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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 제철 대청호 빙어도 씨 말랐다

송고시간2016-01-1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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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물 일쑤, 몸집 작아 상품가치 잃어…"이런 흉어는 처음"가뭄 탓 수위 하락해 서식 공간 축소·먹이 유입 감소가 원인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옥천의 대청호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민 손승우(46)씨는 요즘 출어가 좀처럼 즐겁지 않다. '호수의 요정'이라고 불리는 빙어(氷魚)잡이가 시작됐지만, 어획량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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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씨는 호수 중앙에 2개의 '정치망'(일정한 장소에 설치해 놓은 자루 모양의 통그물)을 설치해 빙어를 잡는다.

수온이 15도 안팎으로 떨어지는 12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석 달가량이 빙어잡이 철이다.

지난해 이 기간 그는 5t이 넘는 빙어를 건져 올렸다. 소비처가 줄면서 수입은 예전만 못하지만 빙어잡이는 여전히 그와 식구들에게 가장 중요한 생계수단이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맞으면서 하루 종일 그물을 걷어올려도 헛손질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따금 그물에 걸려나오는 빙어도 몸집이 작아 상품가치가 별로 없다.

손씨는 "작년에는 하루 300㎏을 잡은 날도 있었는데, 올해 어획량은 지난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그나마도 멸치 만한 크기가 대부분이어서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조업하는 어민 손용자(65)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그는 어획량이 줄면서 매일 하던 출어를 이틀 간격으로 늘렸다.

손씨는 "20년 가까이 빙어를 잡고 있지만, 올해 같은 흉어는 처음"이라며 "인건비라도 줄이려면 올해 빙어잡이를 서둘러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이 지역서 잡히는 빙어의 시세는 살아있는 상태로 1㎏에 1만원씩 거래된다. 하지만 활어 차량으로 직접 배달해주는 조건이어서 기름 값을 제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게 어민들의 설명이다.

손씨는 "전국의 축제장 등에서 주문은 꾸준히 들어오는데, 어획량이 적다 보니 겨우 10∼20㎏을 배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 빙어 어획량이 급감한 이유를 지난해 극심했던 가뭄에서 찾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아 육상의 유기물 유입이 줄면서 빙어의 먹이가 되는 요각류 등 동물성 플랑크톤 활동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가뭄으로 댐 수위가 낮아져 빙어의 활동공간이 줄어든데다, 먹이까지 모자라 서식환경이 악화됐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5일 대청댐 수위는 64.42m로 떨어졌다. 11월 수위로는 역대 3번째로 낮다. 이 댐의 만수위는 80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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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의 이완옥 연구관은 "빙어는 간혹 2∼3년을 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태어난 이듬해 산란과 더불어 생을 마감한다"며 "이 때문에 기후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서식 밀도가 급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온이 15도 이하로 내려가는 가을이 빙어의 몸집이 커지는 성장기인데, 지난해 가뭄은 이 무렵 가장 극심했다"며 "몸집이 줄어든 것도 먹이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청호 빙어는 제천 의림지에서 넘어왔다. 충북도가 수정란을 옮겨 넣은 뒤 20년 넘게 특산어종으로 육성해왔다.

충북도남부출장소는 지금도 한해 7천만∼8천만개의 빙어 수정란을 대청호에 풀어넣고 있다.

그 덕분에 30여명의 어민이 빙어를 잡아 생계를 꾸리고 있으며, 옥천군 동이면 안터마을은 겨울마다 빙어낚시 등을 즐길 수 있는 체험장을 열고 한해 1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충북도내수면연구소 관계자는 "올해도 인공부화시킨 빙어의 수정란 7천만개를 대청호에 풀어넣을 예정"이라며 "이들 수정란이 안정적으로 부화되면 예전의 풍성했던 어장 환경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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