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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반성해놓고 역사검증…작년 고노담화 검증 '판박이'

송고시간2015-11-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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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담화'에서 밝힌 사죄와 반성에 물타기 우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단 인정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예봉을 피한 뒤 검증으로 물을 탄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전담 조직을 만들어 추진키로 20일 정식 결정한 과거사 검증이 작년 고노(河野) 담화(군위안부 제도에 일본군과 관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담화) 검증과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야당시절 고노담화 수정론을 폈던 아베 총리는 집권 후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2013년 12월 26일) 등으로 역사인식 문제가 커진 와중에 작년 3월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아베 내각은 (고노담화의) 수정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작년 5월 고노담화 검증에 착수, 그해 6월 20일 '한일 외교당국간에 고노담화 문안 조율이 있었다', '군위안부 강제 연행의 증거는 없었다'는 등을 골자로 하는 검증 보고서를 발표했다. 담화를 계승한다면서 담화를 한일간 정치적 흥정의 산물로 폄훼하고, 자신들의 핵심 주장인 강제연행 부정을 부각시키는 것이 검증의 의도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역사검증도 비슷한 패턴이다. 아베 총리는 8월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에서 무라야마(村山) 담화(전후 50년 담화)의 키워드로 불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반성, 사죄 등을 '간접 화법'으로나마 거론함으로써 역사 인식 논란을 어느 정도 봉합하는 듯 했다.

그런 아베 총리가 자민당을 내세워 3개월여만에 다시 과거사 검증에 나선 것은 아베 담화의 '반성', '사죄' 등에 물을 타는 한편 '우리의 진짜 역사인식은 이것'이라고 지지세력인 보수층에 보여주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신문 21일자는 '역사 검증은 아베 담화에 대한 리벤지(revenge·패자의 복수)'라는 평가가 자민당 내부에 있다고 소개했다. 아베 담화의 반성과 사죄에 불만을 품은 우익 세력을 달래려는 의중이 역사 검증에 내포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검증의 대상 중 일본 언론은 태평양전쟁 일본인 A급 전범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에 가장 주목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기시로부터 물려받은 전후체제(패전국으로서 주어진 평화헌법 체제) 탈피의 꿈이 도쿄재판 검증에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관과 역사관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되는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가 A급 전범 용의자였다는 점도 이번 검증의 의도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앞서 아베 총리는 2013년 3월 12일 국회에서 도쿄재판에 대해 "연합국 측이 승자의 판단에 따라 단죄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과거사 검증 조직의 수장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간사장이 맡기로 했지만 강경 우익성향인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그런 만큼 아베 총리가 '여성 총리감'으로 미는 이나다의 주장이 검증 과정에서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번 검증에는 집단 자위권 법제화 등을 계기로 미일동맹을 업그레이드한 만큼 '전승국' 미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도쿄재판을 건드리더라도 미일관계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권은 재작년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미국이 '실망했다'는 공식 입장을 냈을 때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민당은 외교적 파장을 의식, 검증 결과를 보고서로 내지 않기로 했지만 매번 검증 회의 관련 내용은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반성해놓고 역사검증…작년 고노담화 검증 '판박이' - 2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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