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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후안무치 '책 도둑' 교수들, 대학서 퇴출해야

송고시간2015-11-2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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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연구실적을 부풀리려고 다른 사람이 쓴 저서를 자신이 지은 책으로 위장해 출간한 일명 '표지 갈이' 교수들이 무더기로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의정부지검은 표지 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묵인한 대학교수 200여 명을 저작권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이들이 몸담은 대학수가 전국에 걸쳐 50여 개에 이르며, 국·공립 대학과 서울의 유명 사립대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적발된 교수 가운데는 스타 강사와 각종 학회장도 포함됐다. 검찰에 의하면 표지 갈이는 1980년대부터 출판업계에서 성행했지만, 그동안 수사망에 걸려들지 않았다고 한다.

연구윤리와 학문적 양심, 도덕성을 최후 보루로 삼아야 할 대학교수들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짓을 거리낌 없이 자행했다니 아연할 따름이다. 이런 교수들에게서 배운 학생들이 안쓰럽다. 이들 때문에 피땀 흘려 연구해 논문을 쓰고 책을 내는 양심적인 학자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면 허탈할 것이다. 그동안 대학가나 교수 출신 관료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장에서 표절 문제가 빈발하긴 했지만, 표지 갈이는 책의 저자를 뒤바꾸는 것이어서 더욱 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표절은 책이나 논문 일부분을 도용하는 것이지만 표지 갈이는 연구성과를 통째로 도용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출판사를 고리로 원저자와 허위 저자의 이해가 '검은 사슬'로 연결돼 출판계에 만연해있다고 한다. 허위 저자는 연구실적을 부풀리려고, 원저자는 출판사 확보나 돈이 궁해서, 출판사는 팔고 남은 전공서적의 재고처리를 위해 서로 '짬짜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적인 범죄집단의 공모를 방불케 한다. '학자의 가면을 쓴 절도범'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검찰은 혐의가 있는 교수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쳤으며 다음 달 중순까지 전원 기소하는 한편 추가 수사도 벌일 방침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출판계와 대학 강단에서 파렴치한 표지 갈이를 근절한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수사하기 바란다. 대학들은 저작권법 위반으로 벌금 300만 원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재임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교수들의 무더기 퇴출이 예상된다. 연구윤리를 팽개친 교수들이 대학 사회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들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저서나 논문 등 연구 실적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표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대학들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진정성 있는 자정 노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온정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로 이런 교수들이 활개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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