시간2015-11-1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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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문화 상징하는 카페서 일상 보내며 테러에 맞서 "프랑스식 삶은 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테러는 파리의 문화와 삶의 방식까지 없애지 못합니다. 우리는 절대로 프랑스의 심장을 그들에게 내주지 않을 겁니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의 연쇄테러가 프랑스 파리를 할퀴고 간 지 나흘째인 17일(현지시간) 저녁.

동시다발 테러 당시 가장 많은 이들이 숨진 바타클랑 극장에서 5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카페 '바로메트르'는 여느 때처럼 손님과 음악, 담배 연기로 차 있었다.

작은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은 맥주나 와인, 커피를 홀짝거렸고 간간이 담배를 태우면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전형적인 파리의 밤 풍경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이처럼 프랑스, 특히 파리지앵(파리 시민)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카페에서의 일상'이 새로운 방식의 '레지스탕스'(저항) 운동이 되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그 어떤 테러도 자유롭고 여유 있는 '프랑스인의 삶'을 해칠 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시민들이 파리의 문화를 상징하는 카페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 테러> 파리지앵의 저항법 '카페에서 마시고 웃고 사랑하라' - 2

이런 흐름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물꼬를 텄다.

네티즌들은 지난 1월 잡지사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나온 '나는 샤를리다' 구호를 본따 '나는 (카페)테라스에 있다'(Je suis en terrasse)나 '우리 모두 카페에'(Tous au bistrot)라는 문구에 해시 태그를 붙이며 '파리인의 삶'으로 돌아가 테러에 저항하자고 독려했다.

카페 바로메트르에 나온 막셍스 레조씨도 그런 이들 가운데 하나다.

그는 카페 안을 채운 록 음악과 잔 부딪히는 소리에 목청을 돋우면서 "이번 테러는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한 공격이다. 카페에 나오는 단순한 행위로 우리는 테러리스트에게 결코 프랑스의 심장을 빼앗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충격과 슬픔은 여전하다. 지난 나흘간 총소리와 폭발음, 경찰·구급차 사이렌, 헬기 소리 속에서 떨던 시민들은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곤 한다.

바타클랑 극장이 있는 볼테르 가에 사는 당쿠르씨는 "여전히 두렵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IS의 공포와 억압에 비하면 우리 삶은 환상적이며 공기처럼 자유롭다. 그들의 행위은 결코 이 자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라데팡스에 사는 건축가 바네사 루코씨도 테러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이날 동료와 함께 카페의 테라스 좌석에서 점심을 먹었다.

날씨도 마침 파리의 겨울 답게 잔뜩 회색빛으로 찌푸려 있었다. 근처 광장에서 붉은 베레모를 쓰고 기관총을 든 군인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만이 평소와 달랐다.

루코씨는 카페에 죽치고 있거나 길거리에서 키스를 하고, 오르셰 미술관을 구경하는 것 등을 예로 들면서 "파리인의 이런 일상들이 테러 이후에는 프랑스의 인본주의를 대변하는 하나의 '저항'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인은 언제나 테라스에 나와 커피나 와인을 마시고 수다를 떨며 담배를 피운다. 우리는 좀 버릇이 없고 짜증스럽긴 하지만 스스로 원하는 걸 하는 사람들이고 그게 바로 프랑스식"이라면서 "그건 결코 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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