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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진 "무대 밖 제 모습요? 춤 멈춘 적 없어 저도 궁금해요"

송고시간2015-11-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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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의 신'이 말하는 '스튜디오 안과 밖' 그의 모습

밝게 웃는 김설진
밝게 웃는 김설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 공연연습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11.19
ksu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춤을 추지 않을 때의 저에 대해 묻는데 솔직히 춤을 추지 않은 적이 거의 없어서 잘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 질문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게 될지 저도 궁금해요."

지난해 TV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을 통해 춤의 신, '갓설진'이라고 불리며 현대무용에 대한 전례 없는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현대무용가 김설진(34)의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인 1990년 가수 '현진영과 와와'의 춤을 따라 하며 무용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난 25년간 한 번도 춤을 멈춘 적이 없다. 그런 그에게 '무대 밖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인듯했다.

무용수이자 안무가로서 각종 공연과 강의, 인터뷰 등 정신없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그에게 이런 '난제'를 안긴 것은 내달 8~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이어지는 국립현대무용단의 기획공연 '춤이 말하다'다.

무용수들이 춤과 이야기를 통해 동시대 무용을 되짚어보는 무대다. 올해 주제는 스튜디오 안과 밖 무용수들이다. 김설진을 비롯해 한국무용가 김영숙, 현대무용가 예효승, 배우 엄태웅의 부인인 발레리나 윤혜진, 파쿠르의 김지호 등 5명이 15분씩 무대에 선다.

지난 18일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체연습동에서 만난 김설진은 "그동안 다친 적은 있었지만 춤을 멈춘 적은 없다"며 "다리가 부러지면 손으로, 어깨가 부러지면 발로, 목을 다치면 표정으로 춤을 췄다"고 했다.

'댄싱9' 이후 지난 2년간은 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활이 정점을 찍은 시기였다. 이처럼 그에게 춤과 무대 밖 일상은 전혀 일상적이지 않은 예외적 시간이며, 역설적으로 요즘 그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기도 하다.

"다른 일상을 갖고 싶어요. 정말로요. 아침에 출근하면서 전화로 미팅하고 연습하고 미팅하고 연습하고 공연하고 미팅하고 연습하고 공연하다 새벽에 집에 가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너무 필요하지만 거의 없죠."

그의 일에는 예술감독으로 있는 무용팀 '무버'(MOVER)를 잘 꾸려가는 것도 포함된다. 단원들이 매달 일정액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안무가가 되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이제 현실이 됐다. 하지만 이것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만만찮은 일이다.

"그것 때문에 정신없죠. 안무가보다 매니저가 된 느낌도 들고요."

춤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아빠'로 보낸다. 김설진은 다섯 살 딸과 지난 5월 태어난 아들, 두 아이의 아빠다.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오전 8시30분 전까지 30분 정도는 아이와 놀아준다. 틈이 나면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레고를 조립하거나 가끔 쿠키와 파스타도 같이 만들어 먹는다.

요즘은 시간이 없어 자주 못하지만, 요리는 그의 취미이자 특기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 들여 준비한다는 점에서 무용 작품을 하는 것과 비슷하단다.

현대무용가 김설진
현대무용가 김설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예술단 공연연습장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기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11.19
ksujin@yna.co.kr

'자취 요리'에서 시작해 2008년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 단원으로 해외 생활을 하면서 메뉴가 화려해지기 시작했다.

"김치는 당연히 담갔고요, 짬뽕, 짜장, 탕수육 세트도 만들어 먹었죠. 갈 때까지 갔다고 생각했던 것은 순대국밥이었어요. 순대만 공수해서 '꼬리'를 사다가 우려서 만들어 먹었죠. 잡채, 김밥, 불고기, 제육볶음, 미역국 등을 차려서 친구들을 초대했는데, 그때 왔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파티 요리'를 부탁하는 거예요. 그게 다단계처럼 이어져서 한식 출장 뷔페 아르바이트로 발전했죠."

청춘을 춤에 온전히 쏟아부었고, 그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수명이 길지 않은 무용수의 길에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은 늘 따라다닌다.

"신체적인 기능면에서는 5년째 내려가고 있다고 느껴요. 정점을 찍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에는 공연이 끝나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 실력이 느는 게 느껴졌거든요. 요즘은 공연하려고 몸을 풀기만 해도 힘들죠. 처음에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냥 내버려두게 되더군요. 예전에는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기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잘한다!' 이래요.(웃음)"

그는 춤을 사랑하지만, 그 안에 갇혀 있지는 않다. 관심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지금은 춤이 제일 좋은데, 춤보다 더 좋은 것이 생기면 그것을 할거에요. 영화를 만들거나 배우를 해보고 싶기도 해요. 춤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춤을 추는 순간 그냥 사라져버린다는 거예요. 영상 작업은 춤이 갖지 못한 어떤 것, 사라지는 순간을 담을 수 있다는 속성이 있잖아요. 배우는 움직임에 국한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죠."

현대무용과 음악, 연극을 조합한 작품을 선보이는 '피핑톰 무용단'에서 쌓은 경험으로 이미 무대에서 짧은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대학 시절부터 '개그'로 연기의 기본기를 배웠다.

김설진은 서울예대 재학 시절 개그 동아리 '개그클럽'에서 2년간 활동했다. 연극과와 방송연예과 학생들이 모인 이 동아리에 무용과 학생이 가입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의 작품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는 나름의 역사가 있는 것이다.

"저는 개그 하는 분들을 존경해요. 사람들이 웃을 때 가장 공감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짜로 웃기는 어렵잖아요."

개그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주변에서는 '춤추는 사람이 왜?'라는 따가운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가 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겠다며 TV에 나갔을 때도 비슷했다.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예술가의 껍데기로 인간의 삶을 포기하며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고흐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고흐처럼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세상이 바뀌었잖아요."

김설진은 그간의 활동으로 춤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성과가 있었는데, 솔직히 '약발'이 떨어졌죠. 거품이 빠지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계속 오게 할지가 고민이에요. 재미있는 작품이 많아지는 것이 첫 번째지만 20여 년 동안 별별 노력을 해도 안되던 것이 단 한 번의 방송으로 갑자기 탄력을 받은 것을 보면서 미디어의 힘을 실감했어요. 요리사가 그랬듯이 무용수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대중과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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