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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 "터키 전폭기 격추는 계획된 도발…전쟁할 뜻은 없어"(종합2보)

송고시간2015-11-26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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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 중단도 고려 안해…터키와의 관계 재검토는 불가피"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최평천 기자 = 터키가 영공 침범을 이유로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데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계획된 도발"이라고 비난하면서도 "터키와 전쟁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것(전폭기 격추)이 우연한 사고라는데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다"며 "계획된 도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로 예정됐던 터키 방문 일정을 취소한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나 "터키와 전쟁을 할 생각은 없으며 터키 국민에 대한 러시아의 태도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터키 지도부의 행동에 의문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터키 회사나 수출업자들, 터키와 협력하는 러시아 국민이나 회사들에 인위적으로 불필요한 문제를 만들 생각이 없다"면서 양국 경제 협력 관계를 중단하는 등의 과격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터키군의 행동에 아무런 대응도 없이 지나갈 순 없다"면서 "러시아 전폭기에 대한 공격을 고려해 터키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일정한 보복 조치가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러 외무 "터키 전폭기 격추는 계획된 도발…전쟁할 뜻은 없어"(종합2보) - 2

라브로프는 터키가 러시아 전폭기 격추에 앞서 미국 측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미 당국의 발표에도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하고 있는 동맹국들은 자신들의 전투기가 미제이기 때문에 공습 작전을 하기 전에 미국의 동의를 얻을 것을 미국 측이 요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이번에도 미제 F-16에 의해 러시아 전폭기가 격추된 만큼 터키가 작전에 앞서 미국의 동의를 얻었는지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시리아 내 IS 격퇴전 공조 협정에는 상공에서의 군사적 충돌 방지 조치 의무가 반(反)IS 동맹국 모두에 적용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터키도 이 협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라브모프 장관은 이어 "테러리스트들이 터키 영토를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는 데 사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정 단체나 나라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테러리스트의 이동을 차단하려고 터키-시리아 국경을 폐쇄하자는 프랑수아 올랑스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내일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인) 올랑드 대통령과 이 제안을 자세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이날 메블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과 한 전화통화에서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함으로써 터키 지도부는 사실상 IS 편에 선 것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양국 외무장관 간 통화 내용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전했다.

외무부는 "라브로프 장관은 또 터키가 IS와의 불법 석유 거래에도 참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면서 석유는 러시아 전폭기가 격추된 지역을 지나 수송되고 있으며 그 지역엔 테러리스트들의 지휘소와 무기 저장소, 탄약고 등이 있음도 상기시켰다고 소개했다.

러시아는 최신예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인 'S-400'을 시리아에 배치하는 등 시리아 주둔 자국 공군 보호 강화 조치를 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S-400 미사일 시스템을 시리아 라타키아주(州) 히메이밈 공군기지에 배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이날 국방부 간부 회의에서 S-400 미사일의 시리아 배치를 확인했다. 러시아군이 S-400을 전투 임무에 배치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고도가 3만m나 되는 S-400 미사일은 보통 1만m 고도로 비행하는 여객기는 물론 그보다 높이 비행하는 군용기도 쉽게 타격할 수 있다. 지난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S-400의 최고 속도는 마하 12로 항공기뿐만 아니라 단거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 및 순항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부 스베르들로프스크주(州) 도시 니즈니타길을 방문해 "어제 (전폭기 격추) 사고 이후 다른 사고들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더 심각한 문제는 현 터키 지도부가 최근 몇년 동안 이슬람을 지원하고 터키를 이슬람화하는 내부 정책을 의도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도 이슬람을 지원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문제는 과격한 성향의 이슬람을 지원하는 것이며 이는 아주 위험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폭기 격추 사건 이후 푸틴 대통령이 터키군의 공격을 강하게 비난하며 "중대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러시아의 대응은 비교적 차분해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터키 앙카라 주재 러시아 대사를 소환하는 등의 외교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cjyou@yna.co.kr, trum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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