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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교민 잇단 피살로 불안 확산…치안 개선은 '게걸음'

송고시간2015-12-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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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에서 우리 교민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교민과 관광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필리핀 정부가 치안 대책을 추진하고 한국 정부가 지원에 나섰지만 난무하는 불법 총기와 강력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20일 필리핀 중부 바탕가스 주 말바르 시에서 조모(57) 씨가 자신의 집에 침입한 4인조 괴한의 총격에 숨지면서 올해 들어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11명으로 늘어났다.

필리핀에서 살인 사건으로 숨진 한국인 수는 2012년 6명에서 2013년 12명으로 급증했고, 2014년 10명에 이어 2015년에도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해외한국인 피살 사망의 약 40%가 필리핀에서 발생했다.

숨진 조 씨는 20여 년 전 필리핀으로 건너와 건축사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괴한들이 금품을 훔친 흔적이 있지만, 주변 사람의 말을 고려할 때 사업이나 금전 관계에 얽힌 청부 살인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필리핀 중부 관광도시 앙헬레스에서 현지 호텔을 운영하는 박모(61) 씨가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필리핀 경찰은 최근 박씨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필리핀인 V(38)씨를 검거했지만, 배후는 아직 밝히지 못했다.

필리핀 교민 잇단 피살로 불안 확산…치안 개선은 '게걸음' - 2

필리핀에서는 100만 정 이상의 총기가 불법 유통돼 강도와 살인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 수백 달러만 주면 고용할 수 있는 청부살인업자를 통해 금전이나 사업 분쟁의 상대를 살해하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문과 통신 조회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이런 강력 사건이 일어나도 경찰의 범인 추적에 한계가 있다.

한국 경찰청이 이번 조 씨 피살사건과 관련, 현장감식과 폐쇄회로(CCTV) 분석 등의 수사 전문가 3명을 필리핀에 처음 파견하기로 해 사건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필리핀 정부는 치안 강화를 위해 내년 경찰 예산을 올해보다 13% 늘어난 881억 페소(2조2천억 원)로 편성했다. 이중 순찰차 등 장비 현대화에는 올해보다 75% 급증한 35억 페소(872억 원)를 투입하고 경찰서 280개를 새로 지을 계획이다.

한국과 필리핀 경찰은 내년에 한국 교민과 관광객이 많은 세부, 바탕가스, 북민다나오, 카가안, 바기오 등 5개 지역에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 처리하는 '코리안 데스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마닐라와 앙헬레스 등 2개 지역의 지방경찰청에 코리안 데스크가 있고 한국 경찰관이 각각 1명씩 파견돼 있다.

한국 정부는 필리핀 경찰에 앞으로 3년간 차량 130대와 오토바이 142대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필리핀에서 범죄 예방을 위해 한국 경찰 전문가를 파견, CCTV 설치와 범죄 유발 환경 개선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필리핀의 총기 규제가 허술해 총기를 이용한 범죄가 빈발하는 가운데 필리핀 정부가 재원 부족으로 선진화된 범죄 예방과 수사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조속한 치안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교민이 많이 사는 지역에 CCTV 설치 확대와 자체 방범 활동 강화를 추진하며,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금전이나 사업상의 분쟁, 재력 과시 등을 피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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