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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서부극 버전 '저수지의 개들'…'헤이트풀 8'

송고시간2015-12-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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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돌아왔다. 또 서부극이다. 그러나 전편인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결이 다르다. 오히려 그의 데뷔작 '저수지의 개들'과 닮았다.

그의 8번째 영화 '헤이트풀 8'은 남북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기 미국 와이오밍주를 배경으로 한다.

눈보라가 매섭게 치는 오후, '교수형 집행인' 존 루스(커트 러셀)와 '죄수' 데이지 도머그(제니퍼 제이슨 리)를 태운 마차를 누군가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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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상금 사냥꾼' 마커스 워렌(사무엘 L. 잭슨). 그의 옆에는 현상금이 걸린 범죄자의 시신 3구가 있다.

존 루스 역시 현상금 사냥꾼인 것은 마찬가지. 단 그는 워렌처럼 범죄자를 죽이기보다는 산 채로 잡아 교수대에 세운다. 그의 별명이 '교수형 집행인'인 이유다.

그는 현상금이 1만달러 걸려 있는 '죄수' 데이지를 레드락으로 데리고 가는 길이었다. 그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워렌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의심을 차마 거둘 수 없으나 워렌을 마차에 태운 루스는 이번에는 자신이 레드락의 신임 '보안관'이라고 주장하는 크리스 매닉스(월튼 고긴스)를 만난다.

매닉스까지 모두 4명은 해가 떨어지고 눈보라가 더 심해지자 '미니네 잡화점'에 머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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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곳에 또 다른 4명이 와 있었다. '멕시칸' 밥(데미안 비쉬어), 전직 장군 출신인 '남부연합군' 샌포드 스미더스(브루스 던), '리틀맨' 오스왈도 모브레이(팀 로스), '카우보이' 조 게이지(마이클 매드슨)가 그들.

이렇게 '증오의'(hateful) 8인이 다 모이게 됐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잡화점에 모인 8인이 서로를 증오하는 이유가 하나둘 드러난다. 증오는 폭력을 낳고 이는 타란티노 특유의 '피범벅' 액션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장고: 분노의 추적자'와 같은 전작에서 보였던 강도 높은 잔혹함은 많이 완화됐다.

누군가에 의한 독살이 발생하자 영화는 추리극으로 바뀐다. 추리의 주체는 이 지역에서 오래 살았던 워렌이다.

숨겨둔 비밀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그야말로 파국적 결말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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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자칫 세상의 빛을 못 볼 뻔했다. 지난해 1월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유출되자 타란티노 감독은 영화화를 접고 시나리오를 소설로 내겠다고 했다.

그러다 같은 해 4월 유출본 시나리오를 관객 앞에서 읽는 '공개 대본 읽기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자리에서 그는 이 영화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본격적인 영화작업에 들어갔다.

타란티노 감독은 지난해 11월 미국 필름 마켓(America Film Market)에서 이 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방에 흉악한 악당 무리가 있다. 이들 모두는 자신의 옛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지 간에. 바깥에는 눈보라가 몰아쳐 이들은 방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는 총이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의 말처럼 '증오의 8인' 중 선한 이들은 없다. 자칭 보안관인 매닉스는 남북 전쟁이 끝났음에도 민병대를 이끌고 흑인들을 잡아 죽였던 남부 출신 가문의 아들이다. 당시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흑인인 워렌 역시 수용소를 탈출할 때 건물에 불을 질러 40명이 넘는 백인을 불에 타 죽게 만든 방화살인범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련의 악당들이 쉴 새 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누가 범인인지를 가려내는 이야기 구조는 딱 '저수지의 개들'이다. 범인이 경찰 끄나풀이냐 독살범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이 앞으로 볼 수 있는 타란티노의 마지막 세 작품 중 하나라는 점에서 더 애틋하다.

그는 AFM에서 영화를 열편까지 찍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남들이 더 하라고 원할 때 떠나고 싶다. 감독은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은퇴 이유다.

그러면서 그는 "처음 작품과 마지막 작품이 탯줄처럼 이어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신작은 과거로의 회귀가 강하게 드러난다. 출연진 면면을 봐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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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부터 '재키 브라운', '킬 빌',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 이번 영화까지 모두 5개 작품에 출연해 타란티노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사무엘 잭슨이 이 영화에서 이야기 흐름을 주도한다.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의 팀 로스, '저수지의 개들', '킬 빌'의 마이클 매드슨 등 타란티노 사단인 이들도 이번 영화에 비중 있는 역으로 등장한다.

커트 러셀('데쓰 프루프'), 월튼 고긴스, 브루스 던(이상 '장고: 분노의 추적자')도 이 영화에 앞서 타란티노의 전작에 출연한 바 있다.

'증오의 8인' 중 제니퍼 제이슨 리와 데미안 바쉬어 등 2명만이 이번에 새롭게 합류했다.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영화를 즐겨보던 '씨네 키드' 타란티노 감독이 29살의 나이에 충격적인 데뷔작을 내놓은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은퇴를 운운할 정도로 노장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세 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 내내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다.

167분. 청소년관람불가. 내년 1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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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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