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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황제 증손자, 호주 오지서 애완견옆 고독사

송고시간2015-11-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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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1800년대 후반 러시아 제국을 통치한 알렉산드르 3세(재위기간 1881~1894)의 증손자가 호주의 오지에서 홀로 쓸쓸히 숨진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호주 언론은 30일 경찰이 북부준주(NT) 오지 마을인 캐서린에서 지난 9월 27일 숨진 채 발견된 한 남성이 러시아 황제 가문의 레오니트 쿨리코프스키(72)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쿨리코프스키의 시신 발견 이후 9주에 걸쳐 신원 확인 작업을 벌인 끝에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 남성은 당시 나무 아래 자신의 애완견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쿨리코프스키는 숨지기 전 약 6년 동안 이동주택 주차장에서 홀로 지내왔으며, 주변 사람 누구도 그의 진짜 이름이나 그가 러시아 황실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시드니 수도국에서 일하다 은퇴한 그는 애완견을 데리고 호주 곳곳을 여행했으며 자신의 자동차가 캐서린에서 고장 나자 이 지역에 눌러앉았다.

알렉산드르 3세의 아들 니콜라스 2세는 1917년 러시아 혁명 후 자녀 대부분과 함께 처형됐으나, 쿨리코프스키의 부모는 덴마크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쿨리코프스키는 덴마크에서 성장한 뒤 젊은 나이에 호주로 이주했으며 자신의 신분을 철저히 숨긴 채 살아왔다.

호주에는 친척이 아무도 없었으며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관계로 그의 시신은 지난 2개월 동안 다윈의 시신 안치소에 보관됐다.

북부준주에 있는 러시아 외교관은 호주 ABC 방송에 "덴마크에 있는 여자형제와 접촉했을 때 20년 전에 연락이 끊겼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쿨리코프스키 가계는 영국 및 덴마크 왕실과도 관계가 있다.

그의 장례식은 30일 다윈의 한 조그마한 세르비아 정교회에서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 지역 정치인과 저명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다고 ABC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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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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