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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남녀 댓글전쟁은 불안한 시대상 반영"

송고시간2015-12-0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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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도 일정 수위 넘어가면 집단 폭력"…"성차별적 이데올로기 깨야"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조민정 이슬기 기자 = 남성과 여성이 온라인에서 벌이는 '댓글전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이 가진 불만을 애매한 약자에게 화풀이하는 것이 보편적 현상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2일 "'3포 세대'에 속한 남성들이 불안과 좌절을 느끼면서 여성들에게 여성혐오의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고, 메갈리아 등 여성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미러링'(상대방의 언행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한 교수는 "한국은 특히 입시위주 교육과 가족 중심 사고방식, 빠른 경제 성장 등에 묻혀서 시민문화가 형성이 안 됐기 때문에 '내 가족'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굉장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녀로 나눠 상대방을 적으로 설정하고 공격하는 것 자체가 남녀에 대한 위계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각 개인도 서로 왜 싸우는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 나타난 남녀 간 혐오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절로 자정작용이 이뤄지길 기대하기보다 더욱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이버상 언어폭력이 도를 넘어섰고, 이를 규제하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소설 '댓글부대'로 올해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받은 작가 장강명은 "혐오발언 등 악플도 일정 수위를 넘어가면 집단적인 폭력이 된다. 인터넷을 공공영역으로 보고 모든 인터넷 공동체에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규제를 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작가는 현재 인터넷을 두고 '도로교통법이 없고 신호등도 없는데 자동차와 신작로가 막 들어선 마을'에 비유했다. 규칙과 규제가 없기 때문에 곳곳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교차로가 막힌다는 것이다.

장 작가는 "교통사고가 났다고 편리한 자동차를 없앨 수는 없다. 차선을 긋고 법을 만들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언로를 터주고 정보를 전달하는 인터넷은 매우 편리한 도구지만 이를 규제할 방법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남녀간 혐오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을 장려하고 약자를 우대하는 '긍정적인 차별'이 필요하다"며 "여성이 더 열등하다는 성차별적인 이데올로기를 깨야 성공한 여성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일부 남성들의 여성혐오 현상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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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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