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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침범 싸고 터키 "증거 확실" vs 러시아 "사실 아냐"(종합3보)

송고시간2015-11-25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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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 전폭기 터키 위협 안해"…러 외무장관, 터키 방문 일정 취소

불길에 휩싸여 추락하는 러시아 전투기
불길에 휩싸여 추락하는 러시아 전투기

24일(현지시각) 터키의 하베르투르크 TV가 제공한 러시아 전투기 추락 장면. 이 전투기는 터키 남부 하타이 주 한 구릉으로 떨어졌다.
터키군은 이날 성명에서 터키 F-16s 전투기가 남부 하타이주 야일르다 영공을 침범한 전투기에 5분 동안 10차례 경고했으나 무시함에 따라 공격했다고 밝혔다. 공격을 받은 러시아 수호이(Su)-24 전투기는 투르크멘족 반군이 장악한 지역인 시리아 북부 라타키아 주 야마디 마을에 떨어졌다고 말했다.(하베르투르크 TV/AP)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전폭기가 터키 전투기에 의해 격추되면서 양측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러시아는 사고 전폭기가 시리아 내에 머물렀으며 터키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고 당일인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를 방문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러시아 전폭기 수호이(Su)-24 피격 사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서 전폭기가 터키 영공을 침범해 격추했다는 터키 당국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터키 정부는 앞서 러시아 전폭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해 자국 전투기들이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물러나지 않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터키군 총사령부는 비행 추적 자료를 공개하면서 러시아 Su-24 전폭기 2대가 이날 오전 9시24분 터키 남부 하타이 주 야일라다으 지역 영공을 지나갔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터키-시리아 국경선은 'U'자형으로 러시아 전폭기들은 시리아 북부 라타키아 주 영공에서 서쪽으로 비행하는 도중 가운데에 있는 터키 영공을 지나간 것으로 추적됐다.

터키군은 성명에서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전폭기들에 5분 동안 비상 채널로 10차례 경고했으나 무시하고 17초 동안 영공을 침범해 계속 영공에 남아있던 1대를 교전수칙에 따라 공격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러시아 전폭기가 터키 국경에서 1km 떨어진 시리아 상공 6천m 지점에서 피격됐으며 이후 터키와의 국경에서 4km 떨어진 시리아 영토에 추락했다"면서 "전폭기가 터키를 위협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푸틴은 이번 사건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벌이는 러시아를 등 뒤에서 공격한 꼴이라며 "이 비극적 사건이 러-터키 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Su-24가 (시리아 라타키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로 복귀하던 도중 시리아 영토에서 터키 F-16 전투기에 의해 격추됐다"면서 "관제 자료 분석도 터키 영공 침범이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역시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침범해 경고 뒤 격추했다는 터키 측의 발표를 부인한 것이다.

영공침범 싸고 터키 "증거 확실" vs 러시아 "사실 아냐"(종합3보) - 2

국방부는 자체 언론 보도문을 통해 터키 공군의 행동을 "비우호적 행동"이라고 비난하고 자국 주재 터키 무관을 불러 항의했다.

러시아 총참모부는 터키와의 군사분야 접촉을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향후 시리아에서 공습 작전을 벌이는 러시아 폭격기들은 전투기의 엄호하에서만 작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5일로 예정됐던 터키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라브로프는 "터키 영토에서의 테러 위협이 높아지고 있으며 테러 위험 수위가 이집트 못지않다"고 지적하면서 자국민들에게 터키 방문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영공침범 싸고 터키 "증거 확실" vs 러시아 "사실 아냐"(종합3보) - 2

터키 전투기의 공격을 받은 러시아 전폭기는 시리아 내 터키족 '투르크멘' 거주 지역인 시리아 북서부 라타키아 주 마을에 추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르크멘족은 시리아인과 쿠르드족에 이어 시리아에서 세 번째로 수가 많은 종족이다.

투르크멘족 반군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과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 등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터키는 이전에도 시리아 내 IS 근거지에 대한 공습 작전을 벌인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공군기들이 시리아 북부 투르크멘족 마을을 공습한다고 항의해 왔다.

시리아 내 터키족은 지난 10월 초 개최한 민족회의에서 러시아가 시리아 서부 텔비사를 공습하는 과정에서 투크크멘족을 포함한 4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비난한 바 있다.

영상 기사 러시아-터키, 영공침범 놓고 '진실게임'
러시아-터키, 영공침범 놓고 '진실게임'

[앵커] 러시아 전투기가 격추되자 러시아와 터키는 격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터키 영공을 침범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터키는 영공을 침범해 취해진 조치라는 것입니다. 미국 펜타곤은 터키 손을 들어줬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유철종 특파원입니다. [기자] 터키군 총사령부는 러시아 전투기 격추 직후 곧바로 비행 추적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러시아 수호이-24 전투기가 터키 남부 하타이주 야일라다으 지역 영공을 지나갔다는 것으로 터키 영공을 침범했다는 증거 자료입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터키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 러시아 대통령> "이번 일은 테러리스트들의 동조자가 등 뒤에서 공격한 꼴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 전투기는 터키를 위협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터키 공군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는 양국관계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메시지도 내놨습니다. 이처럼 러시아 전투기가 격추 전 터키 영공을 침범했는지를 놓고 러시아와 터키 간 진실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터키 손을 들어줬습니다. 터키 전투기 조종사들이 격추 전에 러시아 전투기를 향해 사전 경고를 했지만 러시아 조종사들은 응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스티브 워런 / 미국 국방부 대변인> "(터키 조종사들이 러시아 조종사들에게 10차례나 경고한 것이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사실입니다." 전투기 간에 교신은 공개된 채널로 이뤄지므로 양쪽의 교신 내용을 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미 국방부는 격추된 장소가 터키-시리아 국경 어느 쪽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연합뉴스 유철종입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yjebo@yna.co.kr

터키 정부는 '형제 민족'인 투르크멘족에 대한 공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터키는 지난 19일에도 앙카라 주재 러시아 대사를 외무부로 초치해 시리아 내 투르크멘족에 대한 공습 작전으로 터키 국경이 침범당할 경우 모든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터키와 언어, 민족적 특성이 같은 투르크멘족은 최근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강화에 따라 터키 남부 하타이 주로 대거 피신했다.

터키와 나토는 지난달 3, 4일 러시아 전투기가 잇따라 터키 남부 하타이 주의 영공을 침범하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경고했다.

당시 러시아는 우발적 실수였다며 영공 침범을 인정했지만, 터키와 나토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터키 영공을 침범했을 것이란 의혹을 표시했다.

러시아 전폭기 피격 사고가 시리아-터키 국경 지역에서 일어난 만큼 전폭기가 터키 영공을 침범했는지는 현재로선 명확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집트 내 러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과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시리아 내 IS 근거지 등에 대한 공습 작전을 강화해온 러시아 공군기들이 우발적으로 터키 영공을 침범했다가 터키 전투기들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Su-24처럼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전폭기가 순간적으로 국경 지역을 넘을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키 측의 주장대로라면 러시아 전폭기가 터키 전투기로부터 약 10차례의 경고를 받고도 물러서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향후 사고 경위 조사 과정에서 러시아와 터키는 영공 침범 문제와 시리아 내 투르크멘족 공격 여부 등에 대해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또 시리아 내 IS 격퇴전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 공조와 러-터키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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