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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소비자는 봉?…외식업체들 이래도 되나

송고시간2015-12-22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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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회사원 고모(32·여) 씨는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남자친구와 함께 동네 호프집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먹기로 했다.

특별한 날인 만큼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지난해 분통이 터졌던 기억 때문에 올해 데이트 장소를 호프집으로 정해버렸다.

고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식사 예약을 하려고 서울 삼청동에 있는 레스토랑 5∼6곳에 전화했지만 메뉴는 코스 요리 1가지밖에 없었고 가격은 2인 기준 20만원 안팎 수준이었다.

울며 겨자먹기로 한 레스토랑에 갔지만 1인당 8만원에 달하는 가격임에도 메뉴는 평소에 먹었던 런치 세트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고씨는 "식당들이 가격을 죄다 올려 버리니 갈 곳 없는 젊은 남녀가 어쩔 수 없이 그 값을 지불하고 가는 것 아닌가"라며 "올해는 레스토랑 외식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35) 씨는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를 며칠 앞두고 저녁 식사를 예약하려고 남산 N서울타워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 문의 전화를 걸었다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와 당일에는 스페셜 메뉴만 가능한데 가격이 2인 기준 30만원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메뉴를 고를 수조차 없고, 이 메뉴마저 1인당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는 것은 업체들의 만행"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외식 수요가 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메뉴를 한정하고 가격을 대폭 올려 폭리를 취하는 외식업체들의 행태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에 소비자는 봉?…외식업체들 이래도 되나 - 2

연합뉴스가 22일 업체에 확인한 결과 종로타워 33층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탑클라우드'는 오는 24, 25, 31일 저녁에 '홀리데이 스페셜 메뉴'만 주문할 수 있다.

이 메뉴는 호주산 안심 숯불구이와 버섯 리조또 등으로 구성된 코스 메뉴로 가격은 1인당 17만원이다.

평상시 저녁 코스 메뉴 가격이 8만5천∼13만원 선인 점을 고려하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격이 최대 두 배까지 뛰는 셈이다.

N서울타워의 '더플레이스 다이닝'은 24, 25일 저녁에 스페셜 메뉴만 판매하고 가격은 2인 기준 30만원이다.

삼청동의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 '비앙에트르' 역시 24, 25일 저녁에 1인당 15만원에 단일 코스 메뉴만을 판매한다. 평상시 디너 코스 가격(8만5천∼11만원)보다 30∼70%가량 비싼 수준이다.

크리스마스 시즌 가격 인상은 서울 시내 주요 호텔도 마찬가지다.

롯데호텔, 신라호텔, 그랜드하얏트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은 이 기간 디너 가격을 평상시보다 50% 이상 올렸다.

소공동 롯데호텔 뷔페 '라세느'는 평상시 디너 가격이 10만2천원이지만 24, 25일 이틀간 저녁은 15만9천원이다.

장충동 신라호텔 '더 파크뷰'는 디너 가격을 기존 10만2천원에서 15만9천원(12월 18∼31일)으로 올렸다.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테라스'는 평소 주말 디너 가격이 8만원대이지만, 24, 25, 31일 저녁에는 13만2천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업체들은 가격 인상이 메뉴 변경에 따라 불가피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똑같은 음식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올리면 날강도겠지만, 12월에는 뷔페에서 제공하는 메인요리가 늘어나는 등 메뉴가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에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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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외식업체가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을 올리는 현상은 특별한 날 밖에서 음식을 사먹는 우리 외식 문화와도 맞물려 있다.

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에 가족과 친지, 친구들이 모여 집에서 파티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서는 연인이나 가족이 외부로 나가서 식사하려는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같은 업체들의 행태는 도가 지나쳐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폭리를 취하려는 '꼼수'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특별한 날이라고 가격을 올리거나 메뉴를 임의대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수요자가 많다고 공급자가 고무줄처럼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불합리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gatsb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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