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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부는 '자선 자본주의' 훈풍

송고시간2015-12-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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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 노리는 척박한 환경서 꽃피는 기부문화"

(서울=연합뉴스) 국기헌 기자 = "잭 도르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조만간 이뤄질 스퀘어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얻은 차익 중 상당한 규모의 돈을 열악한 지역사회에 기부할 것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이번 달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북부에 있는 샌 퀜틴 주립 교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도소의 과밀화 문제를 언급한 직후 트위터상에서는 이런 말이 급속히 돌았다.

첨단 IT(정보기술) 업체들이 몰려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축적한 부를 필요한 곳에 즉각 기부하는 '자선 자본주의'(philanthrocapitalism)가 꽃을 피우고 있다.

저커버그와 소아과 전문의 프리실라 챈 부부는 보유 중인 페이스북 지분 중 99%(450억 달러·약 52조 원)를 살아 있을 때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기부하겠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유한책임회사(LLC) 형식으로 설립된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의 초기 사업은 개인화된 맞춤형 학습, 질병 치료, 사람들 연결하기, 강한 공동체 만들기 등에 초점이 맞춰질 예정이다.

앞서 저커버그 CEO는 지난달에 미국 학생들이 학교에서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2천만 달러(약 231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0월엔 저커버그· 챈 부부는 빈민 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이스트 팰로앨토에 수백만 달러짜리 사립 유치원을 설립한 적이 있다.

두 사람은 2013년에는 실리콘밸리 지역사회 재단에 회사 주식 9억9천220만 달러 어치(약 1조1천500억원)를 기부했다.

실리콘밸리에 부는 '자선 자본주의' 훈풍 - 2

실리콘밸리에서 나눔 실천에 공을 들이는 IT기업 부호는 저커버그· 챈 부부뿐만이 아니다.

피에르 오미디아 이베이 회장,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등은 지난 2013년 각각 2억 달러(약 2천320억원)가 넘는 돈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했다.

래리 엘리슨 오러클 CEO는 7천220만 달러(약 837억원)를, 짐 클락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의 공동 창업자는 6천만 달러(약 696억원)를 각각 자선 바구니에 담았다.

이들의 거액 기부자들의 공통점은 모두 수년째 미국 50대 기부자 순위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부자들의 기부 행렬의 선봉에 선 이는 빌 게이츠 MS 공동 창업자와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쌓인 기부금은 410억 달러(약 47조5천500억원) 규모로 세계 최대다.

버핏은 지난 2006년 빌 게이츠 부부가 세운 자선단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자신의 주식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이 같은 기부 행렬에는 IT 부호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명분에 시간과 돈을 투입할 것을 약속하는 신생기업 중역들의 가세도 점차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1990년대 후반 닷컴 붐 당시 IT업계가 기부에 인색해 비판을 받은 전력이 있다.

전통적 부호들과 달리 아이디어와 기술로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이룬 부호들이라서 천박하다는 인식을 일축하려는 충동이 실리콘밸리에 있다는 것이다.

자선단체에서 활동하는 앨리슨 머독은 "한때 실리콘밸리가 인색하다는 역풍을 맞고 나서 이제는 모두 그런 머저리가 되는 걸 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선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본보기는 전자 상거래 사이트인 유기브구스에서 찾을 수 있다.

유기브구스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현물을 기부하고 자신들만의 기부운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사이트다.

리사 토마시 유기브구스 CEO는 미 프로미식축구연맹(NFL), 모건 스탠리, 버라이즌과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모아 선물하는 미 해병대의 자선프로그램인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Toys for Tots), 동물학대방지협회(SPCA)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했다.

장학사업인 미네르바 프로젝트의 CEO인 벤 넬슨은 실리콘 밸리가 본질적으로 금광 찾기(골드러시)가 성행하는 야박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넬슨은 "사람들이 복권을 긁으려고 실리콘밸리에 오는 까닭에 나눔의 문화를 실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는 빌 게이츠가 인색하다는 비난을 강력히 받았다는 사실을 잊을 것"이라면서 "게이츠는 자신의 세운 회사를 거대기업으로 만든 후 자선사업에 뛰어들었고 이 같은 비판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덧붙였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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